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관 밀랍인형 대상 '이승만·박정희·전두환'탈락…연예인 '전면 재검토'

평화를 상징하는 밀레니엄관에 마릴린 먼로와 이효리, 보아 등 대중스타들을 밀랍인형으로 전시하려던 제주도의 계획이 전면 재검토 된다.

또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평화 컨셉과 부합되지 않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도 전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함께 밀랍인형으로 전시될 인물 선정기준을 밀레니엄관의 설립 취지에 맞게 '평화'의 이미지와 부합되는 인물로 자격 기준을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제주밀레니엄관 전시설계 보완을 위해 24일 오후 2시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전시소위 회의에서는 "선정기준이 도대체 뭐냐"는 질문에서부터 "4.3학살의 책임자인 사람을 어떻게 전시하느냐" "평화의 교육관인 밀레니엄관을 돈벌이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제주도가 관광객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한 밀랍제작자 대상자 40명에 대해 집중 성토가 이뤄졌다.

전시소위원들  이구동성으로 "대중스타 중심 대상자 선정은 잘못" 질타

▲ 고충석 위원장.
위원장을 맡은 고충석 교수(제주대)는 대상자 선정 심의가 시작되자 마자 "선정기준을 놓고 언론에서 말이 많은데 기준이 합당해야지 마릴린 먼로가 도대체 왜 거기에 들어가느냐"며 제주도 담당공무원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배종윤 위원(연세대 교수)은 탤런트 김혜자씨를 예로 들면서 "얼마 전부터 난민구호활동을 하는 것은 알겠는데 아프리카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같이 놓으면 몰라도 일반인들이 '김혜자가 왜 여기에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대상자 선정기준은 제주와 평화의 컨셉에 맞아야 하며, 유명하다고 해서 선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선정기준을 제시했다.

이문교 위원(제주관광대 교수)은 명확한 선정기준과 이를 심사할 선정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4.3학살 이승만,  5.16  쿠데타 박정희,  5.18 광주학살 전두환 전시 대상에서 제외

이 위원은 "한국의 정치사를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전부를 전시하겠다고 하는데 광주학살의 전두환 대통령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박정희 대통령은 선글라스를 끼고 군복을 입은 모습을 전시할 것이냐"고 반문한 뒤 "아무리 정치사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평화'라는 기본컨셉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또 "평화센터를 관광과 연계 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오히려 평화이미지가 확실할 때 관광객들은 저절로 찾게 된다"면서 "이곳에 들어갈 인물은 평화운동을 했느냐가 기준이 돼야 하며, 김혜자가 난민구호활동을 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하며, 오히려 여성계로부터 거상이자 경제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제주출신 김만덕이가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 이문교 위원이 제주밀레니엄관 전시대상에 대한 명확한 선정기준과 이를 심사할 선정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석윤 위원도 "밀레니엄관에 연예인과 스포츠인에 너무 치우쳐 평화의 취지에 위배되고 있다"면서 "이들보다도 평화의 이미지에 맞는 종교인도 많지 않느냐"며 역시 대중스타를 중심으로 한 인물선정이 잘못돼 있음을 지적했다.

"도대체 마릴린 먼로가 언제 평화운동을 했냐"

▲ 구일회 위원.
구일회 위원(제주국립박물관장)도 "마터루터 킹 목사나 마더 테레사 수녀면 몰라도 소렌스탐이 어떻게 평화와 관련이 있느냐. 본인도 평화컨셉이라면 거부할 것"이라고 말한 후 "제주도가 300억원을 들여 밀레니엄관을 짓는데 입장료를 받아 운영비를 충당하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돈과 밀레니엄관을 연결시키면 안 된다"며 관광객 입장수입을 위해 대중스타들을 전시 시키려는 제주도의 구상에 일침을 가했다.

고충석 위원장은 제주도 담당공무원이 "마릴린 먼로나 숀 코넬리는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밀랍인형관의 공통소재 인물"이라며 설명을 하자 "마릴린 먼로가 언제 평화운동을 했느냐. 최소한 사돈의 8촌이라도 평화와 관련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제주4.3이 있는데 이승만 대통령을 전시하면 큰일 날 것"이라며 대중스타와 함께 이승만 대통령도 제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소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2시간 여에 걸친 토론을 거친 끝에 밀랍인형 제작 대상 선정기준으로 '평화운동'과 관련돼 있어야 하며 국내 대통령 중에서는 제주에서 정상회의를 했고 평화의 메시지를 남긴 대통령으로 한정키로 했다.

김 구 함석헌 문익환 선생 대안으로 거론…김만덕 1전시관에 넣기로

이에 따라 제주도가 추천한 8명의 역대 대통령 중 제주4.3 학살의 책임이 있는 이승만 대통령과 5.16군사 쿠데타의 주체인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대통령, 그리고 윤보선·최규하 대통령을 제외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만을 전시키로 했다.

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은 제주에서 정상회의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화담을 성공시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제주4.3특별법을 제정한 공로로 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대중스타들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를 거친 후 30일 소위원회을 재차 열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선정 대상자로 평화운동과 관련이 있는 김 구 선생과 함석헌 선생, 그리고 문익환 목사 등도 다수의 위원들로부터 거론됐다.  또 제주출신 의녀(義女) 김만덕 이야기는 제1전시관에 반영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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