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제주 10년 미래 계획에 ‘외국계 주민들’ 본질적 고민은 없어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제주의 향후 10년을 담보하는 제주도 최상위 법정 계획인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안)은 오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제주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3차 종합계획(안)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스마트 사회, 제주'를 비전으로 4대 목표, 8대 추진 전략을 담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18개 핵심 사업에 9조8196억원, 110개 전략별 사업에 6조1829억원 등 총 16조2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원은 국비 4조1209억원(26%), 도비 3조9792억원(25%), 민자 7조9024억원(49%)으로 민자 비중이 높게 제시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는 외국계 주민들(외국인 투자자, 유학생, 결혼이주여성, 등록·미등록 이주노동자, 난민신청자·난민, 인도적 체류자 등 외국 국적을 가졌었거나 가지고 있으며 제주에 거주하거나, 제주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이미 제주 사회에서 자신들의 삶을 일구어 가고 있으며, 제주 지역 사회도 그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계 주민들의 노동력은 이미 1차 산업이 주산업인 제주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그들 없이는 산업 운영이 어려움을 겪을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결혼 이주 여성 등 다양한 거주 외국계 주민들은 이미 제주 사회의 다양한 사회의 한 모습이 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안)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대안을 제시하다보니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결론이 나오고 있다. 

우선 종합계획(안)의 인구 관리 지표를 보면, 제주도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따른 특성이 반영되어 파악되고 있지 않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막혀있지만, 무사증 적용 지역으로서 외국계 주민들의 인구학적 특성이 타 지역과 다르다. 실제 등록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의 공식 통계 수치로만 파악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이 계획안 보고서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결국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의 미흡은 종합 평가 부분에서 2030년까지 노동 생산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다소 엉뚱하다. 현재 제주가 겪고 있는 노동력 부족과 노동 시장에서 외국계 주민들의 역할은 사라져버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 어느 읍면지역 밭에서 농작물 수확 작업에 한창인 외국인 노동자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닫혀버린 국제 항공 노선과 이주 노동자들의 유입 감소로 1차 산업의 노동력 부족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제주도 등록 외국인 노동자는 E-7(전문·준전문), E-9(비전문), E-10(선원)을 합한 8347명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제주도 내 미등록 외국인은 2019년 기준 1만4732명으로 등록 외국인의 약 1.8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한국이민재단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 농촌의 인력 부족률이 약 12.9%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획안 내에서도 제주도 산업별 현황 분석에서 해양 수산 부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수산업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단언하며 향후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외국인 선원의 가족 초청”까지 고려하는 계획도 언급한다. 또한 2018년 법무부가 작성한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중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농어업의 구인난이 심각하여 외국인 취업 이민자 필요”라는 정책도 검토했다고 한다. 이렇게 계획안 보고서 내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착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계획이 없다. 그저 보고서의 인력 수급 대책으로 2031년에 외국인 계절 노동자를 500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국제인권규범에 의해 ‘불법 외국인 노동자’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로 표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이미 노동 시장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게 되었다. 또한 실현 불가능한 불법 노동자 양산을 막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니, 생뚱맞게 500명의 계절 노동자 수급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당장 1만5000명 미등록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10년 뒤에 계절 노동자 500명, 불법 외국인 노동자 양산 방지라는 계획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과 인식을 바꾸어 보다 현실적인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미 필수적인 노동 인력이 되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 종합계획안에는 어디에도 외국인 비율에 대한 2031년 예측치가 없다. 2021년 현재 2만3000명 정도 외국인이 있는데, 2031년 몇 명이 되는지에 대한 예측치가 없다. 아무런 예측 없이 외국인 생활 편의를 위해 138억원의 신규 예산을 편성하였다. 보고서 내 ‘전략8. 부문27. 외국인생활편의 사업’을 살펴보면, 외국계 주민들에 대한 사업들이 제안되어 있다. 이 사업들의 대부분은 중도 입국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다문화교육, 다문화가정 언어 소통 지원 등이다. 

‘국제자유도시’의 정책적 방향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의 기본 개념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련해서도 그 기본 개념과 방향에 문제가 있다. 전반적인 방향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 종합계획안의 계획안을 살펴보면 결국은 외국계 주민들에 대한 지원 사업이 전부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외국계 주민들을 전부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 사회 그리고 제주 사회 적응, 즉 한국화의 방향을 초점을 맞춘 사업 일색이다. 둘째, 외국계 주민들이 사업의 대상으로만 파악하다보니, 외국인들만을 위한 독자적인 지원 시설 및 지원 체계만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센터’ 설립과 같은 외국인 전용 시설을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의 이념에 필자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갈수록 지구촌화 되어가는 현재 국제적 흐름에서 이와 같은 계획안의 정책 방향은 전혀 국제적인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이미 우리와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생활편의 확충은 ‘글로벌센터’와 같은 외국인들만의 공간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언제든 어디서든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주민들과 마찬가지고 자신들의 일상에서 사회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꼭 외국인 전용 공간과 서비스만을 찾아가야만 하는 이런 식의 사업 방향은 외국인들을 위한다면서도 결국은 외국인들만의 게토를 만드는 방식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매우 시대착오적이며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사업방향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통합가족센터의 1년 예산이 20억이라고 한다. 이에 138억원을 더해, 제주가 국제적인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센터와 같은 외국인 전용 시설 또는 서비스가 아니라, 외국계 주민들이 우리와 함께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다양성 확보를 염두에 둔 사업 계획이 제안 되어야 한다. 

외국계 주민들에 대한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적인 문제도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제안된 3차 종합계획안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위상을 가진 제주도를 상상하는 데에 있어서도 장애물이 될 뿐이다. 제주도가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결국 한국과 한국 문화만이 주류가 되는 사회를 어느 누가 국제적인 도시로 인정할 수 있을까? ‘국제’라는 명칭을 붙이려면 그 수준에 맞는 국제 규범의 준수와 사회적 다양성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처우와 삶의 조건이 다양한 방식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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