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 땅 평화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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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광의 제주 산책] 6. 무수한 슬픔이 굳어 비옥한 검은 땅 되다

“평화의 섬”

누군가 이렇게 말을 했을 때 “그렇군” 하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바로 우리 마음의 평화, 삶의 평화 그리고 인간 군상의 평화로움이다. 

얼마 전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아래 들판)' 비행장 터에 갔다. 그때 느끼는 여러 가지 슬픈 이야기와 근현대사의 사건이 비석에 영롱하게 새겨져 있었고, 사건의 요약도 일목요연했다.

세월 속에 잊히고 참아내며 기억을 숨길 수 없었던 그 때 사건들의 땅이었다는 것과 해질녘 들판에서 밭두렁에 풀들이 바람결에 서성이는 모습과 함께 나는 서 있었다.

평화로운 이 땅. 현실의 고된 삶과 강제된 삶의 그림자가 함께 했을 벌판을 바라보는 것이 내가 할 유일한 것이었다. 역사는 결코 죽은 자의 것만이 아니고 산자의 것이 될 수 있으며, 오직 산자만이 억울함을 아파하고 또 잊지 않고 기념하며 안타까워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한라산의 정기가 흐르는 제주의 바람과 화산재의 검은 토양은 거친 세월 속에 더 굳어지고 영글어 오늘의 생태의 보고이며 또 천혜의 땅을, 제주를 만들었다.

쌓아 놓은 낮은 돌담 틈새 바람의 이야기는 천년인들 헤아릴 수 있을지. 그 땅에 자라는 이름 모를 잡풀들의 향연이 어느 구름과 바람 속에 머물고 떠난 자리의 그림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실로 평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큰 용서의 마음이 가슴으로 다가서야 한다. 

용서의 비밀에는 무엇이 씨앗이 될까. 그것은 첫째가 어떻게 누구를 좋게 해줄까 하는 마음의 덕스러움 바로 심덕(心德)이다. 두 번째는 어느 방면으로든지 남을 유익주고 안타까움과 걱정을 나누는 자비의 마음이 행덕(行德)이며, 셋째는 남의 앞길을 열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말이 바로 언덕(言德)이다. 

흔히 쓰는 말 “마음을 잘 씁시다!” 하는 말 속에는 “심보(心寶)를 잘 쓰자”는 말이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심보란 마음속에 보배로운 씨앗이 있는데도 그것을 쓰지 못하고 아집과 번뇌와 삼독심으로 뱉어내는 말을 말한다.

그 심보를 잘 정리하자면 내 마음에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나는 행동의 멈춤이요, 둘은 생각의 멈춤이요, 세 번째는 마음의 멈춤이다.

멈춤이란 내가 내 멋대로 해온 과거의 습관과 그 습관이 힘을 얻어 자기주장과 고집으로 고쳐지지 않는 心地(마음밭)를 말한다. 

사람이 살면서 멈추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쉽게 하는 것은 말이다. 오죽하면 불경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란 말이 있을까.

말을 깨끗이 정화시키는 진실한 말씀이 오래 전부터 참회의 뜻으로 사용된 말이란 뜻이다.

마음의 그릇. ⓒ제주의소리
마음의 그릇. / 정은광 作 ⓒ제주의소리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지나간 세월에 대한 번민을 다스린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라고 하며 수행이 깊어 갈수록 말을 어눌하게 하고, 그것도 안 되게 생겼으면 묵언을 한다. 묵언이란 침묵의 언어로 내 자신을 안으로 되돌아보는 행위인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면 참회 기도를 드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기도하는 인간 마음과 행동이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영혼으로 거듭나는 것은 바로 내 자신의 잘못됨을 뉘우치고 스스로 반성하는 새로운 꽃망울의 마음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참된 성품은 인간관계에서 꽃을 피우고 또 자신의 마음속에 선업(善業)의 싹을 키워, 내 주변과 내 이웃과 이 아름다운 섬 제주가 좋은 기운으로 좋은 수행 터가 되는 것이다.

# 정은광은?

정은광 교무는 원광대학교에서 원불교학을 전공하고 미술과 미학(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불교 사적관리위원과 원광대학교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하며 중앙일보, 중앙sunday에 ‘삶과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다년간 우리 삶의 이야기 칼럼을 집필했다. 저서로 ‘그대가 오는 풍경’ 등이 있다. 현재 원불교 서귀포교당 교무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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