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30. 산자고 (Tulipa edulis [Miq.] Baker) -백합과-

이번주에는 봄나들이 나온 산자고로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을 만나 보겠습니다. 산자고의 꽃말은 바로 '봄처녀'라고 합니다. 처녀처럼 수줍은 이미지의 이 꽃말은 가곡 <봄처녀>의 노랫말처럼 ‘새봄’의 의미가 있습니다. 산자고는 한자로 ‘山慈姑’라고 쓰여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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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산자고의 속명 ‘Tulipa’는 페르시아의 고어 ‘tulipan’에서 유래됐습니다. 꽃모양이 두건을 닮았다는 뜻이며, 종소명 ‘edulis’는 ‘먹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난초과의 ‘약난초’를 산자고(약명)라 해서 약으로 쓰는데, 백합과의 이 산자고 뿌리를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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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의 야생 튤립이라고 하는 이 산자고의 우리말은 ‘까치무릇’입니다. 기다란 종 모양을 하고 피어나면서 점점 벌어져 아름다운 수술을 보여주며 봄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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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유유님의 <봄 처녀 산자고> 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봄 처녀 산자고
유유

연분홍 치마 입은 여인은 봄 색시
봄 아씨는 녹색 치마 하늘하늘
봄 처녀인 이 몸은 자주 줄무늬 하얀 치마

얼굴 자랑 치마 자랑 각선미 자랑
추운데 일찍 나와서 떨고 있는 비린내 나는 아가들 비웃으며
조금은 늑장 부리다가 대충 차려입고 나오는 그 봄 처녀

작은 동산에 올라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아지랑이 무기 삼아 지나가는 길손 유혹하면서도
머지 않아 곁에 있는 할미꽃 될 것을 슬퍼하는 그 봄 처녀

봄이란 짧기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시간 흐르고
처녀 또한 영원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떨땐 차라리 봄 처녀 꽃말 바꿔 버리고만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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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이 산자고의 비늘줄기는 장아찌나 샐러드의 재료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종기, 부스럼 등을 치료하는데 이 식물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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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산자고의 전설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옛날 어느 산골에 가난해 장가를 못 간 총각이 있었습니다. 아들을 밤낮으로 걱정하던 어머니에게 한 처녀가 찾아와서 총각과 혼인을 했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도 지극한 효성을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착한 며느리의 몸에선 큰 종창이 번졌습니다. 시어머니는 오직 며느리의 병을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산속을 헤매다 산자고를 만났습니다. 기이한 생각에 산자고의 잎을 짓찧어 며느리의 곪은 데에 발라주니 병처가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 후로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산자고(山慈姑)라 부르게 됐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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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산자고의 꽃말인 '봄처녀'처럼 곱게 피어 있는 산자고가 들판을 수놓고 있습니다. 작은 종 모양의 꽃을 피워 봄이 가까이 왔다고 알려주는 듯합니다.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들로 나가 봄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면서, <제주의소리> 독자 분들 가정에 봄기운이 가득하길 응원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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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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