단식 32일째 김경배 부위원장 등 제2공항 반대대책위  원희룡 지사 면담 거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청 앞 농성천막에서 32일째 단식 중인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을 만나려 했지만, 예고 없는 방문을 거부한 주민들의 반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원 지사는 10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만남을 가진 직후인 오후 3시20분께 제주도청 맞은편 인도에 설치된 제2공항 반대 농성천막을 방문해 단식 중인 김 부위원장 등을 만나려했지만 거부당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2일째 단식중인 김경배 반대위 부위원장을 만나려했지만, 김형주 반대위 공동대표가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

원 지사가 농성천막을 찾자 김형주 반대위 공동대표는 “갑자기 찾아오지 말라.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라. 찾아오려면 미리 연락하고 찾아오시라”고 원 지사를 막아섰다.

원 지사는 “30일 넘게 단식하고 있는 김 부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김 공동대표는 “오늘 원 지사의 방문은 언론플레이로 보인다. (방문하려거든) 일정은 원 지사가 정해서 (미리) 연락달라”며 천막 안 출입을 막았다.

이날 김 공동대표는 원 지사에게 “주민들이 왜 단식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원 지사가 잘 알 것이다. 2년전 제2공항 예정지가 성산읍 일대로 발표됐다. 2년동안 주민들을 만났나”라고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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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사람들 사이로 김경배 부위원장의 얼굴을 보려하자 반대 주민들이 길목을 막아서고 있다.
반대위가 앞을 막아서자 원 지사는 사람들 사이로 농성천막 안에서 단식 중인 김 부위원장의 얼굴을 보려했지만, 주민들은 이 마저도 막아섰다.

10여분간 천막 앞 인도에서의 대화가 길어지자 원 지사는 “김 부위원장에게 건강 잘 챙기라고 전해달라”고 물러섰고, 천막 안에 누워 대화를 듣던 김 부위원장이 “난 아직 건강하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라. 나중에 공식적으로 찾아오시라”고 답했다.

원 지사가 자리를 뜬 뒤 김 공동대표는 <제주의소리> 기자와 만나 “기습방문은 거부한다. 농성천막에 있는데, 갑자기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원 지사가 천막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미리 일정을 연락하고 방문하라는 의미에서 방문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해 '언론플레이'로 비춰질 수 있는 방문은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면담을 거부당한 원 지사는 기자들에게 “삶의 터전이 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주민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단식을 멈추고 건강을 챙겨야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부위원장에게 우선 단식을 멈추고, 대화하자고 말하려 했다. 제2공항 계획 추진 등 일정 등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앞서 원 지사는 이날 오후 강 주교와의 면담을 가졌다. 면담 자리에서 강 주교는 원 지사에게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진다. (김 부위원장) 건강부터 살펴야 하지 않느냐”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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