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초청 ‘온라인 콘서트’ 개최

온실가스로 지구 기온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교육'이라는 조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11일 오후 5시 30분부터 제주국제교육원 세미나실에서 온라인 공감 콘서트 ‘기후위기, 거대한 가속에서 담대한 전환으로’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코로나19를 고려해 초등학교, 중학교 교원 10여명만 참여했고, 유튜브로도 실시간 중계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역임한 조천호 대기과학자를 강사로 초청했다. 조 전 원장은 다양한 통계 자료를 통해 현재 전지구적으로 벌어지는 기후변화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설명했다.

요약하면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기후변화 위기는 인간의 힘으로 대처할 수 없는 ‘회복과 통제가 불가능한’ 심각한 위험을 지구 전체에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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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은 11일 기후위기 온라인 공감 콘서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1950년 이후 지구는 ‘거대한 가속’으로 부를 만큼 빠르게 성장해왔다. 인구, GDP, 비료 소비, 에너지 사용, 대형 댐, 물 사용, 교통, 통신 모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만큼 이산화탄소, 성층권 오존, 지상기온, 해양 산성화, 새우 양식, 연안 질소, 육상 생물 멸종 같은 부작용도 급속도로 상승했다. 경작지는 기술 발전으로 효율이 높아지며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조 전 원장은 유리 접시 미생물 실험에 비유했다.

그는 "접시 속에 영양분을 넣으면 미생물 한 마리는 2마리가 되고, 이어 4마리, 8마리, 16마리, 32마리로 빠르게 증식한다. 접시 절반을 채울 때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절반이 되면 순식간에 가득 찬다. 영양분을 모두 고갈한 미생물은 사망한다. 현재 인류가 이런 상태다. 이런 속도라면 20년 뒤에는 자연 생태계 생물 총량을 이미 초과한 인간 생산 물질 용량이 지금의 2배가 된다. 지구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인간은 찬란한 문명을 만들었지만 지구 시스템은 그 문명으로 붕괴된다”고 강조했다.

태양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에너지는 다시 우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화석 연료를 통해 발생한 온실가스는 태양 에너지의 배출을 막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산업 혁명 이후 인간 문명은 화석 연료를 태워 전체 온실가스의 0.01%를 늘렸다. 그러나 0.01% 때문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1초에 5개 터지는 만큼의 에너지를 우주로 보내지 못하고 지구에 남겨진다”고 우려했다.

결국 그만큼의 에너지는 대부분 바다가 흡수하면서 수온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42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최근 1만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4도가 상승했는데, 인간 사회는 100년만에 1도를 올렸다.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비례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생태계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무엇보다 극단적인 기후를 유발한다. 즉, 지구 스스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망가진다는 의미다. 극단적인 기후는 가뭄, 기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류 포함 모든 생명의 생존을 위협한다.

1750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각종 통계들. 출처=조천호.

조 전 원장은 급격한 기온·수온 상승은 지구를 ‘찜통 계곡’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한번 넘어지면 바닥까지 굴러 떨어지는 계곡처럼 지구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해진다는 비유다. 188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구 기온은 1.1도까지 계속 상승했는데, 1.5도를 넘어서면 급격히 기후 문제가 확산되고 2도는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 전 원장은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2010년 러시아는 가뭄으로 밀 작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밀 수출을 줄였다. 가격 역시 60~70% 가량 상승했다. 이 문제는 주변 국가들의 식량 문제로 변화했는데, 특히 아랍권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 난민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유럽으로 향했고 유럽 각국에서 난민 문제가 벌어졌다.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피력했다.

특히 기후변화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준은 바로 ‘공정성과 정의’라고 방점을 찍었다. 

조 전 원장은 “2008년 기준 인간이 생산하는 전체 식량 중 1/3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전 세계에서 14만명은 비만에 시달린다. 그런데 8억4000만명은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지구 온난화로 유럽, 북미 등 국가들은 이익을 얻고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권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은 유럽, 북미권이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소득 상위 1%가 이산화탄소 전체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소득 상위 10%는 무려 배출량 52%에 달한다. 결국 온실가스 문제는 전 세계가 전부 줄이는 게 아닌, 누가 더 많이 책임져야 하는지 구분해야 한다. 공정과 정의 문제”라고 피력했다.

특히 “현재 기성세대들은 이미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여러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어린 미래세대들은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편익 없이 부담을 안고 처리해야 한다. 기후변화 위기는 정의롭지 않은 세상 속에서 만들었기에 정의로운 세상이 만들어야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1년 만에 산업 구조를 전시 체제로 바꿨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절박함 앞에 변화가 가능했다. 기후변화 위기는 이 같은 절박함으로 대응해야 한다. 담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단순한 수정·보완이 아닌 지금까지의 방식을 과감히 버려야 기후 문제를 해결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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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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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전경. ⓒ제주의소리

더불어 "선진국은 재생에너지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2019년 기준 전 세계 신규 에너지의 72%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상태다. 발전 단가도 10년 전에 비해 70%에서 89%까지 떨어뜨릴 만큼 기술 발전도 빠르다"면서 "그런데 대한민국은 10년 동안 자원 외교, 녹색 성장 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현 정부가 뒤늦게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실제 조치는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진국이 재생에너지로 100% 생산한 제품이 아니면 수입하지 않거나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사다리 걷어차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후변화에 대해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제주도교육청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했다. 댓글로 질의응답도 가졌다. 조 전 원장은 ‘기후변화 위기를 눈앞의 문제만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위기 의식을 기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인류는 문제를 미리 인식해서 대응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물 오염, 대기 문제 모두 문제가 벌어지고 나서 빠르게 대응했다. 그랬기에 인식을 기르는 기후변화 위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석문 교육감은 시작에 앞서 "이번 온라인 공간 콘서트가 당장 10년 이내 행해야 할 것들, 그리고 학교 교육 과정에서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불편함 너머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튜브 생중계 화면. ⓒ제주의소리
유튜브 생중계 화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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