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1리민 200여명, 도청앞서 3시간 처절한 항의시위주민대표 6명 삭발, 혈서...한때 '몸싸움', 지사에 항의서한 전달

[종합] 삭발식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목울음과 눈물을 쏟아냈다. 해녀들중 일부는 “나도 깎게 해달라”고 삭발식장 앞에 절규하며 쓰러지기도 했다.

팔순을 훨씬 넘긴 어느 할머니는 삭발한 주민대표들을 부둥켜안으며 “이게 무슨 일이냐? 우애 좋은 우리 마을에 이게 무슨 난리냐?”며 통곡하기도 해 주위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위미1리 지역주민 200여명은 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삭발과 혈서의식을 통해 주민들의 강경한 의지를 제주도정과 도민사회에 알리는 ‘위미1리 해군기지반대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주민들은 대형전세버스 4대와 승용차등에 나눠 타고 오전 10시30분 제주도청 앞에 도착해 ‘살아서도 죽어서도 위미1리 해군기지 결사반대한다!’등의 구호와 노래를 외치고, 마을 대표자들의 잇단 성명서 발표를 낮12시까지 이어갔다.

   
 
 
장건환 위미1리해군기지반대대채위 공동대표(위미1리장)는 인사말에서 “해군기지 문제는 우리 지역 최대의 현안이다”라며 “우리 주민들은 밤잠도 설쳐가며 눈물로 투쟁하고 있다. 정부와 국방부, 제주도정이 싫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청을 드높였다.

장 대표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우리 마을주민들의 해군기지 반대 뜻이 이토록 확고하니 이 뜻을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믿고 있고, 믿고 싶다. 주민동의없는 해군기지 절대 없다고 했으니 제주도정과 해군은 이 약속을 분명하게 지키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고영민 반대대책위 공동대표도 이날 규탄발언을 통해 “우리 마을은 지금 형제·자매들 끼리 해군기지 문제로 갈라지고 있다. 리민들은 이 찢어지는 아픔을 다 알고 있지만 여기 도청 관계자들과 해군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고 대표는 “신사의 해군으로 알았는데, 해군은 전혀 신사가 아닌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 우리 지역출신 해군장병 30~40명을 다 내려 보내 마을주민들을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하고 “도의회의 주민접촉 중단촉구도 무시한 채 지금도 해군 모 소령은 주민 몇 사람과 가가호호 방문을 계속해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음을 도정은 분명히 알아 달라”고 말했다.

   
 
 
   
 
 
   
 
 
김봉현 남원읍농민회장도 이날 결의대회 성명서에서 “비록 망국적인 FTA로 지역의 생명산업인 감귤농업이 누란지위에 처해 있지만, 보상금이라는 경제적 유혹 때문에 조상의 음덕이 살아있고 후손들이 대대손손 살아갈 고향마을을 팔아먹을 만큼 우리들은 패륜아도 아니고 어리석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따라서 우리들은 아름다운 위미공동체를 더욱 튼실하게 가꾸어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혼신을 다할 것이고, 반대로 위미공동체를 위협하는 당국의 해군기지유치에 대해선 전 농민회원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제주도정은 FTA를 인정할 수 없듯 해군기지계획도 즉각 철회하라”고 외치고 “FTA로 피멍이 든 농어촌 주민들을 해군기지로 두 번 죽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어 삭발식이 진행되자 삭발에 참여할 주민대표자들이 제주도청 정문 앞에 간의의자를 펴고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감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장건환 리장을 비롯해서 오동옥, 고영민 반대대책위 공동대표, 고방길 어촌계장, 김동만, 현봉석 전 공동대표 등 6명이 삭발에 참여했다.

   
 
 

‘무엇이 순박한 농어촌 우리 주민들을 이런 극한 상황으로 내몰았을까?’ 스스로 되묻는 듯 했다.

해녀들 중 일부는 자신도 머릴 깎게 해달라며 끓어오르는 울음을 터트렸다. 주민들의 울음소리와 구호 소리가 메아리치는 사이 대표자들의 검은 머리는 뭉텅뭉텅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깎는 사람도 깎이는 사람도 울분을 참느라 입술을 힘껏 깨물고 삭발을 마쳤다.

이어 김병수 연합청년회장이 ‘해군기지결사반대’라고 거침없이 혈서를 써 내렸다.

삭발과 혈서를 마친 6명의 주민대표들은 깎인 머리카락과 혈서, 그리고 결의문을 상자에 담아 김태환 지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도청 안으로 향했다. 대표자들과 함께 주민들도 도청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이를 제지하는 경찰병력과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대표자들만 도청 안으로 들어갔고, 도청관계자들이 지사가 부재중이라며 항의서한을 대신 전달하겠다고 설득했지만 주민대표자들은 “지사께서 올 때까지 밤을 새서라도 기다리겠다”고 반발했고, 오후 1시가 다 되어서 지사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주민대표들은 김 지사에게 “여기 모인 주민들에게 확실하게 한 마디만 해달라”고 촉구했고, 이에 김 지사는 “여러분들의 뜻을 잘 알았다. 그래서 제가 위미에 찾아갔던 것 아니냐”고 달랬다.

이날 위미1리 주민들은 김 지사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한 후 오후 1시 20분께 해산했다.

장건환 공동대표는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며 주민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오늘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주민동의없는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철회돼야 마땅합니다. 리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다음은 이날 위미1리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결의문 전문.

[결 의 문]

지난 4월4일 도지사가 위미1리를 방문하여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제주평화의 섬 이미지 부합여부, 도민의견수렴 등 세가지 원칙을 기본으로 해서 해군기지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우리의 입장을 천명하는 바이다.

첫째,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도정에서 만든 T/F팀의 연구결과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해군과 도정은 지역경제와 안보논리를 내세워 위미1리 해녀들과 어부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지역주민들의 재산권마저 침해하려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해군기지가 들어올 경우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지역공동체가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 분명하고 그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미치는 영향, 고통이 너무 커서 위미1리 주민들은 도저히 해군기지를 묵과할 수 없어 해군기지 건설을 절대 반대한다.

둘째, 평화의 섬 이미지에 과연 해군기지가 일치 할 수 있는가? 평화의 섬 제주에는 이미 제주방어사령부, 서귀포항에 해군기지, 제주항에 해군기지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해군에서 추진하는 해군기지는 다른 나라와의 군비경쟁에 불을 붙이는 결과를 가져올것이 분명하다. 이런 해군기지가 평화의 섬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위미1리주민들은 평화의 섬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고 제주를 군비경쟁의 최전선으로 내모는 해군기지를 절대 반대한다.

셋째, 해군과 도정은 지금까지 주민동의 원칙으로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추진해왔다. 우리 위미1리 주민들은 해군과 도정의 이런 취지를 존경하여 주민투표를 통해 해군기지결사반대라는 우리의 의사를 결정하였다.

그런데도 위미1리 주민결정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지역자치, 주민자치를 내세우는 도지사가 해당 지역주민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로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지방자치 및 주민자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도지사의 이런 태도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고 지금 와서 도민의견수렴이라는 화려한 문구뒤에 숨어있는 도지사의 의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도지사는 해군기지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해군기지 반대입장을 해군과 국방부에 전하는 것이 우리의 로드맵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07년 4월6일  위미1리 해군기지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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