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긴급좌담회] 생산적 갈등 6년, 제주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모색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한 최종 반려 결정을 내리면서 2015년 11월 입지 발표 이후 6년간 이어져 온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둘러싼 도민사회의 갈등은 아직 온전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지난 6년의 갈등이 결코 소모적 시간이 아니라 생산적 과정으로 평가돼야 하고, 향후 항공인프라 확충 논의에서 무엇보다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26일 오후 3시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를 주제로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에 따른 긴급좌담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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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제2공항 긴급좌담회에 참여한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 진희종 시사평론가(왼쪽부터)ⓒ제주의소리

이날 좌담회는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의 진행으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박찬식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 진희종 시사평론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형식은 반려…내용은 부동의 ‘제2공항 무산’ 수순

이들은 '제2공항' 또는 '신공항' 등 새로운 공항 건설만을 필수조건으로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의 사회·환경적 수용능력과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반영된 '항공인프라 확충'이라는 본래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향후 항공인프라 확충을 위한 활발한 대안 논의는 필요하되,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제주도가 수용 가능한 적정 항공수요를 예측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이에 대한 도민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국회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이 전화연결을 통해 제2공항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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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3시 제주의소리 간이스튜디오에서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 긴급좌담회'. ⓒ제주의소리

박찬식 대표는 환경부에 의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 결정된 것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반려지만, 내용적으로는 제2공항 사업을 추진했을 시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부동의' 사유에 해당했다"며 "이미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2~3차례의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나름 심혈을 기울여 조사했음에도 해소되지 못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문제는 그동안 제2공항 최적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류 문제를 비롯해 소음피해, 숨골문제 등 중요한 항목들이 아예 평가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그동안 입지 선정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환경부의 결정에 해석을 덧붙였다.

  도민은 개발보다 삶의 질에 더 큰 가치 부여

강영진 원장은 이에 더해 제2공항 사업이 시민운동을 통해 국책사업이 무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강 원장은 "시민에 의해 국책사업이 많지는 않아도 드물게 있었다. 그동안 부안 원전 방폐장, 삼척 원전 등이 주민 반발에 의해 유치되지 못한 케이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제2공항은 사례가 다르다. 방폐장이나 원전은 명백한 기피시설이고, 위험시설인데 제2공항은 편익을 증진하는 시설이었다는 점"이라며 "이전의 지역개발 사업은 지가상승과 소득 개발에 목적이 있었다면, 현재 제주도민들은 그보다 더 높은 가치인 삶의질, 환경, 지속가능한 삶을 중시하는 결과를 보였다. 아주 새로운 21세기형 공공갈등 양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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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3시 제주의소리 간이스튜디오에서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 긴급좌담회'. ⓒ제주의소리

1980년대 제주 시민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진희종 평론가도 "경제적 이익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도민사회가 수용했다는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진 평론가는 "최근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국가정책과의 충돌이 제주해군기지 문제였는데 그때와도 다른 측면이 있었다. 결국 정부의 사업은 제도권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성산읍 주민들이나 반대위 소속원이 여러가지 정치적 영향력을 잘 견인하고 소통한 것도 하나의 중요한 성과의 토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정석비행장 새로운 대안될까? 

최근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석비행장 활용안'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정석비행장 활용안'이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는 오영훈 의원도 유선을 통해 의견을 전했다.

오 의원은 "환경부의 반려 결정 이전부터 제2공항이 추진되든 무산되든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갈등 해소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갈등해소가 어렵겠다고 봤다. 그래서 직접 정석비행장을 방문해봤고,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정책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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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국회의원(민주당, 제주시 을)과 송재호(민주당, 제주시갑) 위성곤(민주당, 서귀포시) 국회의원 등 제주 지역구 세 의원은 오는 29일 '정석비행장 활용 방안'을 놓고 토론회를 예정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 의원은 "정석비행장은 이미 2.3km의 활주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도 충분히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지적됐던 안개일수 문제, 항공공역이 겹치는 문제는 전문가 판단이 필요하다. 판단 후에 충분히 가능하다면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정석비행장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토지 매각 협상은 오히려 순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갈등해소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의 대안 제시와는 별개로 토론 패널들은 우려를 표했다. 구체적인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항공수용력을 늘리는데 대한 도민합의를 이끌어내는게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경적·사회적 수용력 도민합의가 우선

