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는 없고 판타지만 남은 ‘해녀 뮤지컬’
해녀는 없고 판타지만 남은 ‘해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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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파노가리 창작뮤지컬 ‘별이 아빨 찾아라!!’

제주 극단 ‘파노가리’(대표 문무환)는 지난 21일 제주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창작 뮤지컬 <별이 아빨 찾아라!!>를 공연했다. 태풍 ‘타파’가 북상하면서 세찬 비가 내리는 오후 2시와 4시 두 번 작품을 선보였다. 

문무환이 극본을 쓰고 문재용이 연출한 이 작품은 출연진 대다수를 20대 젊은 배우로 채웠다. 악천후 속에서도 공연장을 찾은 어린 관객들에게 배우들은 즐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이 작품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눈높이에도 맞는 가족뮤지컬을 표방한다. 더불어 제주문화예술재단 ‘해녀문화우수예술창작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어린이와 해녀가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셈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별이 아빨 찾아라!!>는 어린이, 해녀 모두 잡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남은 작품이었다.

‘우리가 사는 제주도와 멀지 않은 곳에 포로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한 때 잘 살 때가 있었지만 ’괴물‘(짜뽕)이 번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항상 높은 파도가 으르렁대 배의 발길이 끊긴 북한처럼 가난해진 나라입니다. 오래 전 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어부인 별이 아빠는 곧 있을 아기의 탄생을 기뻐하며 바닷가에 나와서 사랑하는 아내와 첫 아기(별이)를 위해 바다 풍경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포로나라 마녀가 착한 할머니로 나타나 별이 아빠에게 거위 한 마리를 그려달라고 해놓고, 그림이 완성되자마자 아빨 그림에 가두어버립니다. 그 후 별이가 열 살이 되었을 때 엄마가 5일 동안 집에 안들어오고… 다시 바닷가에 나타난 마녀의 마술에 별이도 잡히게 됩니다. 이제 별이는 어떻게 될까요?’

파노가리가 홍보 자료에서 밝힌 <별이 아빨 찾아라!!> 줄거리다. 선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한 마녀, 정체불명의 국가(포로나라), 그곳의 국왕과 공주까지...판타지(Fantasy) 요소가 강하게 느껴진다. 

해녀에 대한 예술적 접근에는 제약이 없다. 해녀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시도뿐만 아니라 사진, 회화, 퍼포먼스, 뮤지컬 등 다양한 예술의 범주와 상상력 안에서 얼마든지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 <별이 아빨 찾아라!!>가 제작비를 지원받은 사업(해녀문화우수예술창작지원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 심사위원들은 “향후 ‘해녀’라는 키워드만을 가지고 창작활동을 하기 보다는 ‘해녀문화’를 연구하고 다각적으로 실험하는 예술창작 활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심사 총평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해녀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당시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정리한 개념을 돌아본다.

두 기관은 제주해녀와 해녀문화에 대해 “해녀들은 바다밭을 단순 채취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끊임없이 가꾸어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획득한 지혜를 세대에 걸쳐 전승해왔다. 또한 바다 생태환경에 적응해 물질 기술과 해양 지식을 축적했고, 수산물을 채취해 가정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한 여성생태주의자(Eco-Feminist)들”이라고 설명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 해녀문화는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왔고, 생태 친화적인 어로 활동과 공동체에 의한 어업 관리는 친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높여줬다”고도 밝힌다.

다소 장황한 사전 설명을 늘어놓는 이유는 <별이 아빨 찾아라!!>를 통해 이런 해녀문화에 대해 가족뮤지컬 답게 보다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기대는 기대로만 머물러야 했다.

21일 오후 4시 창작 뮤지컬 '별이 아빨 찾아라' 무대 인사 모습. ⓒ제주의소리
21일 오후 4시 창작 뮤지컬 '별이 아빨 찾아라' 무대 인사 모습. ⓒ제주의소리

<별이 아빨 찾아라!!>의 핵심 갈등은 포로왕국의 왕비가 되고 싶은 마녀(배우 김혜선)와 아버지(최우석)·어머니를 되찾고 싶은 별이(김다움), 두 명의 선악 구도다. 

