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백배-3일째] 강요배 화백, 탐미협 회원들과 함께 동참
“경제효과에 현혹돼 제주를 위험으로 밀어 넣어선 안돼”

 

▲ 평화을 염원하고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평화백배실천 3일째인 18일, 강요배 화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제주의 역사를 그림으로 기록해온 강 화백은 이날 제주의 미래와 군사기지는 맞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단호히 밝혔다.

잔인한 사월이다. 사월에 피는 꽃은 숨이 턱 막힌다. 한없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고 역사속의 잔인한 상처 때문이기도 하다. 왕벚꽃이 그러하고 무꽃이 그러하다.

사월의 제주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저놈의 유채꽃마저 여리디 여린 샛노란 꽃잎을 참 질기게도 피워내고 있다. 쓰라린 역사의 복판에서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리며 불안한 역사의 갈림길을 내려다보고 있다. 동백꽃은 지고 유채꽃은 피고….

요즘 도민들은 해군기지 ‘반대’와 ‘찬성’의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런 때에 ‘고민하지 말라’며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선 이가 있다. 4·3역사화 ‘동백꽃 지다’를 그린 강요배 화백(민족미술인협회장)이다.

강요배 화백 '평화백배' 실천현장에 서다…"저 남쪽 바다에 무슨 긴장이 있길래…."

강 화백은 18일 오후6시, 평화를 염원하고 해군기지철회를 위해 마련한 ‘평화의 백배’ 실천현장인 신제주로터리에 선뜻 나왔다. 이날 평화실천행사는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여민회 주관으로 진행됐는데, 시민·탐미협 회원 등 30여명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 강 화백은 “제주해군기지건설은 비창조적이고 비건설적인 행위”라고 단언했다.

▲ 강요배
강 화백은 평화의 발언을 통해 “저는 뭐 군사…, 이런 관계는 잘 모른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제주도 남쪽 바다에 과연 어떤 긴장이 현재 있는 것인지, 그리고 미래에 창조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강 화백은 “우선 (긴장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장래의 긴장이 하나 있겠고, 그러나 그것은 우리와 직접 상관이 없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군사기지가 들어올 경우) 거기에(미국과 중국의 갈등관계) 제주도가 본의 아니게 개입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강 화백은 “그래서 금전적(단기 경제효과)인 그러한 일시적인 것에 현혹돼서 제주도의 미래를 어떤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으로 지극히 미미한 해군기지 경제효과와 제주의 무한한 미래를 바꿀 수 없음을 강조했다.

강 화백은 이어 “전쟁상황이 당장 없더라도 군사기지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과 같은 무기로서 항상 조준돼 있고, 겨냥돼 있는 상태 아니냐?”며 “당장 그것(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잠재적 타깃으로 산다는 것은 뭔가 대단한 불안, 어떤 보이지 않는 불안 속에 우리를 놓이게 하는 일이어서 오늘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용택 교수, "백배 실천은 분노 버리고 가장 낮은 자세로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계기"

▲ 윤용택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제주대 철학과 교수)

이날 윤용택(제주대 철학과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의 진주라 할 수 있는 제주도에 해군기지라는 큰 오점이 생길 위기에 있다”라며 “저희는 평화가 평화를 지키고, 제주도의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고, 평화가 동북아의 안녕을 지켜낸다는 것을 굳게 믿기에 이렇게 모였다”고 평화실천가들을 독려했다.

윤 공동대표는 “오늘 행사는 저희 환경운동연합과 제주여민회가 함께 주관하게 되었다. 여민회, 탐라미술인협회, 강요배 화백 님 모두 감사드린다”고 인사하고 “절(拜)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가장 낮추는 행위이다. 모든 분노를 버리고 가장 낮은 자세로 우리의 어떤 진정성을 보여주는 이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선 제주여민회 공동대표도 이날 “저희가 평화염원 백배를 하게 된 계기는 (도지사가) 그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한 것이 어쩌면 이런 (평화)행동을 하게끔 만들었다”며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또한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지금 밀어 부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과 주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주도와 국방부의 일방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경선 공동대표 "길 지나던 시민들도 평화백배 운동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길…"

이 공동대표는 또 “그 과정속에서 정부가 굉장히 개입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특정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도민도 공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며 “이런 저희의 평화염원 평화백배 실천행동이 도민들에게 해군기지를 알려야 겠다는, 해군기지 추진이 제주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 이경선 제주여민회 공동대표
이 공동대표는 “또한 더불어서 시민사회단체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지나던 길에라도 이 평화백배운동에 동참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평화는 모심과 살림이며, 섬김과 나눔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런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일배, 이배, 삼배, 십배, 오십배, 그리고 백배까지 이어갔다. 강요배 화백도 절을 모두 마친 뒤 이렇게 많은 절을 해보긴 난생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표정이 밝다. 평화의 에너지가 충만해진 탓이다.

평화백배 감동이 소리 없는 장엄한 외침이 되어 다시 그들 앞에 서서 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평화의 길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념이요, 깨어있는 선택이다”라고.

   
 
 

평화백배 실천운동은 제주해군기지 계획이 철회되는 날까지 매일 오후 6시 신제주로터리에서 열리고 있다.

한편, 이날 평화백배 대표 실천가로 참여한 강요배 화백은 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제주출신으로 제주4·3항쟁 연작을 그려온 작가다. 4·3역사화인 ‘동백꽃 지다’라는 생생한 학살의 기록은 4·3과 제주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양심과도 같다. 그의 화풍은 서정성을 뛰어넘는 냉철한 역사성을 아름다움의 극치로 표현해 내고 있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나와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했고, 탐라미술인협회 대표를 지냈으며 지난 1998년 민족예술인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 실 핏줄이 도드라진 저 손끝에 평화의 신념을 담아 제주역사를 강 화백은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평화백배 마지막 절인 100번째 절을 올리고 있는 강요배 화백. 절이 끝난후 그는 밝은표정으로 "이렇게 절을 많이 해보긴 난생 처음"이라며 "가끔 해야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