강 원장은 "정석비행장이 대안으로 제시되는건 기술적인 대안 이전에 정서적인 대안 제시 측면이 크다고 본다. 제2공항이 무산될 경우 도민들의 허탈감을 우선 채워줄 필요가 있어 그 쪽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2공항이 오늘의 사태에 이른 것은 환경적인 벽을 넘지 못해서다. 이미 만들어진 비행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적 측면에선 유리한 대안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더 중요한건 제주도의 환경적·사회경제적 수용력을 감안할 때 대안을 먼저 검토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대안검토 이전에 제주의 연간 방문객이 어느정도 들어오는지를 정하는게 최우선이다. 그 이후에 인프라 충당하자는 식으로 가야지, 전제조건이나 배경 검토 없이 정석비행장이 대안으로 검토되는건 국토부가 사업을 추진하다가 오늘 이 지경에 이른 것과 비슷한 흐름이 될 우려가 있다"고 냉철한 분석을 덧붙엿다.

26일 오후 3시 제주의소리 간이스튜디오에서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 긴급좌담회'. ⓒ제주의소리
26일 오후 3시 제주의소리 간이스튜디오에서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 긴급좌담회'. ⓒ제주의소리

박 대표도 "제2공항 관련 핵심 쟁점은 제주의 환경수용력, 과잉관광과 난개발로 제주다운 모습을 잃고 있지 않나,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는가의 문제다. 그런 것이 엄중하게 평가되고, 제주가 가진 환경자원의 가치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조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진 평론가는 "서귀포 출신으로 서귀포 시민들이 제2공항을 찬성하는 정서적 배경을 이해하는 편이긴 하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결국 안전 문제가 걸려 있다. 성산 입지가 산남이다보니 산남 주민 입장에서는 대규모 국책사업 되면 경제적 효과도 있겠고 지역발전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러한 기대는 비행장 하나 더 짓느냐 마느냐가 핵심 쟁점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안에 대한 검토와 동시에 제주지역 생태적 취약점 고려해 적정 수요가 어느정도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게 우선"이라고 궤를 같이 했다.

  내년 대선·지선 '제2공항 대안 제시' 정치권 신중해야 

패널들은 내년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신중한 태도를 당부했다.

진 평론가는 "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분들이 많았다가 짧은 시간에 반대가 더 늘어난 것을 보면 제주도민들은 환경수용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우려스러운 것은 다음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현실을 무시하고 성산 제2공항과 관련한 공약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시점에서 갈등 여지를 갖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2공항 프로세스 동의하고 참여했던 원희룡 지사가 결과를 부인하는 것은 갈등 봉합하고 치유해야 하는 책임자가 상당히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지역 정당에서 깊이 숙고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 대표는 "가능하면 후보들이 공항인프라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현재 제주가 어떤 상태에 있고, 우리가 가진 힘이 뭐고, 강점이 뭐고, 우리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도민적인 공론화 합의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며 "최소한의 기초를 만드는 과정을 거친 후에 체계적이고 심화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섣부른 방식을 제기하기 보다는 그런 논의를 도민들과 함께 해나가겠다는 약속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 원장은 "선거 주자로 나설 리더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게 되면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국토부가 해온 잘못을 재현할 수 있다"며 "후보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고,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주면 된다. 도민들이 공항과 관련된 환경이나 삶의 질, 제반 환경의 문제에 대해 '공무원이 할 일, 도지사의 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선거에 임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긴급좌담회는 참석자 개인 방역은 물론, 패널 간 비말 차단을 위한 투명 가림막 설치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모든 과정은 [제주의소리]의 소리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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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3시 제주의소리 간이스튜디오에서 '생산적 갈등 6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도민이 함께 찾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반려 긴급좌담회'. ⓒ제주의소리

다음은 좌담회 요지.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 -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환경부의 반려 결정이 왜 제2공항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인가? 환경부의 반려 사유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국토부 입장에선 다시 재추진할 여지는 없는 건가?

