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 전 국회의원은 ‘열린시학’ 지난해 겨울호에서 제10회 한국예술작가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선작은 ‘수국’ 외 9편이다.

이지엽·유성호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섬세함과 동시에 따사함이 묻어나는 시 정신에 사물의 본질에 다가 앉으려는 진지한 노력과 궁구(窮究)의 정신을 볼 수 있다”며 “김재윤의 시는 서정시가 개인적 경험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보편적 생의 이치를 노래하는 양식임을 선명하게 알려준다”고 호평했다.

눈 내리는 방
김재윤

어머니는 새로 산 시계를 형님 팔목에 채웠다

마당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형님이 읽었던 책을 태웠다
등에 업힌 눈이 하염없이 훌쩍였다

아무 말 없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형님이 입었던 옷을 태웠다
등에 눈물로 끌 수 없는 불이 번졌다

“날도 추운데 왜 나오셨어요”
“날이 춥다 어서 방으로 가자”

형님 제사가 끝난 뒤
촛농 묻은 촛대를 몇 번이고 닦았다

남아 있는 책들

어머니는 탁상시계 태엽을 감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김재윤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를 쓴다고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얻는 것이 잃는 것이고 잃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다. 욕망이 나를 갉아먹어 나 ‘없음’과 사랑이 나로부터 샘솟아 나 ‘없음’을 아는 사람이다. 살려고 시를 쓰고, 죽어라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김재윤은 제주도 서귀포시 출생으로 탐라대학교 교수, 제17·18·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세한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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