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마차] 이한빈 할아버지, 지금도 마차로 농사짓고 말쟁기로 밭가는 농사꾼

   
 
 

“이 말 허곡(말 하고) 마차가 백성들 먹여 살렸주! 마차 어시민(없으면) 굶어 죽어실거라!”

‘맑은 공기, 푸른 하늘, 환경을 소중히’란 주제로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2007 지구환경축제’가 열린 28일 제주시 산지천에 마차가 등장했다. 이 마차의 주인 이한빈(대정읍 상모리, 64) 할아버지가 마차 예찬론을 편다.

이 할아버지는 도내 주요 축제장에 단골출연자 이자 인기 높은 섭외1호(?) 대상자다. 추억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마차만한 것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현재도 마차를 이용해 직접 농사짓고 있는 도내 유일한 농사꾼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나 말고 마차로 농사짓는 사람 어서!, 한 사람도 어서! 마차는 간혹 이서도 그걸로 농사짓진 안해!”

이처럼 이 할아버지는 마차를 단순히 이벤트용으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도 감자농사를 짓는 그에겐 아주 절대적인 노동력의 수단이다.

▲ 마차주인 이한빈 할아버지. 검게 그을린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에서 농사지으며 평생 살아온 삶이 묻어난다.
일례로 경운기를 이용해 밭을 갈 경우 하루에 보통 3~4천평 밖에 못 갈지만 말 쟁기로는 6천평 이상을 갈수 있다고 이 할아버지는 침이 마르도록 예찬론을 쉬지 않는다.

평소에도 말에다 안장을 채우고 가끔씩 자랑삼아 또 운동삼아 마을에서 타고 다닌다는 이 할아버지는 지독한 말 사랑쟁이(?)다.

지난해 동거 동락하던 말, 마라도(60살)가 세상을 떠나자 분신을 잃은 듯 삶의 의욕을 잃어 버렸었다는 그는 다시 12살 된 말, 마라도(같은 이름)를 키우며 활력을 되찾았단다.

어린 시절, 말에다 등짐이며 걸매 싣고 밭으로 산으로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0대도 훌쩍 중반에 접어들며 ‘할아버지’ 소릴 듣게 됐다고 푸념 섞인 소릴 내뱉는다.

농사짓기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이 할아버진 “농사 짓는건 힘들지 않해신디 그 에프틴가 뭔가(FTA협상) 허는거 때문에 농사꾼은 이제 다 죽게돼서!”라며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는 “제주도에 미깡(밀감) 지슬(감자) 농사가 제일 큰 농산데 이제 수입농산물 개방되면 제주도 다 굶어 죽을지도 몰라”라면서 “정치허멍 들러먹는 놈만 들러먹어불곡 세금 받아다가 쓰는 놈만 뭉치로 써불엄서”라고 탄식했다.

이 할아버지는 “그래도 배운게 농사뿐이난 죽을 때까지 이 마차로 농사 지으멍 살아사주 어떵헐꺼라”라고 말하고 “마차는 매연도 없고 기름도 안들고 이게 진짜 환경운동 아니라? 맞지 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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