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 뉴스-함께 사는 길] "결국은 핵발전소 문제…멈춰야 막을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는 관계 각료 회의 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기본 방침을 결정하고 공식 발표했다. 물론 지금 당장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아니고,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출 농도, 방출 기간 등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인·허가 및 설비공사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방출은 2년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는 일본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의 반대도 극심한데, 일본 정부는 결국 독단적으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 일본의 스가 총리가 취임 후 처음 후쿠시마를 방문해 방사능 오염수가 담긴 병을 들고 "마셔도 되느냐?"라고 질문하고 있다. ⓒ일본총리관저

방사능 오염수 발생 및 저장 현황 

방사능 오염수는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원자로 내 주입되는 냉각수와 빗물, 지하수가 핵연료와 만나 만들어지는데, 매일 약 140t(2020년 평균)이 발생하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뒤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약 125만㎥(도쿄돔 약 1개분에 해당, 2021년 3월 기준)를 보관하고 있다. 현재 원전 부지는 최대 약 137만t을 보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2024년이면 현재의 탱크 저장 부지에는 더 이상 탱크를 세울 곳이 없다.

게다가 도쿄 전력은 사고 초기 방사능 오염수를 빨리 저장하기 위해 공사 기간이 짧은 볼트형 탱크를 차례로 건설했는데 내구성이 떨어지는 탱크 탓에 오염수가 새는 사고가 이어졌다. 현재는 내구성이 좀 더 강한 용접형 탱크에 오염수를 옮겨 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늘어만 가는 오염수와 누수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기존의 저장탱크 등 방사능 오염수는 일본 정부의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오염수의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 잔류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에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물질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보관 중인 125만t의 오염수 중 71%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스트론튬의 경우 기준치 100~2만 배 포함된 오염수 6만5000t이 존재하고(2019년 3월) 있다.

문제는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에 대한 보고서가 도쿄전력 홈페이지 내에서도 제각각으로 발표되고, 경제산업상에 보고하는 보고서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오류가 단순한 실수인지, 의도적인 왜곡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방사능 오염수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도쿄전력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방사능 오염수를 물로 희석해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바로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보관 중인 125만t의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2차 정화작업 후 물로 희석하여 배출 기준치 미만으로 30~40년 배출할 계획을 세우고, ALPS가 제거하지 못하는 삼중수소와 탄소14 등의 핵종은 가능한 한 물로 희석해 낮게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차 정화작업을 실행하겠다고 했으나, 정화작업을 실시한 뒤에도 보관 중인 오염수의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잔류하는 ALPS의 성능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2차 정화작업을 실시하면 현재 잔류하는 방사성 물질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출할 때 농도와 배출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저 배출 기준치 이하의 낮은 농도로 안전하게 배출하겠다는 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다. 

2차 정화작업의 결과도 불확실하지만, 방사능 오염수를 아무리 희석해 버려도,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해양 방류해도 저장 탱크 줄지 않아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2024년이면 저장 부지가 부족해 오염수를 해양 배출하고, 오염수 배출 후에는 탱크를 해체하여 ‘새로 필요한 시설의 부지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탱크 약 1000개에 약 125만t의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다. 도쿄전력의 저장탱크 정비계획에서는 오염수 용량의 여력은 약 12만t밖에 없는 것으로 적혀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기본 방침에 따라 오염수는 30~40년 정도에 걸쳐 방출된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방출량은 4만6000t 정도가 되는데, 현재 ALPS로 정화 처리되는 방사능 오염수 양이 연간 약 5만1000t이다. 방사능 오염수가 일본 정부의 방출 계획량보다 약 5000t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태풍이 오거나 비가 많이 내릴 경우 오염수 발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여유분 확보도 필요하다.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를 보관할 부지가 없어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오염수 저장탱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앞뒤 안 맞는 주장이 여기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탈핵시민행동은 지난 4월 13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이후 우리 정부는 그간의 소극적 대응에서 태도를 바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국제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 처리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주장도 함께 했다. 

그러나 IAEA는 원자력계의 입장을 대변하던 국제단체이고,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연간 피폭량을 1밀리시버트에서 20밀리시버트로 상향하며 후쿠시마 현민을 귀환곤란지역으로 밀어 넣는 일본에게 단 한마디 경고도 하지 않던 곳이다. 이런 단체를 중재자로 삼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는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제 소송을 통한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4월 13일 미일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과 IAEA가 일본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의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섣불리 소송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기보다는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수입금지 등 외교적, 정치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은 핵발전소의 문제 

IAEA와 국제 사회에서 대체 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늘 배출해 왔다. 핵실험, 핵발전소와 핵재처리 공장 등 핵시설에서는 끊임없이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다. 고체 상태의 핵폐기물은 드럼통 같은 별도 용기에 담아 장기 보관하지만, 액체나 기체 상태의 핵폐기물은 농도를 낮춰 하천이나 바다, 대기 중으로 내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명분으로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우리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고 싶다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규탄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핵발전소를 운영하며 얼마나 많은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는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스스로 핵발전소를 통한 방사성 물질의 배출을 줄이고, 핵발전소를 멈춰야만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아낼 수 있다. /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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