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주민 김광종

10년 후 제주의 모습이 보인다
환상의 섬 보라카이, 세계 최고의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며 성행하던 천혜의 비경 보라카이가 쓰레기와 하수 오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몸살을 앓고 있다. 넘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생활하수로 인해 바다가 시궁창으로 변해가자 보다 못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보라카이 섬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생존권을 고려해 2개월 한시적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나 그 정도 미봉책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최고의 관광지를 자랑하던 보라카이가 왜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인구 2만명이 채 안되고 면적이 11 평방k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 보라카이에 작년 2백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늘어나는 관광객을 감당하지 못하고 탈이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보라카이 사태가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 이유

보라카이 사태를 보며 다가올 제주의 비극을 떠올린 것이 필자만의 기우일까? 2005년 500만 명이던 제주도 관광객 수는 2016년 1580만 명으로 늘어났다. 제주 인구의 24배에 달하는 엄청난 인파가 한 해 동안 제주에 몰려오니 주차난과 상습 정체구간이 매해 늘어나고 있다. 제주시 시내권은 이미 적색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또한 많은 관광객이 버려대는 쓰레기로 좁은 제주섬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9곳의 쓰레기 매립장 모두 1~2년 내에 포화가 된다고 하며 1인당 쓰레기 배출량 전국 1위이다. 늘어난 관광객 때문이다. 생활하수 문제, 자연 훼손, 지하수 고갈 등 환경 문제는 점점 제주의 숨통을 조이는데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공항 하나를 더 지어 관광객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35년 제주의 항공수요를 4500만 명으로 예측하고 제주공항(수용능력 2600만 명)과 같은 규모의 제주 제2공항(수용능력 2500만명)을 성산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게 정말 환경을 고려한 정상적인 발상인가?

지금도 쓰레기 문제로 쩔쩔 매고 있는 제주도가 4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버리는 오물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보라카이를 보고도 느끼는게 없나?

보라카이에서 교훈을 못 얻으면 제주도 미래는 없다.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보라카이의 불행을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면 제주도는 머지않아 더 큰 어려움과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주 작은 섬 보라카이는 1년 정도의 폐쇄와 정화로 회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규모가 훨씬 큰 제주도는 한 번 망가진 환경을 회복하기 어렵다. 아니 영원히 관광객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 필요 없는 공항 시설만 덩그라니 남아 외면 받는 10년 후의 성산 제2공항을 상상해 보았는가?

지금의 두 배가 넘는 4천만 관광객이 찾는 제주는 분명 지금의 아름다운 제주가 아닐 것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주민들은 주민의 삶을 살고 관광객도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려면 적정의 관광객이 유지되어야 한다. 관광객 총량제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적정 금액의 입도세를 물려 관광객 수를 일정부분 조절하고 입도세 전액을 제주 환경 보전에 쓰는 것을 제안한다.

관광객 총량을 2천만명이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한다면 당연히 제2공항은 필요가 없다.

관광객 총량제로 적정수준 유지하면 된다. 제2공항은 제2의 보라카이로 가는 지름길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백만평의 자연을 훼손하고 5조원 이상의 예산을 낭비하여 공항을 만드는 행위가 당장은 제주도에 약간의 이익을 주고 불편을 해소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객 수에만 의존하는 저차원 관광정책은 제주를 갉아먹는 자해행위임이 보라카이 사태에서 입증되었다. 양적 팽창을 지양하고 환경 친화적인 관광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세계 관광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왜 제주도만 경제 논리를 내세워 역행하려 하는가?

아름다운 제주, 쾌적한 제주환경은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제 우리가 용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약간의 이익을 위해 제2공항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덥석 물을 것인가?

아니면 10년 후에도 영롱하게 빛날 제주의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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