박찬식 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 - 반려 사유는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낸 근거 그대로 인용했다. 크게 보면 조류 문제, 소음 문제, 법정보호종 문제, 숨골 문제, 네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조류 문제는 이 지역이 철새도래지 벨트다. 그로 인한 조류 충돌 위험으로부터 항공 안전을 확보하는 문제, 환경적 가치가 높은 철새도래지 포함해 조류를 보호하는 문제가 양립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소음 같은 경우 남쪽으로 80% 이착륙한다는 것 자체에 오류를 제기한 것 아닌가 싶고, 지나치게 적게 소음 피해 면적이 지나치게 적게 산정된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보인다. 멸종위기 서식 확인에 따라 어느정도 예측이 되고 대책이 있느냐 하는 부분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숨골 문제인데, 그동안 저희가 문제 제기 하기 전에는 검토도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마지막에 주요 현안이 돼 숨골 보전 가치가 제시돼있지 않다는 정도의 내용이다. 이 네 가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나왔을 때부터 2년 넘게 2~3차례 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나름 심혈을 기울여 조사하고, 숨골은 한국건설기술원에 용역까지 줘서 검토했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반려지만 내용적으로는 이 사업을 추진했을 경우 그 지역의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부동의' 사유에 해당한다. 내용적으로는 부동의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 다시 형식적으로는 반려했으니까 요건에 맞춰 재작성할 여지가 존재하지만 내용적으로는 2~3년간 준비했던 것을 보완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국토부가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성산 지역이 환경적으로 공항이 들어올 입지가 아니라는 환경부의 평가를 통해 매듭지어지게 됐는데 문제는 그동안 처음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 중요한 항목들이 아예 평가에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지 선정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김봉현 국장 - 법적으론 ‘반려’이나 재추진에는 이번 반려된 사유들을 보완하기 어려운 다양한 현실적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므로 현 성산읍을 부지로 한 제2공항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일각에선 ‘백지화’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제2공항 건설계획은 국책사업이다. 성산읍 내 일부 지역주민들의 시작한 반대 운동이 결국 국책사업의 무산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다양한 국책사업 추진 과정의 여러 갈등 사례가 있었는데 이 사례 중에 시민운동으로 국책사업이 무산되거나 백지화된 사례가 있었나? 제주 제2공항 반대 운동 사례는 대한민국 시민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 많지는 않지만 드물게 있다. 부안 원전 방폐장. 참여정부 시절 부안군에 원전 폐기물을 영구저장할 수 있는 방폐장을 추진했는데 부안군민들이 부지로 선정되자 들고 일어나 반대하면서 1년 반 가량 엄청난 민란, 제2의 광주항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폭발적인 양상의 반대가 있었다. 주민 다수가 반대한다는게 확인이 되니까, 노무현 대통령도 당초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 했는데 민심에 밀려 백지화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방법을 바꿨다. 주민투표로 주민들의 민심을 확인한 사례였다. 또 하나는 삼척의 경우다. 원전을 추진하려 했는데 주민단체에서 반대해 삼척시장과 힘을 합쳐 반대운동을 하고, 이 역시 비공식 주민투표로 주민 다수의 뜻을 확인해서 원전 유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한 케이스다. 그 정도가 정부 주요 사업 백지화시킨 사례다. 제2공항이 조금 다른점은 방폐장이나 원전은 기피시설이다. 명백한 위험시설인데, 제2공항은 유치하고 싶어하는, 광역 차원에서는 편익을 증진하는 시설인데 제주도민만 특이하게 거부하는 여론이 형성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기피시설은 주민들을 어떻게 규합해서 목적을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울면서 마을을 떠나는 경우인데, 제주는 편의시설 유치하려고 하는 시설을 둘러싼 갈등인만큼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개입된다. 이전의 지역개발 사업은 부동산 지가상승을 기대하고 찬성했다면 제주는 아주 드물게 새로운 21세기형 공공갈등 양상을 보여줬다. 소득개발보다 더 높은 가치, 삶의 질, 환경, 지속가능한 삶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옮겨가면서 그게 도민사회의 다수가 되고, 여론수렴 결과가 나오고, 환경성 문제로 문제를 제기해 국토부 사업 제동에 이르렀다. 지역개발과 소득 증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게 있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추구하는 도민들이 다수였다는 점에서 제2공항 관련 운동이 큰 의미가 있었다.

