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폭설 내린 제주, 눈썰매·설경 몰려든 인파 거리두기 ‘뒷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5인 이상 집합금지, 해맞이 명소 폐쇄 등 강력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이 한라산 설경을 보기 위해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모여들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제주도민 A씨는 제주시 산록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도로 군데군데서 사람이 서 있는 데다 무분별한 갓길 주정차가 이뤄져 신경이 곤두섰다. 평소 갓길 주정차가 만연하게 이뤄지는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던 A씨의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얼마 가지 않아 갓길에 트럭을 세우고 썰매를 판매하는 업자를 볼 수 있었던 것. 갓길에 트럭을 세워둔 채 장사에 열을 올렸고, 사람들은 썰매를 타기 위해 모여들었다. 

썰매를 사기 위해 도로를 무시한 채 트럭에 몰려든 사람들. 사진=독자제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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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금지가 적혀있는 빈 목장에서도 썰매를 타려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진=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어승생 삼거리를 비롯한 한울누리공원 등 산록도로 곳곳서는 양쪽 갓길이 차들로 메워졌고, 주차를 위해 불법유턴을 일삼는 운전자들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도 벌어졌다. 

A씨는 “집에 있는 사람들은 썰매 타는 법을 모르고, 눈사람 만드는 법을 몰라서 안 나오는 것이 아니잖나”라며 “제주도에서 특별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겨울스포츠시설 이용도 금지하는 상황에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분명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 등 제주도가 발표한 조치에는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함께 ‘눈썰매장 등 겨울스포츠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포함됐다. 

심지어 전국적으로도 스키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 등 겨울스포츠시설 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이 같은 조치를 무시하듯 사람들은 집합이 이뤄지는 것을 아랑곳 않고 나만의 겨울 추억 만들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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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모임 금지’와 함께 ‘눈썰매장 등 겨울스포츠시설 집합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눈썰매를 즐기러 나와 있다.  [사진=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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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금지가 선명하게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채 사진 촬영에 여념없는 사람들. ⓒ제주의소리

한라산 1100고지의 경우 설경을 만끽하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면서 도로로 튀어나온 갓길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교차 통행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도로가 마비됐다. 사람들 역시 통행을 위해 차도로 걷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일부 인원들은 몇 겹으로 막아둔 출입금지 팻말과 밧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바닥 가득 쌓인 눈에는 사람 발자국으로 가득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갔는지 알 수 있었다.

자연공원법 제28조 1항에 따르면 ‘제한되거나 금지된 지역에 출입하거나 차량 통행을 한 자’는 국립공원 안에서의 과태료 부과기준에 의거 1차 적발 시 10만원, 2차 30만원, 3차 50만원이 부과된다.

또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은 반드시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유의사항이 나와 있는 만큼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점에서 불법인지도 모를 행위를 자처하면서까지 추억을 남기고자 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의견이 따른다. 더군다나 통행을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답답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면 개인별 방역 수칙과 정부와 제주도가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지켜야 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마음보다 나로 인해 피해 받을 누군가를 생각하고, 코로나19 상황을 빨리 끝내기 위해 동참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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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든 인파와 주정차로 인해 한쪽 도로는 제기능을 잃고 경찰의 통제를 받아야만 했다.  [사진=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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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장 이용 금지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썰매를 가져 나온 뒤 눈썰매를 만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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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산록도로 곳곳에 펼쳐진 공터에선 썰매를 타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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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1100고지 휴게소 주차장이 차량으로 가득찬 모습. ⓒ제주의소리
1100고지 일대는 무분별한 갓길 주정차와 몰려든 인파로 인해 도로가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1100고지 일대는 무분별한 갓길 주정차와 몰려든 인파로 인해 도로가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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