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01) read 읽다, riddle 수수께끼

read [riːd] v. (글을) 읽다,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읽다
riddle [rídl] n. 수수께끼

글을 익는 거나 민심을 익는 거나
(글을 읽는 것이나 민심을 읽는 것이나)

read와 riddle은 모두 인도유럽어족(Indo-European family of languages)의 re- ‘판단하다(=reason)’라는 어원(etymology)에서 나온 낱말들이다. 나무나 돌에 긁어서(scratch) 기록을 남기던 그 옛날에는, 글을 쓰는 일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런 글을 읽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옛날 기록들(old records)을 판독(decipher)하는 게 학문을 많이 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던 일이고 보면, 기록이나 글을 읽는 일은 어려운 수수께끼를 푸는 일(solving a riddle)과도 같았던 것이다. 글을 읽는 일도 이럴진대, 하물며 통치자가 민심(public sentiment)을 읽는 일은 어떠했겠는가. 보통 난제(難題)가 아니었을 것이다. 

정조(재위 1776~1800)는 왕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suffer hardships). 특히 정조보다 나이가 어린 정순 왕후가 19세에 영조의 계비가 되면서, 정조의 왕세손 시절은 피눈물로 얼룩졌다(stained with blood and tears). 영조를 부추겨(tempt) 사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세력은 어린 왕비의 외척(maternal relatives)인 경주 김씨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득세(domination)는 사도세자가 세상을 떠나고 정조가 왕세손이 된 이후까지도 계속되었다. 경주 김씨는 왕세손이 임금이 된 후 아버지의 원수들에게 보복(revenge)할 것이 두려워 끊임없이 세손을 배척하였다. 늙은 왕을 도발하여 세손을 눈 밖에 나게(get on the wrong side of him) 하고, 세손의 외가를 역적으로 모는 등 갖가지 음모(conspiracy)를 꾸몄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세손은 오로지 학문을 닦고 처신을 조심하면서(behave carefully) 목숨을 부지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영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된 것이다.

정조 임금의 이렇듯 파란만장한(full of ups and downs) 과거는 즉위 후 곧바로 음모를 꾸민 자들에 대한 논죄로 보상되기 시작했다. 정순 왕후의 오빠 김귀주를 잡아들여 그동안의 죄를 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편을 들면서 충청도 지방에서 문제를 일으킨 홍양해와 심혁 등에게도 죄를 물었다. 홍양해와 심혁이 머물면서 문제를 일으킨 지역은 공주 인근이었다. 격노한 정조는 공주를 강호하고 이전에 공충도(지금의 충청도)라 불리던 것을 홍충도라 개칭하여(rename) 부르게 하였다. 백성의 하루하루 삶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적(traitor)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그 지역의 민심이 궁금하던 임금은 암행어사(secret royal inspector) 박우원에게 은밀히 홍충도의 민심을 알아볼 것을 명하였다.

통치권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심을 읽으려면 지식보다도 지혜가 필요함을 알아야만 한다. 원래 수수께끼 같은 고도의 난제는 지식이 아니리 지혜로 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그러나 임금의 걱정은 단지 우려에 불과하였다(just a concern). 홍양해와 심혁은 호서 지역 백성들의 인심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었다(didn’t win the hearts of the local people)). 홍양해와 심혁의 무리들은 왕비의 오빠인 김귀주의 스승으로서, 그 권세를 등에 업고(on the back of his power) 호서에서 방약하게 굴었던 것이다. 백성들을 함부로 압박하고, 권세를 이용하여 지방관을 내리누르면서 무소불위의 귄력을 휘두른(wield absolute power) 것으로 드러났다. 호서지방의 백성들은 오히려 홍양해 일파가 주살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우원은 타지 사람으로서 충청도를 돌아다니다 보니 겉핥기(superficial knowledge)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어, 민심을 자극하면서까지 면밀히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tested their responses).

