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발파 8주기를 맞아 제주해군기지에 무단 침입한 뒤 실형에 처해진 평화활동가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에 1만5000여명이 동참했다.

시민사회단체 성서한국 등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활동가 송모(63)씨에 대한 선처를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서명에는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비롯해 위성곤 국회의원, 김이서 전 헌법재판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우리는 전쟁과 폭력에 맞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평화운동을 전개해온 송씨를 지지하는 사람들로서 그가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평화운동가 그리고 평화신학자로서 피고인이 걸어왔던 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송씨는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동티모르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인도네시아 아체 내전의 피해자들, 그리고 지진피해를 당한 아이티와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 방글레시아 로힝야 난민들을 돕는 일에 온전히 투신해 왔다"며 "그런 평화운동의 일관된 여정 가운데 심지어 절차의 공정성마저 확보하지 못한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제주 강정마을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는 신학자이자 영성가로서 강정마을에서도 구럼비 발파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강정사람들의 평화의 상징이었던 구럼비 바위 위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기도를 드렸다"며 "그곳에서 그는 세계평화의 섬 제주도가 군사기지 없는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되도록 기도했고, 강정마을 공동체가 진실 안에서 화해하고 회복되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특히 "송씨는 지난해 3월 7일 강정사람들의 안식처인 구럼비가 발파된 지 8주년을 맞아 아직 해군기지 내 남아있는 구럼비 바위를 찾아 그곳에서 잠시나마 기도를 드리기 원했다. 그래서 해군에게 여러차례 공식적인 방문신청을 했지만, 그에 대한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결국 해군의 무책임한 침묵 가운데 송씨는 기지 철조망을 훼손하고 기지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대변했다.

이들은 "그는 약 1시간 30분 동안 기지 안 깨진 구럼비의 흔적 위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만 드렸을 뿐, 군에 대한 어떤 위해적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그를 발견한 군과 경찰도 단순 퇴거 조치만을 취했다"며 "송씨는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거나 군에 특정한 위해를 가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진정 어린 평화활동을 고려한 판결을 통해 평화의 가치와 그 평화를 위한 활동이 얼마나 고귀하고 존엄한 것인지를 우리 사회에 가르쳐 달라"고 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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