김봉현 국장 - 결국은 도민 여론조사에서 도민 반대에 부딪혀 주민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이번 반려 결정의 최대 배경이 아닌가 싶다. 지역 시민운동사 관점에서 볼 때 과거 1980년대 말 탑동매립 반대운동이나 1990년대 초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운동이 사실상의 제주시민운동 첫 발이었다고 봅니다. 당시 80~90년대의 학생운동, 시민운동 현장을 진희종 시사평론가도 생생하게 기억할텐데. 당시와 비춰보더라도 이번 제2공항 반대운동은 제주지역 시민운동사에도 큰 전기로 기록될 것 같다.

진희종 시사평론가 - 강영진 박사도 얘기했지만 경제적 이익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도민사회에서 수용됐다는 측면도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5조원 이상이 드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연대해 제지된 상황이다. 성과는 제주지역 시민운동사회 역사적 관점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국가정책과의 충돌이 해군기지였는데 그때와 다른 측면이 있었다. 결국 정부의 사업은 제도권 안에서 풀어야 한다는 점이 있었다. 그랬을 때 성산읍 주민들이나 반대위 소속된 분들이 제도권에 있는 여러가지 정치적 영향력을 잘 견인하고 소통한 것도 하나의 중요한 성과의 토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2019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장관과 3명의 국회의원이 당정협의회 만들고, 제주를 설득해 제주도의회 갈등해소특별위원회 활동이 집요하고 성실하게 이뤄졌다. 이런 성과들이 운동 주체가 제도권과의 소통과 견인, 중요한 요구 중 하나가 아니겠나.

김봉현 국장 - 시민운동사 관점은 물론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제2공항 무산이 주는 교훈,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무시되고 사회적 환경적 수용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는 개발사업은 그것이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결국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던져준 사례로 기록되어야 한다. 다만 제주 제2공항 자체가 도민의 숙원사업은 아니지않나. 현 성산읍을 부지로 한 제2공항 무산으로 도민 숙원인 '항공인프라 확충 방안' 자체가 백지화된 것은 아니지 않나.

박찬식 대표 - 1990년대 이후에. 제주공항은 주 활주로 확장은 있었지만 추가적인 공항인프라 확충 논의가 있었다. 그때는 신공항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지금 현재 공항으로는 관광객 1천만명도 수용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 당시에는 개발사업, 특히 중앙정부 대규모 투자가 갖는 대규모 투자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 사이에 제2공항 논의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제2공항 결정하기 전에 마지막에 있었던 2012년 제주공항 개빌구상 연구 국토연구원에서 있었다. 그때도 2개의 공항은 제주 실정에 맞지 않다, 그래서 현 공항을 닫고, 새로운 곳애 활주로 2개를 짓느냐 등의 방안이 논의돼 왔다. 현 공항은 늘어나는 항공수요 충족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관광객 1000만명을 넘겨 1500만명까지 이미 수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항 짓는 방식으로 대응을 못하다보니 관제탑이나 공항운영시스템을 첨단화해서, 위성이나 데이터통신을 이용해 첨단화하면서 기존공항 수용력 늘려가는 방안으로 움직여 왔다. ADPi가 현 공항 확충 제안을 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항인프라 확충이 없어진 것은 아니냐고 물었을 때, 현재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불편함과 혼란이 있어서 그것을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한다. 다만 관광객 수요 자체를 현재보다 늘리기 위한 확장이 필요한지는 지역사회 논의가 필요하다.

김봉현 국장 - 제2공항 대안 논의 과정에서 대한항공 비행훈련장으로 사용되는 ‘정석비행장’ 활용 방안이 지역 국회의원들 중심으로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정석비행장은 국토부가 2015년 11월 성산 제2공항의 입지를 온평리로 결정할 때 기존 공항과의 공역 중첩문제를 최우선 고려했던 비행장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 지역구의 오영훈 국회의원과 오늘 오전 미리 전화 연결해 관련한 의견을 들어봤다.

