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신년기획] 최배근 교수 열린강연...소득주도 정책 과제 냉철한 제언

 

소득 불균형이 불러온 계층의 양극화, 급격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인구구조의 악화, 한국 경제의 위기를 냉철하게 진단한 경제학자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앞으로의 희망을 미래세대에게서 찾았다. 청년을 위한 지원은 '복지'가 아닌 '투자'라는 그의 지론에 따른 제언이다.

창간 16주년을 맞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2020년 신년기획으로 11일 오후 3시 제주월컴센터 1층 대강당에서 경제학자인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를 초청,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제주경제'라는 주제로 시민 열린강연을 가졌다.

12일 제주웰컴센터 대강당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제주경제'를 주제로 시민강좌를 갖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11일 제주웰컴센터 대강당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제주경제'를 주제로 시민강좌를 갖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최 교수는 대한민국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미국 조지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최 교수는 tbs교통방송 ‘뉴스공장’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명 ‘경제 과외 선생님’으로 불리며 어렵고 복잡한 경제이슈에 대해 날카롭고 냉철한 분석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이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쏟아지는 경제분야 가짜뉴스들을 정확한 데이터 분석으로 교정하는데 앞장섰고, 지난해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한 대응정책 관련해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전문가로 꼽히기도 했다.

이날 제주에서 열린 강연에서도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진단과 남겨진 과제, 제주경제 전반에 대해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는 '격차의 구조화'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적폐라고 전제했다. 최 교수는 "젊은이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 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문제가 경제에 녹아져있는 것은 한국의 계층 고착화가 심화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제시한 대한민국 소득등급 유지확률 자료에 따르면 소득분위 1분위(하위 10%)의 비율은 2009년 79.9%에서 2013년에는 87.1%로 늘었다. 반면 10분위(상위 10%)는 2009년 86.7%에서 2013년 88.8%로 증가했다. 근 90%에 육박한 수치로, 부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격차가 구조화된 것이 1992년부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많은 경제학자들이 격차가 구조화된 것이 외환위기 이후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외환위기 후 가속화가 됐을 뿐 시작은 1992년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1991년까지 연평균 11.2%의 성장률을 보이다가 1992년 6.2%, 1993년 6.8% 급락했다. 지금에와서 보면 굉장히 높은 성장률인데, 당시 신문에서는 심각한 경제 침체에 빠졌다고 했다"며 "그 이전 30년간 두 자릿수로 성장하다보니 이런 성장률을 처음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후 김대중 정권 평균 성장률은 5.3%, 노무현 4.5%, 이명박 3.2%, 박근혜 2.8% 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했다"며 "이는 제조업의 위기가 들이닥치면서 발생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주력사업이 대부분 제조업인데, 중간에서 약간 높은 계층이었던 이들이 경제위기를 거쳐 하층으로 가는 양극화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소득 불평등이 불거지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가계가 힘들어진다. 내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수출에 투자를 하게된다"며 "수출 시장에서는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경쟁력을 올리는 가장 달콤한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임금인상을 억제하거나 자동화 설비를 들이게 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했다.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이 최배근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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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최배근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인구구조 역시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달하는 현대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전체인구가 떠받혀줘야하는데, 출산인구가 떨어져 분모가 약해지는 것"이라며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지만, 문제는 결혼하고 싶어도 경제적 요인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건 사회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는 박근혜 정권에서 우리나라 중산층의 저소득층화, 저소득층의 빈민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경제상황을 보면 수출 주도 성장의 파산과 제조업 위기, 부채 주도 성장의 파산, 인구 구조의 급변 등의 상황이 다발적으로 들이닥쳤다"며 "소득 주도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소득 주도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내수강화 정책이다. 내수의 주축은 가계 소비로, 가계 소득을 늘리려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부담을 낮춰 소비를 늘려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공정경제, 소득 주도, 혁신성장을 내세운 것은 방향을 맞게 잡았다고 본다. 가계 소득이 붕괴되던 상황에서 2019년 3분기부터 가계 소득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불평등을 진단하는 지니계수 역시 2018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냉철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1년 반 정도 시간을 지체한 것이 제조업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용률은 역대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과연 그 일자리의 질이 어떤지에 대해 고려돼야 했다"고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금융 민주화'와 '한국은행 민주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일반 국민들에게 금융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영역 중 하나가 금융"이라며 "공정성 강화의 핵심은 금융 민주화라고 보고 있다.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돌게 해주는게 금융의 역할인데, 시장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지난 11월 720조를 넘었고, 자영업자 대출 금액도 636조원에 달했다. 이들에 대한 금리를 1% 정도만 낮춘다면 1년에 중소기업은 7조2000억원, 자영업자는 6조3000억원을 세이브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게 싼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기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은행의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행정부가 돈을 쓸 때는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국민들의 통제가 없다. 누가 결정하느냐. 금융통화위원회라고 수억원씩 연봉 받는 이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금리 올릴까 내릴까 자기들끼리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제주웰컴센터 대강당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제주경제'를 주제로 시민강좌를 갖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11일 제주웰컴센터 대강당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제주경제'를 주제로 시민강좌를 갖고 있는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이어 "이 중 5명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지만, 한 명은 은행연합회, 또 한 명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추천하게 된다. 왜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들어가있는데 소비자나 노동계 자영업자 청년을 대변하는 사람이 없냐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교수는 "미국만 하더라도 통화정책의 제1목적은 완전고용, 두번째가 물가안정이다. 우리나라는 물가안정이 주 목적이다. 물가 안정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통화정책"이라며 "한국은행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한다면 중앙은행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택적 공업화'의 결과로 일자리 대참사, 초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 근로자 1만명 당 로봇 도입대수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제일 높고 제일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청년층이 경제적 활력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에 대한 지원은 '복지'가 아니라 '투자'"라고 단언했다. 

그는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청년이 살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지 그 지역도 살 수 있다. 청년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가 지속하기 위해 필수라고 본다"며 "청년들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줘야 한다. 그 분야에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청년의 가치를 살려주는 정책이 없다면 4차 산업시대에 우리는 희망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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