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김태환 지사의 ‘도민을 보는 눈’에 대해 말한다

▲ 고유기 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 김태환 지사

김태환 지사가 오늘(1일) 아침 직원 전체 정례조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도민갈등을 화합으로 가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찬·반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모적인 논쟁은 도민의 역량을 소모하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는 해군기지 관계는 일단 도의 결심은 선 것 아니냐"는 말씀도 하셨던 모양이다.

 

찬반갈등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소모적’이다?

그러니까 도지사께서는 어쨌든 결정했으니, 더 이상의 찬반논쟁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소모적인 것이고, 결국 도민역량이 소모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도지사가 결정하면 따라오면 되지, 뭘 더 따지냐 하는 식이다. 필자가 삐딱하게 곡해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한 번 되짚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속한 도민반대대책위는 해군기지 문제를 찬반을 떠나 제주사회의 사회적 합의모델의 전범(典範)이 되길 희망했다. 그런 취지로 ‘다자간협의체’를 제안했고, 이에 성실히 임하고자 했다. 더구나 특별자치도법상에 사회협약위원회 구성근거가 있고 보면, 당시 도지사가 의지만 있었다면 이는 한 번 해볼만 했다.

그러나 도지사는 협의체내에서 최소한 도가 생각하는 해군기지 로드맵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그것도 찬반대표가 공히 요청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유야무야 협의체 자체를 무력화 시켜버렸다. ‘도민화합위원회’라는 것도 있다. 물론 중간에 이의 구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도민화합을 위해 존재하는 도의 공식기구 아닌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 걱정의 목소리라도 내본적이 있는가?

도민화합위원회 운영에 쏟아부은 도민혈세가 얼마인데, 이럴때는 완전 꼬리내리고 낮은 포복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에 대해서는 이해할만 하다. 워낙 기대조차 안했지만 도정이 하는 식이 늘 뭐 만들어놓고 폼잡다 정작 닥친 해당사안에는 물타기만 해왔으니까.

도민갈등을 위하여(!) 할 일은 다해 놓고, 이제와서 화합?

그런데 이것은 좀 문제 삼아야 겠다.

도대체 누가 갈등을 조장했는가? 도의회 의장이 직접 만나 여론조사 발표자제를 공식요청한 바로 1시간후에 발표해버리는 것, 이것이 도민화합을 위한 일이었나? 100명도 안되는 평화적 시위대를 경찰력을 동원해 무차별 강제진압한 것이 도민화합을 위한 일이었나? 필자를 포함해 2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도청 현관앞에 모습을 보이자 문부터 잠궈버리는 행태가 도민화합을 위한 일이었나? 천주교 사제들과 개신교 목사님들의 집단단식 현장에 가서 고작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이 도민화합을 위한 일이었나?

마을 안에서 가족간에 친척간에, 이웃간에 안타까운 반목과 폭력마저 일어날 정도로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을때, 도지사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한 일은 무엇인가? 사실상 내부적으로 이미 기지건설을 전제해놓고, 여론조사니 뭐니 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게 누구였나?

할 것은 다해 놓고(아니, 딱 한 가지 안한게 있다. 도민갈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논란과 갈등은 키울대로 키워놓고, 이제 와서 “도의 결심은 선 것 아니냐” 하면서 화합하자고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도지사가 당당하게 결정하라고 할때 하지도 안했으면서. 이제 와서 도민 1,500명 답변에 의존해 결정이라고 해놓고, 결심이 섰으니 화합하자고 하면 너무 세련되지 못한 모습이 아닐까? 이건 도민을 계도와 훈육의 대상쯤으로 보는 관료권위주의 시대의 시각일 뿐이다. 이게 촌스럽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안다.

최소한 불법부당한 일만큼은 하지 말아야

말나온 김에 좀 더 해야겠다.

아무리 이면에서 기지건설을 도모했든,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든, 그리고 이제와서 화합을 외치시든 또 다시 다 이해할 만하다. 그게 지금 도정의 수준이니까. 그래도 최소한 행정의 정상성, 즉 합법성과 불편부당의 중립성 정도는 지켜줬으면 참 좋겠다. 오늘 신문 보니까 3억원에 이르는 용역비를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면서 용역사전심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 이거 불법 아닌가?

해군기지 문제만 해도, 여론조사 하면서 9천만원 들었던데, 이를 지방자치학회에 위탁한다면서 별도로 2천만원을 줬다. 그 2천만원은 도대체 무슨 비용일까? 도민혈세 이렇게 쓰는게 정상적인 걸까? 

이제 와서 얘기지만, 조례운동본부가 주민참여기본조례를 근거로 청구한 ‘제주해군기지 주민의견 수렴방식과 일정’에 대한 정책토론회청구건도 그렇다. 도의 여론조사 계획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인만큼, 최소한 이 청구건에 대한 검토가 끝날때까지는 여론조사를 잠시 미뤄두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런데 여론조사는 시작해놓고 이의 답변을 회신하는 식의 모습은 처음부터 받아줄 생각조차 없었음을 보여줄 따름이다. 이게 정상적인 행정인가?

여론조사 결과 발표할때도 우선 도청출입구부터 모두 폐쇄시켜놓고 전격적으로 시행했는데, 도대체 뭐가 그리 두려웠던걸까? 이게 불편부당한 행정의 모습인가?

오늘 직원조회때 지사님께서 자연유산등재건도 언급하셨던데, “올림픽 개최하는 것 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하셨다. 자연유산 등재과정에 보여줬던 도행정의 스토리도 한 번 얘기해 볼까?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결정이 잘됐든, 잘못됐든 제발 절차만이라도 좀 정상적이길 바란다.

‘화합’하려면, 다시 도백으로 돌아오시길

기지건설 결정이 잘한 일이든, 못한 일이든 일단은 제쳐놓자.
지사께서는 제주도지사가 누구를 위한 도지사인가 하는 세간의 목소리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왜 5월에 꼭 결정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 답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거 지사님의 판단이시라는 거 믿는 사람 별로 없다. 꼭 5월에 결정해야 한다면 도민의 입장에서 판단근거를 주셔야 하는데, 그냥 ‘오래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오래된 사안이므로 이제 결정할때가 된거 맞을 수도 있다.

기왕에 그렇다면, 그런만큼 충분하게 검토하고 조사하고 토론해서 제대로 결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 시간이 좀 필요하면, 그 시간을 어느 정도 필요한지 보여주고 그래서 그 때가 결정시기다 이렇게 가는게 상식으로나 논리로나 맞는 얘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꼭! 5월이라니? 도민들은 여전히 70%정도가 정보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꼭 5월이라니!

이것은 해군의 건설일정에 맞춰준것이다. 즉, 도지사께서는 도민의 요구보다는 국방부와 해군의 일정을 더 존중하신 것이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화합하자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발 ‘도백’으로 돌아오시길.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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