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23) fluent 유창한

flu·ent [flúːǝnt] ɑ. 유창한
우엣물이 흘러사 아랫물도 흘른다
(윗물이 흘러야 아랫물도 흐른다)

fluent의 flu는 ‘흐르다(=flow)’를 뜻한다. 이 flu에서 나온 낱말로는 fluid ‘액체(液體)’, influence ‘영향(影響)’, effluence ‘유출(流出)’, fluctuation ‘변동(變動)’ 등이 있는데, fluent의 어원적 의미는 ‘물이 흐르는’이다. 물 흐르듯이 술술/줄줄 ‘유창하게’ 말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말의 [ㄹ]이나 영어의 [l], [r]은 바로 그와 같은 ‘흐름’을 묘사하기 때문에 유음(流音:liquid)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말에 대해서만 술술/줄줄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물도 졸졸/줄줄 흐르고 바람도 솔솔/살살 분다고 하는 것이다. 

강은 흐르기 때문에 깨끗할 수 있습니다. 고임은 물에게도 죽음을 의미합니다. 물은 끊임없이 순환해야 합니다. 건강을 해친 사람 대부분은 몸속의 물, 즉 혈액이 고여 있습니다. 혈액의 흐름이 멈추면 몸은 썩기 시작합니다. 혈액의 흐름이 막히는 것은 감정의 흐름이 막히기 때문입니다. 즐겁게, 가슴 뛰게 살아가면 몸도 좋아지고, 고민하고 슬픔에 잠기면 몸도 아픕니다. 감정이 활기차게 흐를 때, 우리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차고, 몸도 건강해집니다. 탁하지 않고, 고이지 않고 흘러야 합니다.

-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중에서 - 

흐름은 썩지 않고 깨끗하게 해주는 생명의 본질을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흐름이 막힌 지금 국민의 고통을 해소키 위해 국회가 먼저 흘러야 한다.

17세기의 위대한 시인 밀턴(1608-1674)은 ‘나는 흘러가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깨끗한 것도 흐르지 못하면 썩게 되고, 아무리 더러운 것도 흐르게 되면 깨끗하게 된다는 생명의 본질(essence)에 대한 통찰(insight)이었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세상을 이분적(dichotomous)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자기의 눈으로 선과 악, 흑과 백, 옳고 그름, 깨끗함과 더러움 등을 구별하고 내로남불식으로 적폐를 청산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모두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갈등만 쌓이면서 점점 더 흐르지 못하고 점점 더 고여만 간다. 거기에다가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아도 2008년 금융위기(financial crisis) 이후로 침체일로(沈滯一路)를 걷던 세계 경제의 흐름을 급속도로 정지시켰고 사람들 간의 흐름마저 차단시키면서 지구촌(global village) 전체를 마비(paralysis)시키고 있다. 

엊그제 개원한 21대 국회도 출발부터 여야(ruling-opposition) 대치국면(stand-off)이다. 여야 서로가 자신들 생각만이 바르고 옳다는 선명성(clearness)에 빠져들어 여전히 흐를 줄을 모른다. 국회가 흐르지 못하면 온 국민에게 고통이다. 국회가 먼저 흘러야 한다. 윗물이 흘러야 아랫물도 흐를 수 있지 않겠는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