오영훈 국회의원(전화 연결) 

김봉현 국장 - 최근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반려 결정을 내리면서 현 성산읍을 부지로 하는 제2공항 건설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영훈 의원 - 그 부분은 아직 국토부가 최종 결정을 해야 할 사안이다. 환경부가 반려했지만 어떻게 할지 결정은 국토부에 있다.

김봉현 국장 - 이와 관련 제주지역 국회의원 3인이 그 대안적 성격으로 ‘정석비행장’ 활용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 관련 토론회도 준비 중인데 정석비행장 활용 가능성 어느 정도 인가.

오영훈 의원 - 이미 환경부 반려 결정 이전에 언론인터뷰 통해 대안 차원에서 언급했다. 제2공항 추진이든 무산이든 어떤 결정을 내려도 갈등 해소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갈등해소가 어렵겠다고 봤다. 그래서 제가 직접 정석비행장을 방문해봤고, 확인하는 작업을 그동안 진행했다. 오는 29일 토론회를 통해 도민들께 보고드리고 의견 구하는 그런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정석비행장은 이미 2.3km의 활주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도 충분히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동안 지적됐던 안개일수 문제, 항공공역이 겹치는 문제는 전문가 판단이 필요하다. 이런 판단을 들어보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면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김봉현 국장 - 정석비행장은 대한항공 조종사 양성을 위한 비행훈련장으로 한진그룹 소유의 사유지다. 국책사업인 공항을 지으려면 부지 매입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대한항공과의 매각 협상이 순탄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부지매입 외의 가능한 방식이 있겠나.

오영훈 의원 - 현행법상 국책사업으로 결정하면 어떤 부지라도 국가가 보상을 통해 매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본다. 특히 성산에 공항을 추진한다고 하면 다 사유지이지 않나. 그런데 정석비행장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 협상은 오히려 순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갈등해소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영훈 의원 전화 연결 종료)

