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사, ‘롯데마트 입점철회’요구 상인들에 오히려 호소해
상인회“도정 무대책 아니냐?” vs 道“대안 제시해달라”

▲ 6일 오후 제주시상점가상인연합회 회원들은 김태환지사와 만나 롯데마트입점 철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저희도 답답합니다만 여러분들은 오죽 답답해야 도지사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도정에서도 이 문제를 관심 갖고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상인들께서도 의견제시하시면 합리적인 것들은 반영해 나가겠습니다.”

김태환 지사는 6일 오후 4시20분께 롯데마트 입점철회 건의문 전달 차 도청을 방문한 제주시상점가상인연합회(회장 강승미) 회원들을 10여 분간 만나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추가 입점을 막아달라”는 상인들의 간곡한 요청에 본인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달랬다.

이날 상인들은 “겨우 인구 50만이 넘는 제주도에 대형마트가 4~5개씩 들어오는 동안 행정은 뭐했나? 무대책으로 뒷짐 지고 있는 것 아니냐? 행정은 정책적으로 미리 대응책을 찾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 지사는 “그건 아니다. 행정이 뒷짐 놓을 리 있나”면서 “아무리 특별자치도지사라지만 자치단체장으로선 한계가 있다.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지 않나?”며 오히려 상인들에게 지사가 호소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 이날 상인들은 김 지사에게 '롯데마트 입점철회 건의문'을 전달했다.

다시 상인들은 “이름표가 바뀌었는데(뉴월드밸리→롯데마트) 교통분담금 청구, 교통환경영향평가실시 등을 도가 앞장서서 대기업에 요구해야 하고, 현지 법인화 실시 등 여러 가지 잠금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행정은 이런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지사는 상인들의 잇단 지적에 “행정에서도 할 수 있는 방안은 찾겠다. 만약 할 수 있는데도 안하면 그것은 도정이 백번 잘못이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상인들도 의견을 제시해달라. 상가연합회 등에서 의견을 모아 대안을 제시해주면 행정에서도 상인대표들과 협의해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 오늘은 사전 약속없이 만나서 이쯤 하자”면서 자리를 물리쳤다.

이에 앞서 제주시상점가상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3시30분 김한욱 행정부지사를 만나 ‘건의문’을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도청을 찾은 상인회 회원 10여명은 김태환 지사가 청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지사를 만나 전달해야겠다”며 부지사 면담을 거절해 공무원들과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다.

상인회 회원들은 “당초 도청측에 도지사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날 육지출장 등 다른 일정이 있어서 대신 부지사님 면담을 잡았다고 해 그런 줄만 알았다”면서 “그러나 오늘 와보니 도청측의 설명과 달리 지사가 계시지 않냐. 그럼 당연히 지사를 단 5분이라도 만나야 겠다”고 주장하며 약45분을 버틴 끝에 10여분 간 김태환 지사와 조우(?)할 수 있었다.

▲ 도지사 접견대기실에 걸려있는 해녀사진

김 지사는 집무실 옆의 접견 대기실에서 상인들을 만나자마자 대기실에 걸려있는 제주해녀의 사진을 가리키며 “사진 참 좋습니다. 우리 강 여사(강승미 회장)님은 저렇게 물질 안해보셨죠?”라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했다.

이에 강승미 회장이 웃으면서 “물질은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앞으로 물질이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날 도청 관계자들은 상인연합회 회원들이 “도민이 지사께 건의문 전달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냐?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건의문만 전달하겠다는데 지사가 있는데도 왜 못 만나게 하느냐. 물론 지사도 바쁘시겠지만 우리도 생업을 포기하고 여기에 왔다”며 지사면담을 끝까지 요구하자 한참 당황해 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제주시상점가연합회 회원들과 김태환 지사의  짧은 만남은 생계가 달린 절박한 상인들의 입장과 제도적으로 대형마트 입점규제 한계가 있는 제주도정의 입장만 서로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 이날 김지사와 강승미 상인연합회 회장은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김 지사가 상인들을 만나 사진을 가리키며 강회장에게 "강여사는 물질해본적 없지요?"라고 묻자 강 회장은 "앞으론 물질이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고 응수해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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