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두동 추억의 거리에 건립된 시비.
제주시 도두동 추억의 거리에 건립된 시비.
제주시 도두동 추억의 거리에 건립된 시비.
제주시 도두동 추억의 거리에 건립된 시비.

제주시 도두동에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의 ‘섬머리 사람들은’ 시비(詩碑)가 우뚝 섰다.

도두동은 지난 27일 오전 11시30분 도두동 추억의 거리에 김길웅 선생의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고 30일 밝혔다.
 
비석에 새겨진 ‘섬머리 사람들은’ 1996년 10월3일 김길웅 선생이 도두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낸 시다.
 
지난해 제10기 도두동주민자치위원회는 '섬머리 사람들은' 시비 건립 의견을 제시했고, 도두1동 김용식 마을회장이 시를 새길 자연석을 기증했다.
 
도두동은 시설비를 투입해 올해 4월8일 시비를 건립, 최근 제막식을 가졌다.
동보 김길웅 선생.
동보 김길웅 선생.

동보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한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도두동 관계자는 “시비가 도두동에 상징적인 명물로 자리잡아 지역 경제에 도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섬머리 사람들은 / 東甫 김 길 웅

섬머리 사람들은
비록 비행기 소리엔 귀 틀어막지만
얼음보다 차가운 오래물이 있어 이곳에 산다

섬머리 사람들은
먼 옛날, 오랜 문전옥답 다 내어주고
죽 삼시로 몸은 곯았어도
긴 밤 자고 나면 도들봉으로
다시 솟는 해
그 해 바라며 살았다

섬머리 사람들은
4‧3에 집 잃고 길바닥에 나앉았어도
그 해 된바람 막아 준 도들봉
기어이 새 둥지 틀고 한(恨)도 삭였나니

지금 섬머리엔
하수가 종말 처리되고
다들 싫어하는 위생처리장도 들어섰지만
거역을 모르는 순명의 사람들
이치에 복종하며 산다

보다 더한 괄시와
보다 더한 증오가
해일로 덮쳐온다 하여도
일탈 않는다, 섬머리 사람들은
열 받으면 오래물에 몸 담그고
답답한 가슴은 도들봉에 올라 헤치고
땅 일구고 배를 띄운다

오늘도 쉴 새 없이 비행기는 흔들어대지만
그 소리에 귀 틀어막아
오래물이 있어 이곳에 산다
도들봉이 있어 이곳에 산다
섬머리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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