김봉현 국장 - 정석 활용방안이 대로운 화두로 떠올랐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성산읍과 같은 사례로 표선면 주민들이 어떻게 수용할지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석비행장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강영진 원장 - 우선 정석비행장이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대해 이전부터 대안으로 많이 준비도 하고 관심도 갖던 사안이다. 지금 시점에서 강조되는건 기술적인 대안 이전에 정서적인 대안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제2공항이 현재 완전히 법적 행정적으로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래 보이는 상황에서 정서적 공감, 마음의 허탈감을 우선 채워줄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그쪽에 집중하는 것 같다. 또 하나는 환경적 측면이다. 제2공항이 오늘날 사태에 이른 것도 환경적인 벽을 넘지 못해서다. 이미 만들어진 비행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리한 대안은 될 수 있다. 사실 묘한 아이러니는 국토부 의뢰받은 사전타당성 용역이 2단계에서 정석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3단계도 올라갈 정도가 안된다고 보고 탈락시켰다. 공역, 환경성도 낮은 점수였기에 실제 대안으로 가능한지는 전문가 검토 필요하다.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제주도의 환경적·사회경제적 수용력을 감안할 때 대안을 먼저 검토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대안검토 이전에 제주의 연간 방문객이 어느정도 들어오는지를 정하는게 최우선이다. 그 이후에 인프라 충당하자는 식으로 가야지. 전제조건이나 배경 검토 없이 정석비행장이 대안으로 검토되는건 국토부가 사업을 추진하다가 오늘 이 지경에 이른 것과 비슷한 흐름이 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박찬식 대표 - 강 원장의 마지막 발언이 핵심이다. 제2공항 관련 검토위원회 구성했을 때도 핵심 쟁점은 제주의 환경수용력, 과잉관광과 난개발로 제주다운 모습을 잃고 있지 않나,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는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 것이 엄중하게 평가되고 제주가 가진 환경자원의 가치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조사도 필요하다. 그걸 기초로 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도민들이기 때문에 일정 합의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과연 적정 규모가 얼마인지 명확하게 해야 그 다음 대안을 가질 수 있다. 일종의 가치 논쟁이 되다보면 국토부가 추진하는 일정을 맡길 수가 없어서 기술적 쟁점까지 확장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제주의 수용력을 감안하고 지속가능성 고려했을 때 적정 수요다. 항공수요는 주로 관광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관광객 규모가 어느정도여야 하는지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냐 여부를 떠나 확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논의가 제기되는게 조금 섣부르기도 하다.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현공항 확충이나 개선하는 부분은 지난번 공론화 과정에서 국토부가 워낙 완강하게 부정적 의견 펼쳤다. 올바른 것이라면 그에 근거해서 도민의견 모으고 중앙정부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 국토부가 안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희종 평론가 - 서귀포 출신이다보니 서귀포 시민들이 제2공항 찬성하는 정서적 배경을 이해하는 편이다. 현실적으로 제2공항 무산됐다고 봐야하지 않나. 재추진 어려운 이유는 환경부 무산 반려 이유 첫번째가 구체적 반려 사유는 비행안전 확보되는 조류서식 검토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도민의 찬반 여론이나 환경요인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결국 안전 문제가 걸린 것이다. 철새에 따른 안전 문제가 불가하기 때문에 성산 제2공항 현실적으로 재론되기 어렵다. 도민 여론조사는 팽팽하다고 봐야하는데, 성산 입지가 산남이다보니 산남 주민 입장에서는 대규모 국책사업 되면 경제적 효과도 있겠고 지역발전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바람도 있었다. 최근 국제자유도시 이후에 제주시 집중으로 인한 서귀포시민 박탈감을 해소하는 기대가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기대는 비행장 하나 더 짓느냐 마느냐가 핵심 쟁점은 아니다. 어쨋든 현실이기 때문에 제도권은 민의를 대변해야 한다. 대안 모색해야 한다. 대안에 대한 검토와 동시에 제주지역 생태적 취약점 고려해 적정 수요가 어느정도고,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현 공항 시설을 개선해 극복될 수 있지 않겠나. 2가지 방안을 같이 논의하는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봉현 국장 - 과거 국가 신공항 계획이 제주에 수립되었던 1990년대에는 제주인구가 50만명 수준이었습니다. 관광객은 300만명이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제주인구는 70만명을 육박하고 있고, 관광객은 1500만명을 이미 돌파했다. 도민인구는 20만명 늘었고 관광객은 최소 1200만명이나 늘어났다. 이제 제주의 수용능력을 고민하지 않는 항공인프라 확충은 도민의 동의를 얻기 불가능한 변화를 맞았다. 제주미래와 제주다움을 지켜나가는 항공인프라 확충,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진희종 평론가 - 현실적으로 제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주변에 여러 국가들의 경제적 부가 상승하면 제주의 환경가치, 지리적 가치는 증가할 것으로 본다. 제주 입장에서 확장되는 수요를 다 수용해야 하느냐 했을때 관점이 중요하다. 산업적 측면이나 수요 요구의 관점 보다는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살아갈 사람의 관점에서 환경 수용성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제주의 생태적 특수성, 작은 섬은 대체제가 없다. 생활쓰레기 문제나 교통체증도 그렇다. 제주의 생태적 환경이나 삶의 조건은 다음 세대도 고려해야 한다. 산업적 관점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권, 삶의 질 등 진중한 정책결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찬식 대표 - 제시된 질문이 공항 수용력 확충 방안으로 돼있어서 아쉽긴 한데, 결국 제주가 과연 제주에 살고 있는 삶을 중심으로 미래를 봤을 때 어떻게 하는게 바람직하냐의 문제다. 소극적인 의미에서 환경수용력이나 지속가능성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역으로 얘기하면 제주가 가진 자원이 지금 시대에 굉장히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제주가 돌, 바람이 많다는 것들이 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3재라 할 정도로 악조건인데. 과거엔 전혀 쓸모가 없었던 곶자왈이 새롭게 평가되는 것처럼 제주가 가진 자연가치가 재발견되면서 관광객이 오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왔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가진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방향 설정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 상황은 너무 양적 확장에 주력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든다. 현재 제주공항 인프라는 관광객 200만명인 시점에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현 공항의 여러가지 구조가 1500만명이나 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에는 구조가 적절치 않은 사례가 됐다. 그중 핵심은 터미널 위치다. 지상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 주기장 숫자가 늘려야 하고, 활주로에 들어가거나 빠지는 평행유도로도 추가로 필요하다. 터미널에서 바로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탑승교가 12개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의 공항이라면 탑승교가 40~50개가 돼야 원활해진다. 그게 없어서 버스를 타다보니 더 혼잡해니는 것이다. 공항을 통해 지역균형 모색한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 앞으로 지역균형을 바랐던 분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을 도정이나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강영진 원장 - 기술적 문제로 들어가기 전에 넓고 크게 보면 좋겠다. 제주도의 환경, 도민들의 삶의 질, 이게 가장 중시하는 가치다. 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기후위기다. 제주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기후였다. 지금은 거의 아열대 내지는 거의 열대지방 느낌이 들 정도다. 갈수록 날씨가 힘들어지고 있다. 지구촌 전체를 둘러싼 기후위기가 제주에서도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 제주도가 그간 대응해 왔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 풍력발전 에너지 등 기후위기 대응을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했다. 두 번째는 외부 관광객이다. 제주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연간 방문객 몇명이 최적이냐 하는 문제다. 제주미래비전 작업할 때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관련 연구를 한다고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전혀 작업이 안됐다. 제주사회에서 유능하고 역량있는 지도자가 나온다면 그 작업부터 해야 한다. 연간 관광객 적정선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기 위해 환경부담금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그걸 도민합의로 먼저 정하고 항공인프라 확충은 어느정도가 바람직하냐를 정하는게 올바른 순서다. 그 이후에야 현 공항 확충 검토하든지 24시간 운행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봉현 국장 - 그렇다면 제주도의 항공인프라 확충 논의가 제주도의 수용능력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하려면, 내년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들의 책임 있는 공약도 중요해보인다.

