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28) 성배에서 독배 된 제주살이 열풍, 미래 제주인구 100만 정답일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살고 싶어 했던 제주, 그 제주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제주살이 열풍이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를 떠난 사람이 제주로 이주한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발표한 ‘2020년 1분기 제주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제주지역 인구는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 568명이 순유출됐다. 지난해말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를 앞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9년부터 불어온 제주 열풍. 아니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제주로 왔다. 2009년 56만명 정도였던 인구는 2020년 70만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의 경제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2009년 10조원 때였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8년 19조9109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다. 제주도정의 살림규모도 마찬가지다. 2009년도 제주도정의 살림규모는 3조 4,516억원이였지만 2020년 예산은 5조 8,22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10년동안  제주는 큰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과연 긍정적인 면만 있었을까. 

급격한 성장으로 많은 문제점도 터져 나왔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도의 땅값은 33%나 올랐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33%가 올랐다는 말이지 훨씬 많이 오른 곳들도 많다. 특히 해안 주변이나 새롭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들이 크게 올랐다. 이제 제주에서 집을 사는 부담은 서울을 제외한 가장 높은 곳이 됐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제주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부동산 과열은 단순히 집값 상승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제주 전반에 건설경기 의존도가 높아졌다. 건설경기가 안 좋아지면 제주 경제 자체가 휘청 이는 상황이 돼 버렸다.

난개발도 심각하다. 제주 해안은 카페와 펜션이 없는 곳이 없다. 정말 풍경이 좋은 곳에 카페가 들어서 그 풍경을 독점하는 경우가 다반사가 됐다. 곳곳에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거래 자체가 침체되면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공사가 다 되었어도 빈 건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대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갑자기 불어 닥친 이 광풍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저 휩쓸리며 끌려 다니기만 한 것 아닌가 싶다.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교통, 주차난은 심각해졌고, 하수, 쓰레기 등 처리시설은 수용량을 초과해 난리를 겪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지금도 제주의 큰 골치덩어리다.

준비되지 않은 열풍은 성배에서 독배가 됐다. 분명히 수많은 수치가 성장했지만 10년간 제주도민들의 삶이 좋아졌는지 의문이다. 저리 늘어난 수치들에 이익은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는 어떤 제주를 만든 것일까. 당시에도 수많은 계획들이 있었고, ‘인구 100만의 제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준비를 했던 것 같은데 그 계획과 목표는 무엇이 비었기에 이렇게 무참히 열풍에 당해버렸을까. 

우리는 정말 인구 100만의 제주를 만들어야 하는지, 수천만명의 관광객이 오는 섬이 되어야만 하는지, 우리는 물어야 했다. 그저 발전과 성장이 아니라 어떤 제주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그려야 했다. 매번 비젼과 가치들을 담아 계획을 수립한다고 했지만 정작 이 가치들은 언제나 ‘경기’라는 수치화 된 무언가에 밀려났다. 그런데 정작 경기가 좋았을 때도 제주도민들이 그 만한 이익을 가져갔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그려야할 미래 제주를 찾아야 한다.  

독배가 되어버린 열풍이지만, 그 열풍은 제주가 그만큼 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바람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매력을 정말 잘 알고 있는가. 제주 사람들에게 자연은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했기에 소중함을 잘 모르기도 한다. 이처럼 제주 사람들이 더 제주의 매력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계속 묻고, 찾고 쌓아올려야 한다. 제주는 아직도 매력적인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준비하고, 지키지 못한다면 제주 자체의 매력이 꺼져버릴지도 모른다.  

제주는 참 모진 바람이 부는 곳이다. 그렇지만 그 바람을 잘 극복하는 곳이다. ‘돌담’은 바람을 견디는 제주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 제주살이 열풍을 견딜 돌담은 우리에게 준비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은 돌담이 차곡차곡 쌓여 어떤 열풍에도 끄덕하지않는 제주가 되기를 바란다.

강보배는?

만 29세.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소년교육, 청년정책, 사회적경제,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제주'를 꿈꾸며 활동해왔다.

지금은 노마드처럼 전국을 다니며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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