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제주영화제 본선 진출작…'보통사람들' '외박'

영화는 꿈을 먹고 자란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겐 새로운 세계이자,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겐 꿈을 실현하는 도구다.

여기, 다양한 꿈의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오는 9월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5회 제주영화제’다.

제주지역 비영리 민간영상단체 (사)제주씨네아일랜드가 주최하고 제5회 제주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제 5회 제주영화제’에 상영될 본선작 30편을 미리 안내한다. 당장 보지 못하면 미칠 정도로 맛깔나는 매력이 넘실거리는 상상력의 공장으로….

# 당신에게 갑자기 '총' 한 자루가 배달된다면?
- 보통사람들(The Parcel) 감독 권만기 / 2005년 제작 / 상영시간 21분 / 극영화
 : 상영섹션 ‘비열한 거리’ 22일 21시, 23일 13시30분 상영

신입사원 재진은 직장과 집안사람들에게 이리 저리 치이고 산다. 이런 그에게 발송지를 알 수 없는 소포가 배달되고 그 소포에는 총이 들어있다. 혼자만 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재진,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총이 배달됐다는 것을 아는데….

▲ '보통사람들'
# 참을 수 없는 매력
‘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점이 돋보인다.

한 사람에게 총이 배달된다. 하지만 알고보니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총이 배달됐다.

영화속 사람들은 ‘총’의 생산지와 배달지를 찾지 않는다. ‘총’이 배달된 그 상태에서 이야기가 그대로 진행된다. ‘총’이 모든 사람에게 배달됐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사실’로 인식된다. 그 누구도 ‘총’이 배달됐다는 사실에 신기하게도 의문을 제시하지 않는다.

▲ '보통사람들'
그렇다면 영화속에서 총은 살상용 무기가 아닌 조물주가 준 ‘선물’이자 ‘은혜’다. 사람들이 배달을 받고 고마워한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장난감처럼 다룬다.

그동안 영화에서 ‘총’은 그저 사람을 해하고 위협하는 무기로 등장했지, 이렇게 생활 속 필수품으로 ‘격상’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총이 생필품화 됨으로써 끔찍한 ‘괴물’임이 드러나는 계기를 맞는다.

그동안 ‘총’은 다른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갖고 싶게끔 만드는 매혹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처절하게 사람을 죽이는 전쟁영화 총성과 스펙터클에 감탄하고 숨을 죽였으며, 주윤발의 쌍권총에 나도몰래 두 손이 올라가기도 했고, 날아오는 총알을 허리를 뒤집고 피할 수도 있겠다라는 환상을 가지기도 했다.

정작 무기이면서도 ‘환상’으로 보여지던 총이 <보통사람들>에서는 ‘생필품’이 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가감없이 생필품을 사용한다. 이후 세상은 끔찍하게 변한다.

사람들도 할말은 있다. “총이 배달되니 총처럼 썼다. 그게 잘못이냐”며. 그렇다. 총은 총처럼 써야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다. 총을 갖고 액자에 걸수도 없고, 수납장에 전시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용도대로 쓰이는 게 또 ‘생필품’ 아니겠는가.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나도 모르게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회를 사는 ‘보통 사람들’이 ‘총’을 가졌을 때 벌이는 쓸쓸한 풍경을 그린 <보통 사람들>.

‘총’이 대중화 됐기에 ‘총’이 더 특별하고 잔인하다. 총질이 난무하지 않지만 더 끔찍한 장면들이 보여진다.

이 세상은 충분히 잔인하고, 폭력적임을 ‘보통 사람들’은 안다. 이 시대 ‘보통 사람들’은 정말 ‘총’을 갈구하고 있을지 모른다.

# 추천, 이 장면
* '총‘이 어떻게 폭력의 악순환을 일으키는지 지켜보길.
* 화면을 뒤덮는 난폭한 총성과 비명은 그야말로 소름끼친다.

# 군대 내 폭력의 악순환…처절하게 헤집다
- 외박(A Day Out) 감독 이종윤 / 2005년 제작 / 상영시간 13분 / 극영화
 : 상영섹션 ‘비열한 거리’ 22일 21시, 23일 13시30분 상영

토요일 오후 부대 근처로 주말외박을 나와 여관에서 하루를 묵게 된 이병장과 김일병. 다방레지를 여관방으로 부른 이병장, 김일병에게 자신이 다방 레지와 섹스를 할 동안 욕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명령한다. 욕실로 쫓기듯 들어간 김 일병은….

# 참을 수 없는 매력
상영시간 13분 내내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수를 이룬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한 ‘외박’의 단면을 그린 영화다. 잔인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장면들이 반복되지만 극히 현실적임을 영화는 강조한다.

▲ '외박'
영화는 ‘군대’속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순환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영화는 누구나 보기에 불편하지만 군대를 통해‘외박’을 경험한 남성들이 봐도 불편하다.

<외박>은 폭력과 범죄을 보여줌으로써‘군대’를 의무적으로 갔다 온 남성들에게 폭력과 범죄의‘원죄’를 따져 묻는다.

영화는 아무런 설명 없이 두 병사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해 보여줌으로써 끔찍함을 극대화한다.

“내가 복무할때는 안 그랬어”라고 뭇 남성들은 반발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남성들은 군대내 폭력은 만연돼 왔고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중임을 알고 있다. 그저 ‘묵인’한 채 남성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한다.

남성들에게 있어‘군대’는 ‘추억’과 ‘술 안주감’등으로 희석돼다 보니 <외박>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이 색다르게 보여지는 건 당연하다.

‘군대’뿐 아니라 ‘성’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 배설 위주의 섹슈얼리즘에 익숙한 한국 남성들에게 <외박>에서 보여지는 가감없는 남성간의 성교장면과 군대내 성폭력 장면 등은 보기에도 불편함이 마땅하다.

▲ '외박'
<외박>은 군대 내 현실을 까발리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군대’내 폭력을 묵인하고, 즐겼고, 그것을 환상으로 재확산시킨 남성을 향한 ‘고발’이다.

이 시대,‘성’에 대해 이중적인 시선으로 무장한 남성들을 해제 시키는 영화다.

영화 속 파국의 결말이 군대 안이 아닌 밖에서 벌어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계급의 귄위에 억눌렸던 욕망이 ‘계급을 떼도 상관없는’ 사회에서 폭발한다. ‘군대’밖 여관은‘군대’내무실 내 계급사회 힘의 논리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영화가 끝나면 더 우울해진다. 폭력의 악순환은 지금도 반복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저 한 단면만을 그렸을 뿐이다.

# 추천, 이 장면
* 군대 내 폭력을 어떻게 그렸는지 지켜보길
* 병장을 향한 김 일병의 심리변화와 극단적인 행동
*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편집, 끔찍하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제주영화제 홈페이지(http://www.jff.or.kr)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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