진희종 평론가 - 어떤 후보도 제주도 사람만큼 현실문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랬을 때 내년 대선이나 지방선거 고민하는 분들이 주민과 소통을 많이 해서 적절한 대안을 후보에게 제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 여론조사 과정과 공항문제 인식의 반전을 보면서 도민들이 자체적으로 '제주의 환경수용력이 넘지 않았나' 판단하는 것 같다. 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짧은 시간에 이제는 반반 가까이 반대가 더 늘어난 것을 보면 제주도민들의 환경수용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사실 성산공항 무산 핵심 이슈는 안전문제다. 여전히 정치권에서 성산공항에 대한 군불을 떼는 발언이 나오는게 걱정이다. 안전 문제로 인해 성산은 대처불가 요소다. 하늘 나는 철새에 대한 대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우려스러운 것이 다음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현실을 무시하고 성산공항에 대한 공약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시점에서 갈등 여지를 갖고가는 것이다. 제2공항 프로세스 동의하고 참여했던 원희룡 지사가 결과를 부인하는 것은 갈등 봉합하고 치유해야 하는 책임자가 상당히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지역 정당에서 깊이 숙고해줬으면 한다.

박찬식 대표 - 가능하면 후보들, 특히 대선 후보들이 공항인프라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이건 도민들의 뜻이 성산에 추진하려던 제2공항은 하지 말자는 것으로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제2공항 공론화 과정은 여론조사까지 포함돼 결정났지만, 지난 5년 동안 격렬한 논의가 있었다. 현재 제주가 어떤 상태에 있고, 우리가 가진 힘이 뭐고, 강점이 뭐고, 우리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도민적인 공론화 합의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다. 그 과정에서 공항 인프라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위치지어져야 한다. 최소한의 기초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체계적이고 심화시킨 토론이 필요하다. 섣부른 방식을 제기하기 보다는 그런 논의를 도민들과 함께 해나가겠다는 약속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강영진 원장 - 쉽지 않은 질문이다. 일단 선거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선거는 그 당시 중요한 과제가 뭐냐. 어떻게 풀어가는게 효과적이겠느냐, 그걸 토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 공간을 제주로 좁혀보면 제주는 가장 큰 과제가 항공인프라 확충, 제주사회 환경, 삶의 질, 이런 문제다. 주자로 나설 리더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뭘 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게 되면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는 국토부가 그간 해온 것을 재현할 수 있다. 후보들은 두 가지를 강조하면 된다. 첫째는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것이다. 제2공항도 결국 절차적인 문제였다. 정당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당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두번째는 도민의 자기결정권이다. 도민들이 공항과 관련된 환경이나 삶의 질 제반 환경의 문제에 대해 공무원이 할 일, 도지사의 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본 것이 주효했다. 자기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이 있었기에 하나의 결실로 거두게 됐다. 이번 선거가 제주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공론장이 되도록 했으면 한다. 대선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도백과 지역의원들이 그러한 관점에서 임해주셨으면 한다.

