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제주영화제 본선 진출작…'훼미리사이즈피자' '이슬 후'

영화는 꿈을 먹고 자란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겐 새로운 세계이자,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겐 꿈을 실현하는 도구다.

여기, 다양한 꿈의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오는 9월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5회 제주영화제’다.

제주지역 비영리 민간영상단체 (사)제주씨네아일랜드가 주최하고 제5회 제주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제 5회 제주영화제’에 상영될 본선작 30편을 미리 안내한다. 당장 보지 못하면 미칠 정도로 맛깔나는 매력이 넘실거리는 상상력의 공장으로….

# 상실과 회복을 이야기하다
- 훼미리 사이즈 피자(FAMILY SIZE PIZZA) 김경미 감독 / 상영시간 11분 / 2006년 제작 / 극영화
 : 상영섹션 찬란한 가족 Episode 1 상영시간 22일 16시, 24일 13시30분)

한적한 여름,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던 소영은 아빠와 함께 있는 낯선 여자와 마주친다.

# 참을 수 없는 매력
상실을 회복하는 것은 채우는 것이 아닌 더욱 ‘상실’하는 것이다.

<훼미리 사이즈 피자>는 상실과 회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다.

▲ '훼미리사이즈피자'.
한 어린여자아이에게 상실의 아픔은 크다. 매일 그 상실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어린 나이에 비해 짐은 너무 무겁다.

‘훼미리 사이즈 피자’는 어린이에겐 꿈이다. 비록 상업적으로 구축된 이미지이긴 하지만 피자는 그 자체로 가족의 단합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인식된다.

피자 모양처럼 가족이 둥글게 모여 한 조각씩 먹는 이미지. 어린 소녀에게 그 이미지는 더욱 상실을 크게 한다.

‘훼미리 사이즈 피자’가 소녀에겐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큰 상실을 겪은 후 피자도 여느 음식과 다르지 않음을 경험한다.

▲ '훼미리사이즈피자'.
훼미리 사이즈 피자를 갖게되면 뿌듯할 줄 알았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더욱 현실이 아픔이고 슬픔임을 깨닫는다.

상실의 아픔을 피자가 대신할 수 없듯, 영화는 소녀에게 어깨를 주무르며 힘을 준다.

다시 그 소녀는 피자를 찾진 않을 것이다. 배고프지 않는 이상.

# 추천, 이 장면
* 피자를 우걱우걱 씹어먹는 소녀의 슬픈 표정
* 마지막에 엄마 머리에 핀을 꼽아주는 장면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아픔이 가득한 한 소녀의 성장기
- 이슬 후(Not a Girl) 엄상미 감독 / 상영시간 19분 / 2006년 제작 / 극영화
 : 상영섹션 ‘그와 그녀의 사정(事情)’ 상영시간 22일 13시30분, 23일 18시30분

엄마의 생일날, 여고생이 낙태한 몸을 이끌고 미역국을 끓인다.

소녀가 잠든 사이 단수가 되고 열대야의 아파트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 참을 수 없는 매력
기어코 견디고 만다.

슬픔으로 가득할 것 같던 하루와 삶은 그저 그렇게 묵묵히 마무리된다.

악몽같은 기억을 꾸는 순간에도 인간의 의지는 다시 삶을 살아가라고 그렇게 이야기한다.

▲ '이슬 후'.
여기 한 소녀가 있다.

아직 어리고, 앞으로 성장할 높이가 많지만 삶은 질퍽질퍽해 쉽게 걷기가 힘들다.

그가 위안을 삼을 만한 공간은 없다.

집에 엄마가 없고 남은 건 썩어 문드러진 음식 쓰레기들이다.

안으로 묵묵히 삭혀낸다. 음식을 하고, 잠을 자고, TV를 보며 그렇게 힘겹게 삭혀낸다.

힘든 나날을 그렸어도 오히려 차분한 정서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온몸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힘든 모습은 역력하다.

▲ '이슬 후'.
<이슬 후>는 한 소녀의 성장담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건강한 성장담으로 보긴 힘들다.

삶을 온몸으로 떠안아 이젠 분출할 힘조차 없어 보일만큼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더 일반적이고, 공감이 간다.

누구 하나 건강하게 성장한 경험이 있던가. 누구 하나 잊고 싶은 기억과 현재를 짓누르는 아픔이 없겠는가.

그 소녀의 일상은 가슴 아프지만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삶의 여정이라는 생각에 더욱 쓰려온다.

# 추천, 이 장면
* 삶의 힘듬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김꽃비’의 출중한 연기력
* 열대야의 아파트, 청결치 못한 집, 소녀의 삶과 닮았다
* 자신이 끓인 미역국과 밥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서 슬픔이 배인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제주영화제 홈페이지(http://www.jff.or.kr)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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