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32) 목소리 낼 곳 찾기 힘든 2030세대...더 많은 ‘청진기’ 시도 있어야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년들의 솔한 이야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2020년 7월 28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
2020년 7월 18일 한국일보 주말판 1면 캡처. 뉴시스 사진 / 제4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조직위 발대식이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널널한 국회의원 석과 달리 주인공이어야 할 청년들은 좁은 계단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모습.  

지난 18일 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날 한국일보 1면에는 <의원들만 ‘거리두기’.. 청년들은 ‘다닥다닥’>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지면을 장식했다.

‘제4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조직위원회 발대식 행사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는 내용이다. 행사에 참석한 의원과 내빈들은 빈자리를 두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행사의 주인공인 청년들은 빼곡하게 통로 계단을 채우고 앉아있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아직 여전한데 꼭 이런 방식으로 행사를 했어야 하는가는 제쳐두더라도, 청년이 주인공인 행사에서 의전에 치우쳐 정작 청년들은 통로 계단에 쭈그려 앉아있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청년은 사회의 주역이었다. 1960, 70년대에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에 앞장섰으며, 80년대에는 민주화의 선두로 사회변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 사회에서 청년들은 ‘불쌍한 아이들’이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전체 인구 중 2030세대의 비율이 30%을 넘어서지만 정작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곳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제주지역은 괜찮을까? 일간지, 인터넷신문, 방송을 통틀어서도 필진이나 시청자 위원 중 2030세대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정책과정에서도 청년들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행정당국에는 수많은 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원 중 2030세대는 극소수다. ‘위원회에 청년들을 위촉하기 위해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청년 주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는 고정 레퍼토리가 되고 있다. 그 만큼 청년들이 주체로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주체성을 갖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청년들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꿈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세상 속에서 그들의 절망은 사회 곳곳으로 스며든다. 사회 현장 곳곳에서 인재를 찾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삶의 경험이 짧고, 그만큼 전문성 등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청년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이고 그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청년들이 부족하더라도 끊임없이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 이 일은 공공, 민간, 언론 곳곳에서 벌어져야 한다.

그래서 [제주의소리] ‘제주청진기’는 새로운 시도였다. (청진기는 청소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용의 부족함이 있었을 수도, 다양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만큼 제주지역의 청년들이 경험을 쌓기도, 다양한 주체가 형성되기도 어려운 환경인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

‘제주청진기’와 같은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들이 많다면 그 속에서 더 많은 청년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글을 끝으로 작년 6월부터 1년여간 이어졌던 '제주 청진기' 1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제주 청진기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주 청진기에 함께해주신 강나루, 강보배, 김명지, 김현지, 박경호, 현우식 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편집자]

강보배는?

만 30세.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소년교육, 청년정책, 사회적경제,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제주'를 꿈꾸며 활동해왔다.

지금은 노마드처럼 전국을 다니며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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