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네 돌 맞은 아름다운 문화학교 '들살이'
"오늘 하루 대안 꿈꾸는 모든 이들과 첫 문화잔치 벌여요"

▲ 우리는 '들살이' 가족
"느릿느릿해도 좋아요…우리 아이들의 벗은 '경쟁'이 아니라 자연이랍니다"

지난 2002년 7월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폐교를 활용해 대안학교로 문을 연 '문화교육 들살이'가 들어섰을 때 "자그만 촌구석에서 되겠어?"라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세 네 돌. 당시 교육공동체를 꿈꾸는 5명의 교사들이 공동출자 방식으로 성산읍 난산분교장에서 계절형 문화학교로 시작했던 들살이는 이듬해 9월 정규학교 학력이 인정되는 '대안 1호' 상설학교로 새로운 출발을 다졌다.

'들살이'는 공동체라는 뜻의 순우리말. 지나친 개인주의와 경쟁하는 분위기가 판치는 현실에서 양보의 미덕과 진혜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육공동체를 일구자는 뜻이 담겨 있다.

주변에 온통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이 곳엔 2500평의 널직한 운동장과 500여평의 텃밭. 그리고 수목이 멋드러진 아담한 교실 옆에 도서실, 미술실, 전시실, 놀이방, 온돌방, 사무실, 도예방, 목공방 등을 갖추며 제법 몸집도 불렸다.

▲ 집짓기 수업과목에서 '정자 짓기'를 하는 아이들.
교과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조상들이 살아온 발자취를 따라 노동요를 배워보고, 배고프면 밭에가서 감자 캐다가 구워먹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목공시간에 스스로 만들어보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돌멩이로 돌탑을 쌓아보고, 학교 밖으로 나가 오름탐사도 할 수 있다.

7~16세 초·중등 25명이 정원인 들살이는 현재 초등과정만 열려있는 상태. 상근교사 3명을 비롯 외부교사 6명 등 총 9명의 교사진을 갖춘 들살이는 5명의 학생들과 오손도손 흙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교육의 꿈을 일궈가고 있다.

▲ 수학원리의 이해를 돕는 수학수업.

비록 더디지만 알찬 교육을 꿈꾸며 허름한 농촌학교에 둥지를 튼 들살이는 무엇보다 도심 속 경쟁보다는 자연에서 뛰놀며 더불어사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싶다.

대표 교사 고동원씨는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수직적인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배움을 찾는 수평개념의 교육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의 일부로서 한 인간의 존재를 깨닫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과 학교와 인간이 서로 조화롭게 생활속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길러나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의 자율적인 의지를 존중하게 되면 자신 스스로 배움의 길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 보다 행복한 교육이 이뤄질 수 밖에 없지요".

그는 "남들이 다니는 초·중등 과정을 졸업하지 못한데 대한 두려움들이 여전히 적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다양한 대안교육과 홈스쿨 등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진정 교육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 평화순례에 따라나선 수학여행
▲ 한자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

들살이의 하루는?...명상과 산책으로 시작

하루를 시작하는 들살이의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명상과 산책으로 아침을 연다.

오전수업은 움직임이 작은 차분한 활동을 중심으로, 오후 수업은 움직임이 비교적 큰 활동으로 교과 수업을 진행한다. 저녁에는 자유 활동과 회의 시간을 가진 후에야 하루를 마무리한다.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사진, 뇌호흡 등의 교외수업도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프로그램. 주중에는 학교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집으로 가는 기숙학교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에 사는 청소년과 노인 등 다양한 층의 사람들돠 문화, 예술교육의 기회를 마련하고 지역민들에게 도서관 및 전통 생활용품 전시실을 항시 개방해 더불어 가는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들살이는 수업료 없이 기숙사 생활비(월 30만원)만을 회비로 받으면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500여평에서 진행되는 텃밭가꾸기 수업

"누구든지 오세요!"...오전 10시부터 상설학교 이후 첫 마련한 '문화잔치'

어려게 보듬고 내달려온 들살이 가족 모두가 어우러지는 문화 큰 잔치가 16일 이른 아침 10시부터 전시회와 바자회를 시작으로 용담해안도로 일대 지중해 펜션에서 열린다.

▲ 들살이 큰잔치 찾아오는 길.
목공예, 그릇 만들기, 사진 등 학교 수업 속에 담겨 있는 아이들이 정성껏 만든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어 오후 4시부터 학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대안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들살이 이야기 나누기 마당'이 진행된다.

'대안학교선 뭘 햄시?'를 주제로 한 이날 마당에선 현병호 민들레 대표의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 대안학교에서 하는 활동 △ 대안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 △제주도와 타 시·도 대안학교 실태 △대안학교 재학생과 부모들이 바라보는 생각 등의 주제발표와 난상토론이 이어진다.

또 오후 6시부터 아이들의 풍물.민요.그림자 연극 공연 등의 놀이마당에 흠뻑 빠져든 후 들살이 가족과 후원인들과 함께 '공동체 들살이의 미래'를 고민하는 대화의 장이 늦은 밤까지 열린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이날 문화잔치에는  학부모들이 준비한 일일주점도 마련된다.  

고동원 교사는 "인간에 대한 기대와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어내는게 문화교육 들살이의 목표"라며 "이날 교육의 희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함께 참여해 서로 즐기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문의=011-696-3829

문화교육 '들살이'에 오고 싶다고요?

▲ 멋드러진 나무와 풀로로 우거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들살이 교정

들살이는 교육 목표로 ▲ 서로서로 배워나가는 교육 공동체  ▲자연과 하나가 된 학교 ▲ 주체적인 인간 양성의 장 ▲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교육 등을 내걸었다.

생활 속의 교육, 느리게 가는 교육을 실천하고자 하는 대안교육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교육공동체로 '들살이운영위원회'가 학교운영주체다.

▲ 영어말하기 수업 중

1주 예비학교 거친 후 최종 결정

먼저 부모와 아이 그리고 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상담을 한다. 아이는 일주일 과정의 예비학교를 경험한 뒤 최종적으로 아이의 의사와 더불어 학부모와 교사들의 회의를 거쳐 입학이 결정된다.

정기모집은 매년 7월말에서부터 8월 초 사이에 이뤄지며, 이외에도 언제나 수시모집을 하고 있다. 7세에서 16세에 이르는 아이들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단, 기숙생활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내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교육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나아지길 바라는 첫발을 내딛는다는 생각으로 함께 서로 움직여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문이다.

학부모는 한달에 한번씩 스터디...품앗이 수업도 참여

부모님들은 한 달에 한 번 학교일을 돕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아울러 한 달에 한 번씩 '물들이기'(스터디) 시간을 통해 학교와 교육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갖는다. 이 외 수시로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품앗이 수업도 들살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  교과과정은,

● 기초교과 : 철학, 수학원리이해, 과학원리이해, 역사, 생태, 글쓰기
● 특기교과 : 풍물, 민요, 사진, 연극/영화, 서양음악, 미술벌기기, 전통무예
● 생활교과 : 회의, 명상, 텃밭가꾸기, 집짓기, 나무공예, 수공예, 돈살림, 음식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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