한번은 연포 인근의 바닷가에 갔을 때였다. 김귀주의 고향인 서산과도 가까운 곳이다 보니 박우원은 바짝 긴장하며(tensed up) 백성들의 태도를 살폈다. 바닷가 어느 마을에 들어서는 한 어부의 집을 찾아 잠시 객으로 머물기를 청하였다. 박우원은 인심 좋게 생긴 어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staying for a night)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고을 사정이나 어획량(catch of fish) 등을 물어보았지만, 대화를 나누며 혹시나 호서지방이 역적의 고향으로 낙인찍힌(stigmatized) 데서 비롯된 차별(discrimination)을 몸으로 느끼는지, 그것에 대해 불만은 없는지, 역적인 홍양해와 심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슬쩍슬쩍 에둘러 물어보았다(beat about). 심지어는 은근히(drily) 홍양해의 편까지 들어보기도 하였다.

그러자 어부는 벌컥 화를 냈다(fly into rage). “아, 그놈들이 금상께 한 짓은 죽어 마땅하지요. 게다가 여기 홍충도에서도 얼마나 권세를 부렸는지 원··· 난폭배들을 몰고 다니며 죄 없는 백성을 닦달하지를 않나(nag innocent people), 관아의 관리들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었습지요. 선비께서 홍양해가 같은 글 읽은 축이라고 편을 조금 드시려고(side with) 하시는데, 그러시면 저는 선비님이 역적같이 보입니다! 혹시 선비님도 홍양해 잔당(remnants) 아니십니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 당장이라도 박우원을 관가에 고발할 태세였다. 박우원은 어부를 겨우 진정시킨 뒤, 자신은 누구의 편도 아니며 그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서 말을 꺼냈을 뿐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홍양해 일당이 주살돼서 여기 호서사람들은 다 통쾌해합니다. 암요, 그렇고말고요.” 하면서 어부는 말을 맺었다.

다음날 아침, 박우원은 어부와 함께 포구(port)로 나가 고기잡이를 하고 들어온 배들을 구경했다. 포구는 물고기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crowed). 한쪽에는 싱싱한(fresh) 고기를 통째로(in whole) 팔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고기를 회로 저며 파는 곳도 있었다. 어부는 박우원에게 회 한 접시 먹어보라고(try to eat fish raw) 연신 권했다. 싱싱한 생선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었다. 선비 체면에 날것을 먹어도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어부가 권하는 품이 지극한데다 눈앞에서 싱싱한 물고기를 보니 절로 입맛이 다셔졌다(smack his lips). 권유에 못이기는 체하며(pretending to be not able to resist his suggestion) 어부를 따라가 한 곳에서 회를 청했다. 그때였다. 고기를 다듬던 어부가 고기를 칼로 저미면서 “에이, 홍양해 단칼에 쓱! 심혁 너도 죽었다!” 하면서 고기를 자르는(slice the fish) 것이었다. 박우원은 무릎을 탁 쳤다. “그렇구나! 호서의 인심은 홍양해와 심혁 편이 아니라 임금의 편이었구나. 임금의 바른 정치가 이런 결과를 끌어냈구나.” 바닷가에 앉아 싱싱한 회 한 접시를 싹 비운 박우원은 흐뭇한 마음에 탁주도 두어 사발 곁들인 후(with bowls of rice wine) 연포를 떠났다.(www.bannampark.org›bbs 참조)

민심무상(民心無常:transience of public sentiment)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아 군주가 선정(善政)을 베풀면 사모(思慕)하고 악정(惡政)을 하면 앙심(怏心)을 품는다는 말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democratic society)에서는 통치권자들이 민심을 무시한다면 결국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drive him to ruin), 오히려 민심이 자유민주주의의 주적(main opponent)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민중이 일제히 법을 부정하고(deny the law), 국가 기관이 대중의 요구(popular demand)를 법보다 중시하면 무정부 국가(anarchy)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므로 통치권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심을 읽으려면 지식(knowledge)보다도 지혜(wisdom)가 필요함을 알아야만 한다. 원래 수수께끼 같은 고도의 난제(high degree dilemma)는 지식이 아니리 지혜로 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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