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빛나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환경팀 활동가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1월 20일 펴낸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 보고서 표지. ⓒBIS

제주에 날아올 녹색 백조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적응과 변화가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 몇 달 새 바뀌어 버린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방심해서도, 안주해서도 안 된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었다. 예전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필수조건이 되었다. 우리가 움켜쥘 것은 예전에 우리가 기대던 방식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전쟁 같은 변화 속 태어난 낯선 새가 있다. 그린스완(Green Swan)이다. 

이전에 블랙스완이 등장한 것은 2007년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블랙스완’에서 17세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기존에 없었던 흑조를 발견한 것에서 착안하여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였다. 블랙스완의 특징은 이렇다.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극심한 충격을 동반한다. ▲발생한 이후에는 그에 대한 설명, 예견이 가능했다고 받아들인다.

그린스완(Green Swan)은 위에서 설명한 ‘블랙스완(The black swan)’이 변형된 것이다. 국가별 중앙은행의 협력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1월 발간한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전 방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금융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블랙스완과 비교하여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린스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래에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확실성이 있고 ▲앞서 발생한 금융위기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제주에서도 그린스완이 발견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나 제주는 한반도에서도 기후변화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기후변화는 눈에 띄게 발생하고 있고 그에 따른 변화는 구상나무 집단 고사, 갯녹음(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해조류가 고사, 유실되고 해저는 불모 상태가 되어 해저에 사는 정착성 생물이 감소하는 현상), 잦은 태풍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산업피해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시대의 이름이 바로 ‘기후위기시대’라는 것을 이제는 인지할 때이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환경성의 잣대가 더욱 엄격해져야 할 때이다. 

진짜 그린(green)을 실현할 때

지난달 29일 열린 ‘2020 제1차 제주그린빅뱅포럼’에서 원희룡 지사는 “안토니오 쿠테헤스 UN사무총장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녹색전환(Clean Green Transition)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그린뉴딜’이라고 역설했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는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물려줄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3일에는 ‘​거주 불능의 지구를 넘겨줄 수는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까지 남겼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함부로 다룬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간절하게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미래 세대에게 거주 불능의 지구, 회복 불가의 제주를 넘겨줄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잔뜩 품어야 한다. 이는 제주도와 중앙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사업 한두 가지가 독립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책과 사업의 바탕에는 환경에 주는 영향이 어떤지 정교하게 계산되어 평가받아야 할 것이며 ‘기후위기시대’에 그린뉴딜을 실행하는 방향과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플라이트 셰임 (Flight Shame)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CO2 감축이다. 한쪽에서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을 만들겠다며 관련 사업들이 진행 중인데 한쪽에서는 제2공항을 만들자며 국고 5조 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국책사업을 진행하려 하는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제2공항이 우리들의 미래를 담보할 정도로 정말 필요한 사업인지 그 타당성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 
 
한때 토목공사와 건설 사업은 우리의 눈을 번뜩이게 했다. 필요 유무를 떠나 입지의 환경적 가치를 떠나 그저 거대 국책사업의 언급만으로도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업들이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드는 약이라도 적절한 때와 상황을 고려해 처방해야 하는 법이다. 현 상황에 대한 어떠한 반영도 없이 제2공항과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그야말로 과거에 안주해 몇 십 년 전에나 통하던 정책들을 고집하는 것이다. 작은 섬에 두 개의 공항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사업임이 분명하다. 

2011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에 스위스 환경부 장관 모리츠 로이엔베르크는 약 1,000Km거리를 기차를 이용해 회의에 참석했다. 스웨덴 출신의 17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배와 기차 등을 이용해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동했다. 플라이트 셰임 (Flight Shame)은 '비행기(flight)'와 '부끄러움(shame)'이 합쳐져 만들어진 개념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탑승하며 느끼는 죄책감 등을 일컫는 말이다. 비행기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이다. 유럽에서는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플라이트 셰임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배와 비행기 두 가지 방법뿐이다. 여건에 따라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정말 제2공항이 필요한지 묻는 것이다. 제2공항 사업은 제주의 환경수용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다. 경기연구원이 작년 설문조사를 통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이 가장 심각한 곳 1위가 제주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조사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실제 제주도는 이미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젠트리피케이션(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문제가 대두하여 도민들이 관련 문제를 겪고 느낀 지 오래다. 사업 진행에 이러한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다.

성산지역은 최대 강수량 지역으로 수해피해 우려 심각

환경영향평가 또한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요청을 한 상태이다. 제2공항 피해예상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항공기-조류 충돌 평가의 부실 문제, 소음 피해 영향 지역 산출 거짓·부실 문제, 사업부지 내에 있는 지하수 보전 1등급인 동굴·숨골에 대한 거짓·부실 조사 등 많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숨골, 동굴은 그 자체로 갖는 환경,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공항 이용자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숨골은 빗물이 지하의 용암동굴로 빠져 나가는 통로로서 이를 메울 경우 심각한 지하수 함양률 저하와 물난리가 발생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국토교통부에 2공항 건설 시 홍수위험이 커져 면밀한 재해 영향성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산지역 일대는 수해로 인한 재해위험지구가 많으며 이미 지역주민들은 행정안전부의 이러한 대책요구가 공개되기 전부터 홍수위험에 대해 꾸준히 언급했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의 강수량은 전체적으로 많아졌다. 특히 사업 예정지인 성산은 지난 46년(1973~2018년)동안 제주 지역 중 강수량이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 태풍이 더 자주 찾아올 것을 생각하면 재해 피해의 위험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주기상청.

제2공항 사업이 시의적절하지 않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를 떠올리면 더욱 명확해진다. 무분별한 개발, 지구 생태계 파괴 끝에 생겨난 기후위기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이 인간세계로 침투하였고 그로 인해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전파되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그린뉴딜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포스트 코로나가 예견된 현 시점에서 국토부가 진행하는 제2공항 사업은 부적절함을 인지해야 한다.

박빛나 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환경팀 활동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정책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항공업계의 구조조정과 공적 자금의 부담 위험이 심화 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올해 국가 간 관광객과 전 세계 탑승객 수가 지난해보다 80%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New Norma)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을 생각해야 한다. 뉴노멀은 ‘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뜻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 두루 쓰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시대에 들어서며 비대면과 비접촉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일시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전통적 대면 서비스 산업 전반의 재편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며 사실상 제2공항의 사업 타당성을 재고해야만 한다.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물려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자연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함부로 다룬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