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양지승양 영결식....가족·학교 친구들 눈물바다

사랑하는 지승이를 기리며

지승아! 지승아!
내가 죄인이다. 내가 죄인이다.
너를 위해
이 못난 아빠 엄마가 너를 위해 해준 게 하나도 없는데

▲ 지승이를 보내는 아빠엄마의 편지를 대신 낭독하고 있는 시인 안정업씨.
이 못난 년.

이 불쌍한 지승아!
너를 어찌
이 애비 어멍의 가슴에 못질만 하느냐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 하나만으로
너가 있으므로
행복했는데, 든든했는데

그 어떤 힘든 일들도,
슬픈 일들도
참으면서, 참으면서
살 수 있었는데,

허무하구나
꿈만 같구나. 지승아!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너의 행복을 위하여
우리의 가정을 위하여

열심히, 열심히 살았는데

돌이켜보면, 다 부질없구나,
너와의 함께 한 시간이
아쉽고 애통하구나.

지승아, 똑똑한 나의 딸 지승아!
너와 우리의 인연이 이것뿐이구나.

지승아, 지승아, 사랑하는 지승아!
동화책 속에 해와 달의 사연을 너는 알고 있겠지.

우리는 원하지 않았는데
원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그렇게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정해진 운명이라면

인정하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너를 생각하며
눈물로 아빠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는 너를 생각하며
밤을 지샌지 40일이 지났다.

무엇하나 할 수 없는 아빠 엄마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영리한 네가 잘 알 것이다.
아니

▲ 지승이를 보내는 부모의 마음.
영혼이라도 있었으면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밤을 지샜는지,
남모르게
어떻게 했는지를 영혼이 있으면 알것이다.

지승아!
이 아빠 엄마는 너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구나
바람처럼,
풍매화처럼
자유롭게 해주고 싶구나

하여, 너 육신, 너의 모든 것을
다시 하늘로 보낸다

먼 훗날
네가
이 아빠 엄마보다도 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너를 보낸다

그러니, 너도 잊어라
지원이도 잊고, 아빠 엄마도 잊고
또 다른 너의 세상에서 행복해라

그것이
이 못난 아빠 엄마의 마지막
부탁이다.

지승이를 사랑하는 아빠 엄마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 부모의 마음이 다 그러하듯 어린 지승이가 떠나는 것을 지쳐보던 주민들도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40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지승이를 보내는 서귀북초등학교 교정은 눈물바다였다. 지승 양의 부모와 이웃,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

모두들 “불쌍한 지승이를 어떻게 보내, 저 불쌍한 것을 어떻게 보내!”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지승이를 보내는 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 너무도 무겁고 힘이 들었다.

▲ "저 불쌍한 것을 어찌 보내누!!"
서귀북초등학교 교정에 지승이의 같은 반 친구들이 마련한 노제상에는 지승이가 좋아하던 수박이며 바나나가 올려졌다. 그러나 안타까움은 그대로다.

▲ 지승이가 다니던 교정에 마련된 노제상에 친구들이 헌화하고 있다.
모두들 목 놓아 흐느낄 뿐 지승이가 뛰놀던 학교 교정엔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한 적막만이 맴돌았다. 지승이를 위해 잠시나마 묵념을 하고 명복을 빌었다.

▲ 손녀를 먼저 보내야 하는 할머니의 슬픔.
이어 지승이 아빠 엄마가 40여일을 뜬눈으로 지새며 애타게 지승이를 기다렸던 마음을 시(詩)에 담아 마지막 지승이가 가는 길에 띄워 보냈다.

지승이의 이웃이었던 시인 안정업씨가 ‘사랑하는 지승이를 기리며’를 부모를 대신해 읽어 내렸다. 모두들 오열했다.

▲ 운구차량으로 옮겨지는 지승이.
이후 지승이의 고종사촌인 신인규 군이 영정을 안고 운구차는 장례식을 위해 지승이가 살던 집을 거쳐 제주시 양지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교정에 서있던 지승이를 아는 모든 이들이 오열을 토해냈다.

▲ "지승아, 잘 가~!" 이 아이들은 지승이와의 작별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까.
이날 지승이를 보내는 학교 교정엔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김형수 서귀포시장도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 지승이의 영정을 안고 있는 고종사촌 인규. 이 아이는 지승이의 죽음을 실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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