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일, 세 번째 시집 ‘가족사진’ 발간

이승일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가족사진’(한그루)를 펴냈다. 이승일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평소 시 뿐만 아니라 사진 등을 병행하며 주목 받는 지적장애 예술인이다.

새 책은 ▲조카의 사랑 ▲부모님에 대한 마음 ▲누나와 형에 대한 고마움 ▲사진과 함께 풀어낸 일상까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출판사는 “이번 시집은 옆에서 시간을 함께하고 돌봐주던 가족을 향한 애틋함과 고마움을 보여준다”면서 “시인에게 가족은 기댈 수 있는 존재이면서도 아낌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다. 어릴 적 자신을 돌봐주었던 누나와 형을 기억하며, 그들의 자녀들인 조카들에게 환한 웃음꽃을 건네준다. 일 년에 한 번 찍는 가족사진처럼 시집은 가족과 함께한 기억을 오래도록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내추럴 디스오더’를 보다
* 2016 EBS 국제영화제 수상작
이승일

뇌성마비 남자 주인공
무대 위에 쓰러진다

“집 안에 있는 나는 정상
집 밖에 나가면 비정상”

울 엄마 티브이 보다가
내 손 살짝 당긴다


신양리 할머니
이승일

새벽부터 버스 타고
집에 오신 할머니

몇 숟갈 뜨다 말고
숟가락 내려놓으시며

“승일아, 많이 먹어라”
고기반찬 내민다

갈 길이 멀다신다
오자마자 가신단다

보따리에 싸고 온
마른미역 풀어놓고

“우리 딸, 메역 잘 먹언”
사랑 풀고 가신다

엄마이자 동료 시인이기도 한 고혜영은 책 말미에 담은 ‘엄마의 글’에서 책 제목에 얽힌 사연을 풀어냈다.

승일이는 눈이 아픕니다. 망막박리 수술을 받았으나 희미한 왼쪽 눈으로만 생활합니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정기적인 안압 체크를 합니다. 10년 전 두 눈에 암막 커튼이 드리워진 날, 급하게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설 때였습니다. 

“엄마, 가족사진이 안 보여요, 거실에 있는 가족사진이….”

앞이 안보이자 급하게 신발을 신으면서 한 첫마디는 ‘가족사진’이었습니다. 친한 친구 한 명 없는 아들은 거실에 있었던 가족사진을 이미 마음 속에 걸어 두었나 봅니다. 승일이에게 가족은 본능적으로 기댈 수 있는 부적 같은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시인은 머리글에서 “아침이면 눈을 뜨고 / 저녁이면 눈을 감는 // 사람 닮은 꽃들이랑 / 꽃 닮은 사람이랑 // 한 가족 한 식구 되어 / 체온 나눠 삽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일은 1990년 제주시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8년에 첫 시집 ‘엄마 울지 마세요, 사랑하잖아요’를 발표했다. 당시 지적장애로는 유일하게 ‘장애예술인 총람, 2010년’과 ‘한국장애인문학도서, 2012년’ 시 부문에 올랐다. 2013년 제3회 대한민국장애인 음악제에 ‘백일홍 라면’으로 입상했다. 2018년에 펴낸 두 번째 사진 시집 ‘직진 버스 타는 구름’이 ‘2019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됐다. 2020년에는 ‘별님이 놀러 온 날’로 제30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176쪽, 한그루,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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