마녀는 왕국의 안주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공주(맹선아)를 약으로 포섭한다. 나아가 제주로 건너가 ‘잘 생긴’ 별이 아빠를 공주에게 바치고자 종이 거위로 만들고, 별이 어머니까지 납치해 지능을 낮출 뿐만 아니라 별이에게도 위협을 가하는 등 명확한 악인으로 설정했다.

별이는 어릴 적 아버지와 이별하고 어느 순간 어머니도 자취를 감추는 불행한 가정사를 지닌다. 그럼에도 ‘종이 거위’(아버지)가 물에 젖지 않도록 배려하는 등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으며 끝끝내 가족과 행복하게 조우한다.

극본을 쓴 문무환 대표는 작품 소개의 글에서 어린 시절,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매료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어린 소녀 주인공(별이·도로시)이 이질적인 존재(양철 나무꾼 등·종이 거위)와 역경을 헤쳐 나간다는 구조는 유사해 보인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줄거리 속에 해녀와 해녀 문화를 접하거나 느끼기란 안타깝게도 쉽지 않았다. 할머니·어머니·별이까지 삼대가 해녀라는 설정이 부여됐지만 해녀의 생활, 작업 특징을 비롯해 희노애락은 찾아볼 수 없고 판타지 줄거리에 치중한 전개에 힘이 실렸다.

해녀의 활동 공간인 바다와 ‘해녀 수퍼’가 그려진 세트, 극 말미 공주가 강요해 별이 엄마가 부른 제주 민요 <너영나영> 정도에서 표면적으로 해녀가 등장할 뿐이다. 줄거리·메시지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연출에서도 해녀문화를 접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그렇다고 판타지성 내용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제주라는 현실과 정체불명의 비현실인 ‘포로나라’를 오가는 전개 속에 ▲별이 아빠가 변한 거위 그림은 무슨 의미인지 ▲왜 마녀는 금붕어를 마주하면 마력을 잃는지 ▲짜뽕이란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든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한 삼승할망은 갑자기 왜 등장하는지 등의 질문들이 충분한 이해 없이 쏟아져 관객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자 앞뒤로 앉은 초등학생들이 공연 도중 “(배우들이 무대에서) 뭐 하는 거야?”, “(공연이) 무슨 내용이야”라고 부모에게 수시로 던진 질문은 남이야기 같지 않았다.

공연이 끝났는지 모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배우가 등장해 “여러분 공연 어땠나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라고 수습하는 모습, 막이 내리고 꺼지지 않은 마이크로 들리는 “아이들 반응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다”는 배우의 발언은 민망함을 더욱 가중시켰다.

배우들 마이크가 관객이 듣기에 적정 수준 이상으로 크게 조정됐을 뿐만 아니라,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 그래서인지 마이크를 여러 차례 만지작거리는데 애쓴 배우들, 막이 전환할 때 조명이 제대로 꺼지지 않은 점 등 기초적인 실수 역시 마찬가지다.

백석예술대, 백제예술대, 동서울대에서 공연 예술을 전공한 젊은 배우들의 활기찬 연기와 제주 출신 작곡가 교이(본명 유현경)가 만든 아기자기한 노래는 작품이 남긴 장점이자 가능성이다. 

문무환 대표는 23일 “일부 제작진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빠지면서 음향-조명 조작에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다만, 제주 출신 작곡가, 배우들이 작품 참여 기회를 가졌다는 가능성에도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전했다.

해녀를 주제로 한 뮤지컬은 지난 2017년 제주도의 ‘해녀문화 국제화 컨텐츠개발’ 사업으로 만든 <호오이 스토리> 다음으로 이번 <별이 아빨 찾아라!!>를 꼽을 수 있다. 흥미롭게 두 작품 모두 같은 장르에 판타지 요소를 결합했지만, 해녀 문화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제주 해녀를 예술로서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는 환영할 만 하다. 이런 시도들이 계속 쌓일 때 도민들이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까지 발전하리라 기대를 걸어본다.

ps. 제주문화예술재단 ‘해녀문화우수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만든 또 다른 해녀 극예술 작품이 있다. 28일부터 29일(오후 5시) 제주시 산지천 북수구 광장에서 공연하는 제주 극단 ‘퍼포먼스단 몸짓’의 무용극 <비바리 연가>다. 관심있는 도민이라면 함께 관람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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