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사태로 제주 택시업계 고사 위기 “택시손님 80% 이상 줄어, 손님 태우기 전쟁”

4일 제주국제공항에 손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중인 많은 택시들.
지난해 택시회사에 입사해 제주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현모(56)씨. 지난 3일 오후 6시30분쯤 손님 없이 운전하다 ‘띠링’ 알람이 울리면서 손님의 위치가 뜨자 현씨는 재빨리 이동을 시작했다.
 
속도를 내던 현씨는 손님이 혹여 다른 택시를 탈까 기다려달라는 전화까지 했다. 아직 택시운전자로서는 초년생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 한사람을 놓치는 것은 큰 타격이기에 매번 신경이 곤두선다.  
 
“제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서 손님이 없습니다. 1일 사납금이 걱정이에요. 코로사 사태 이후엔 사납금을 내고 나면 하루에 단돈 1만원도 못 버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사납금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1일 13~14만원 정도다. 사납금을 내고, 기름값, 식비 등 지출까지 생각하면 하루에 최소 20만원 이상은 벌어야하는데, 최근에는 하루 10만원도 벌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시민의 발인 택시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사위기에 처했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잇단 택시 이용 동선과 사례가 발표되면서 시민들의 택시 이용 자제 분위기가 뚜렷해지자 하루 사납금도 못채우는 기사들이 속출하고, 택시업체들도 도미노처럼 영업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택시 기사 현씨가 마스크 1개를 3000원에 구매해 착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납금 등을 내고 나면 하루에 1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자와 택시 안에서 인터뷰 중인 택시 기사 현씨.  

기자가 동승한 택시의 운전자 현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를 끼고 운전하고 있었다. 손님을 위해 뒷자리에는 손 세정제도 비치해뒀다.

현씨는 마스크조차 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약국과 마트 등 여러곳을 돌고 돌아 겨우 마스크를 구매했다. 가격은 1개에 3000원. 하루 벌이가 빠듯해지면서 단돈 몇천원의 마스크 가격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 
 
“지금 택시업계는 전쟁입니다. 손님 모시기 전쟁이에요. 콜 알림이 울리면 최대한 빨리 손님을 받으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에 손님 단 몇 명 태우는 것도 힘들 정도입니다”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만난 택시운전 25년 경력의 개인택시 운전자 A(62)씨도 비슷했다. A씨는 영업용 회사택시 운전을 10년 정도 하다가 2006년부터 개인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손님을 10명 태웠다면 요즘엔 1~2명밖에 못태웜수다. 손님이 80% 이상 줄어들었수다. 올해로 25년째 택시 운전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우다. IMF때도 이 정도는 아니라나십주. 정말 생계가 걱정이우다”
 
A씨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제주국제공항을 자주 찾고 있다. 도심지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대기중인 택시만 수백대에 달했다. 평소였다면 20분 정도 기다리면 손님을 태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아무리 빨라야 1시간을 기다려야만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상황이다.
“공항에도 대기하는 택시가 많수다. 코로나19 전에는 약 20분 정도만 기다리믄 손님을 태울 수 있어나신디, 지금은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됨수다. 심지어 2시간 넘게 기다리는 날도 많아마씨. 에휴...”
 
“저는 개인택시라서 제가 일한 만큼 번다고 허주만, 영업택시 운전자들은 정말 힘들거우다. 하루에 사납금 이상을 버는 택시 운전자가 경(그렇게) 많지 않을 거우다”
 
제주에는 34개 택시 업체가 1451대의 영업용 택시를 운영 중이다. 개인택시는 영업용 택시보다 2.5배 이상 많은 3881대에 이른다.
 
지난 3일에는 제주 N교통이 코로나19 여파로 제주도에 휴업을 신청했다. 휴업하면 자동차보험료 등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휴업한 택시회사는 N교통이 처음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도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택시 이용객도 덩달아 줄었다. 확진자들의 택시 이용 동선 등이 발표될때마다 택시 이용이 급속히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다. 
 
평소 택시를 잡기 힘든 곳으로 꼽히는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사거리의 3일 저녁 모습.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손님이 택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택시 기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도택시조합 관계자는 “택시운전자와 사업자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손님이 최소 80% 이상 줄었다. 상황이 너무 힘들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최근에는 영업택시 운전자의 퇴사도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중인데, 평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 대표가 모여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회의를 가지려고 한다. 임시휴업이나 사납금 인하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정인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타지역 택시업체들의 잇단 사납금 인하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 택시업계에서도 조만간 어떤 조치가 내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 운전자나 택시회사의 자구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이나 관광업계 지원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하루 사납금도 못채워 발을 동동거리는 택시 운전자들이나 택시업계에도 지역사회의 연대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3일 저녁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평소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텅빈 거리가 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