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당, 4년전엔 비판...차라리 촛불 들었던 시청광장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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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대림 예비후보 출마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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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전 원희룡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예비후보가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장소는 제주시 관덕정 광장이다.

이날 문대림 예비후보의 기자회견은 '데자뷔' 같았다. 문 예비후보로서는 관덕정에 처음 섰는데도, 처음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맞다. 관덕정 광장은 4년전인 2014년 3월16일 오후 2시 현 원희룡 지사가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다. 

날짜는 다르지만 일요일 오후 2시라는 시간도 같았다. 그 외에도 '데자뷔'를 느낄만 한 건 너무나 많았다.

출마 기자회견 모습도 비슷했다. 후보자가 관덕정 앞에 홀로 서고, 기자들이 앉은 장소도 테이블을 비슷하게 배치했다. 현수막을 지지자가 양손에 들고 하는 것도 똑같았다. 물론 색상은 달랐지만.

뿐만 아니라 출마 기자회견임에도 '출정식'을 방불케하듯 수많은 지지자를 모아놓고, 연호를 하는 것도 유사했다.

심지어 기자회견 전에 충혼묘지와 4.3평화공원을 참배한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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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대림 출마 기자회견에 모인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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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전 원희룡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지자들.
물론 출사표는 달랐다.

4년전 원희룡 후보는 제주의 역사·인문의 중심지인 관덕정에서 “제주를 바꾸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며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문대림 후보는 "이곳은 제주 민초들이 뜨거운 몸짓으로 변혁을 꿈꿨던 곳이며, 제주 역사가 격동칠 때마다 민의가 응집했던 자리"라며 "이곳을 찾은 이유도 제주의 미래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로 문 후보는 "원희룡 도정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는 한없는 책임감으로 4년전 원희룡 도지사가 출마선언을 했던 바로 이 자리, 관덕정 광장에 서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후보가 관덕정 광장에서 출마 선언을 한 이유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원 도정 심판의 출발지'로 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뭔가 개운치 않다. 원 도정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 후보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맷의 기자회견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4년 전 민주당 제주도당은 원 지사 출마 기자회견 때 논평을 내고 "정권의 ‘내리꽂기’로 출마선언에 이르게 된 원희룡 전 의원의 출마회견 장소가 중앙정권에 의한 수난의 역사를 상징하는 관덕정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관덕정 광장과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까지 정치·행정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제주민초에 대한 수탈의 장소이자 중앙 관리인 목사들이 부임하여 지배자 내지는 통치자로서 첫 업무를 시작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문 후보는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지만, 4년전 원희룡 지사와 똑같이 한 건 아쉬움이 남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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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록 정치부장. ⓒ제주의소리
분이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문에서 "6.13 지방선거의 시대정신은 촛불 시민혁명의 지역적 완성"이라며 "저 문대림이 그 임무를 받들겠다"고 밝혔다.

촛불혁명의 제주 완성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5개월 동안 촛불이 타올랐던 제주시청 광장에서 출마선언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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