김봉현 국장 - 제2공항 반대운동이 가진 상징성이 있다. 이번 제2공항 무산은 그동안 국책사업이라면 어느 누가 반대해도 강행된다는 ‘불가침 성역’이라는 인식을 깨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지난 6년의 건설 찬반 갈등은 결코 소모적이라 할 수 없다.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가야겠나.

진희종 평론가 - 공동체에서 어떤 정책이 절대 선(善), 절대 악(惡)일 수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게 현실이다. 이번 성산 제2공항 관련 여론조사 2개의 전문기관이 나름 팽팽한 도민의사를 드러내고 있는데, 오늘의 결과에 있어 절반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를 인정하고, 어떤 동기와 어떤 배경에서 찬성을 했는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건강한 민주사회라면 반대의 입장에 섰던 분들도 관용과 포용을 갖고 귀를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정서적 태도가, 지역사회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찬식 대표 - 이번 환경부의 결정이 성산지역 항공안전문제를 포함해 환경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본다. 이전까지는 비슷한 정도의 판단이 있을 때는 '조건부 동의'라는 이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 사대강 등의 사업이 이에 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가 나름 기본적으로 반려로 끌고 나갈 수 있었던 힘은 도민들에게서 나왔다. 환경부가 참 힘 없는 부서라고 얘기함에도 거대 국토부에 맞선 것은 도민들의 힘이 작용했다. 2공항과 관련 지난 몇 년간의 공론화 과정, 여론조사 결과, 환경부의 반려 결정으로 제2공항 무산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의미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지역적인 이해관계도 있을 수 있고, 가치의 변화도 있을 수 잇다. 어쨋든 당초 공항건설에 70% 찬성에서 55% 반대로 변화된 것은 단순 이해관계만으로 보기 어려운 현실의 변화 도민들의 인식 변화가 있었다. 기후위기나 인구감소로 계속 성장하는게 불가능해진 시대에 제주도가 지난 20~30년간 걸어왔던 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강영진 원장 - 해법은 도민들께서 만들어왔다고 본다. 그런 도민들께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제2공항 문제는 여러면에서 특별하고 인상적인 연구대상이기도 했다. 아직도 국토부와 원 지사 쪽에서 도저히 이해 못하는 측면이 있는데 도민들이 원해서 했던 사업이라는 점이다. 5조원 들인다는 것은 어떤 사업이 됐든 간에 엄청난 돈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걸 도민들이 극구 안받겠다고 했던 것인데, 과연 어떤 사람들이기에 그런 결정이 가능했나 살펴보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본다. 그동안 개발, 지가상승, 살림 좋아지는거, 여러가지 경제 형편이 나아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쳤다면, 살아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구나' 하는걸 깨닫게 된 것이다. 이건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 전체의 미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걸 중심으로 하는게 현명한 삶이고 지속가능한 삶이고. 그게 제주다움 제주가치를 보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걸 제주공항 문제로 다루면서 5년여간 도민들이 생생하게 보여줬다. 도지사나 찬성주민의 압력을 이겨내면서 끝내 결과를 만들어낸 도민들과 시민사회 리더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제 제주가 지닌 가치를 잘 다지고 실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국토의 막내가 아니라 한반도와 아시아 대륙을 향한 최첨단에서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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