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등따라 길 걸으니 사랑이 싹트네요

 
ⓒ 김강임
 
호랑이가 살았다는 한라산 아흔아홉 골에 꽃이 피었습니다. 파란꽃, 빨간꽃, 노란꽃. 신록 끝에 매달린 형형색색 꽃이 바람에 나부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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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흔아홉골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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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질 듯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는 파란 꽃이 피었습니다. 용서의 꽃입니다. 그동안 마음에 응어리진 미움이 스르르 녹아 버립니다. 심심한 바위틈에는 빨간 꽃이 피었습니다. 사랑의 꽃입니다. 미움과 증오로 세상을 살았다면 이 순간 사랑을 배워야겠지요.

깊은 계곡 속에는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희망의 꽃입니다. 인생의 굴곡에서 절망이 있었다면 계곡 속에 피어나는 꽃을 보고 희망을 키워야겠지요. 깊은 산 속에 꽃바람이 불었습니다.

제주시에서 1100도로를 타고 가노라면 산세가 아름다운 아흔아홉 골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산이 너무 험하고 깊어 사람의 인기척이 없었답니다. 하여 맹수가 살았답니다. 그곳에는 암좌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더니 요즘은 산책로를 만들어 길을 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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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깊으면 마음이 깊다고 했던가요? 산책로를 따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스산했던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고요한 마음에 파문을 이는 꽃등 하나, 그 꽃등은 깊고 험한 산사 석굴암까지 가는 길을 인도합니다.

꽃등 속에 피어나는 부처님의 자비. 신록이 꽃등 위에 머뭅니다. 험산 산길을 걷노라니 가슴에 땀이 흐릅니다. 마치 지나온 인생 역경의 땀방울 같습니다. 급경사로 이어지는 곳에는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백팔번뇌를 상징합니다. 깨달음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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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꽃등은 험한 산길을 인도합니다. 바위틈에는 사랑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마음 속에 쌓였던 미움과 증오가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신록 우거진 하늘에도 자비의 꽃등이 매달려 있습니다. 스님은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한 것이 인생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가물거리는 인생길에 꽃등이 불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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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걸었을까요? 깊은 산 속 암좌에 도착했습니다. 깊은 산골에 울려 퍼지는 불경소리에 두 손을 모읍니다. 마음이 가라앉는 순간입니다. 마치 부처님의 목소리 같습니다.

부처는 이렇게 말합니다. 온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라 말입니다. 그리고 미워하지 말고 자비를 베풀라고 말입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사랑으로 가득한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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