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59주년 국제학술대회] 이영권 교사 "4.3교육, 사고전환 절실"
4.3 교사 직무연수 의무화·전문팀 구성 등 제안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그 과거를 다시 경험하도록 단죄 받을 것이다' - 산타야나

4.3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통령이 사과하는 등 4.3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교육계가 그곳이다.

4.3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시켜야 할 교육청이 형식만 앞세운 채 내실을 챙기지 못하는 등 교육행정의 일대 사고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4.3연구소와 과거사청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주시 열린정보센터 세미나실에서 '과거사와 교육.제주4.3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故 김순태 교수 추모 및 4.3 59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제1부 국내의 과거사 교육 부문에서 조진태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이 '5.18 교육의 현황과 과제', 김영주 전 부산민주공원 교육기획팀장이 '부산지역 과거사 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발제했다.

2부는 일본 오키나와 전쟁과 교육을 주제로 야마모토 다카시 오키나와 교직원조합 직원이 '오키나와로부터 평화.생명.인권을 생각한다', 야카비 오사무 오키나와대 교수가 '오키나와 전쟁과 사회교육', 3부는 '대만의 2.28교육과 일본의 과거청산'을 주제로 린밍더 국립대만사범대 교수가 '2.28사건의 청산과 교육.홍보', 우츠미 아이코 일본평화학회장이 '동남아시아에서 생각하는 전쟁재판과 배상'을 발제했다.

   
 
 

4부에서는 이영권 영주고 교사가 '학교현장에서의 4.3교육, 그 현황과 과제'를 발표했고, 박찬식 제주대 연구교수가 '4.3의 공적 인식과 역사교과서 서술'을 발표했다.

이영권 교사는 주제발표에서 "사회의 형식적 민주화가 진행되고 여러 사회단체가 주관하는 각종 4.3행사가 풍성해졌지만 학교 현장은 요지부동"이라며 "교육청이 공문을 내려보내 4.3 교육을 권장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것에 치우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이영권 영주고 교사
이 교사는 "교육청은 공문에서 '계기교육을 실시할 경우 학년 및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작성한 교수-학습과정안 또는 체험학습 사전계획서 등을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 실시하라'는 등의 통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3 교육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 교사는 Δ교육행정의 사고전환 Δ내실 있는 4.3교사 직무연수 의무화 Δ4.3교육 전문팀 구성 및 학습자료 개발 Δ교사들의 적극적, 창의적 노력 Δ수련시설에서의 4.3교육 상설화를 꼽았다.

이 교사는 "4.3교육에 있어 제도교육은 무척이나 중요하며, 제주도교육청의 역할을 가장 먼저 앞세우는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라며 "4.3의 발생지에서 안하는 교육을 교육인적자원부가 새롭게 먼저 변신할 수 없기 때문에 도교육청의 변화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사는 "교육청은 단순히 형식적인 공문 하나만 내려 보내고, 통계수치만 늘려서 넘기면 된다는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교육청은 상세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내실있게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직무연수도 이 교사는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 교사는 "4.3교육은 교육행정에 의해서만 방기된 게 아니라 교사들 역시 4.3교육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가르칠 이유를 못느끼고, 가르칠만한 지식도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교사들에게 먼저 중요한 것은 직무연수로 일단 형식적인 연수가 아니라 내실있게 진행돼야 한다"며 "최소한 중고등학교에서 역사교과나 사회교과를 맡고 있는 교사라면 의무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도내 모든 고등학생들은 2박3일 일정의 탐라교육원 수련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고 있다"며 "하지만 탐라교육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다도체험, 국궁체험, 장애인체험 등 제주도의 특색을 갖춘 게 거의 없는 전국 표준의 획일적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탐라교육원이라면 말 그대로 '탐라'가 있어야 하고, 제주 특유의 교육내용이 필요하고, 거기에 4.3교육은 적절하다"며 "4.3교육은 탐라교육원 나름의 특색이자 장점으로 작용하게 돼 차별성과 제주특색을 살아나게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사는 "내년이면 4.3 60주년을 맞지만 제도교육 안에서는 여전히 찬바람으로 방기돼 있다"며 "그동안 이뤄놓은 4.3진상 규명 운동도 박제가 돼 박물관 속으로 사라질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 교사는 "4.3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 4.3 문제 해결을 위해 흘렸던 그 노력이 헛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게 하는 일, 다시는 그런 끔찍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는 일,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직하게 하는 일은 전적으로 교육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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