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63) 지역현안 통찰-이해 바탕된 공약 제시해야

대선이 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일 같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만,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하지만 누가 당선 가능성이 큰지 혼란스러운 것보다 국민을 더 답답하고, 혼란케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후보들의 국정운영에 대한 방향성과 철학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대선은 한 국가를 대표하고, 정부의 최고 통치권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후보들은 임기 내 정부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자신의 통치 철학에 기반을 둔 국정운영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은 오로지 유권자 표심에만 몰두한 공약들 일색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적, 이념적 변별력도 없이 종국에는 정책과 공약이 같아져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연출된다. 공약만 보면 이게 대선인지 단체장 선거인지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지역 정책과 공약도 매한가지이다. 지역의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그리기보다는 지역의 숙원사업이나 경제 활성화 정책이 공약화된다. 이는 3개월 후 지방선거에서 똑같이 재탕될 터이다. 물론 대선후보들이 지역의 현안 과제를 공약화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그에 앞서 대선후보라면 지방자치의 발전과 자신의 국정 철학을 녹여 낸 지역의 발전전략을 내놓고, 이에 기초한 정책과 공약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의 대표 현안인 제주 제2공항 문제 해결의 방향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만 보더라도 그렇다. 도민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나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염두에 둔 후보의 공약은 찾기 어렵다. 여전히 표심을 자극하는 토건 사업 중심의 개발 공약이나 자신이 제시한 제주 비전과는 상이한 공약을 제시하기 일쑤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국토부가 발주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 가능 여부 용역 결과가 나오면 도민 의사를 반영한 합리적 결론을 내기 위해 토론하고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토부와 제주도 등이 합의를 통해 도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도민들의 제2공항 건설반대 입장이 확인된 상황을 간과한 발언이다. 더군다나 이재명 후보는 ‘제주를 평화와 인권의 환경수도로 만들겠다’는 제주 미래에 대한 정책구상까지 밝혔다. 그렇다면 제2공항 문제 해결의 방향은 이러한 제주 미래상에 맞는 방향으로 가야 마땅하다.

윤석열 후보의 제2공항 해법은 가관이다. 현재 거론되는 입지가 아닌 다른 입지를 선정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성산 후보지 건설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피해 주민에게는 맞춤형 보상을 제시했다. 이는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제주도민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이다. 이뿐만 아니라 행정의 인·허가 과정에서 환경부의 입지 부적절성 결정을 부정하겠다는 것으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특히, 제주도가 가야 할 방향성 제시는 없이 당리당략에 매몰되는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제2공항을 백지화하고, 현 제주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제주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서는 도민이 이끌어가는 제주 비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제주역사를 바로 세우고, 도민의 삶을 드넓히며 세계적인 환경문화관광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나마 후보들 가운데에서 제2공항 현안에 대한 이해와 후보의 명확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내세우는 국정운영의 비전인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와 연계한 제주의 미래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제2공항이 숙원사업인 만큼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현안의 본질과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앞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후보들은 제각각 제주를 찾아 정제된 언어로 제주 미래의 발전방향과 제2공항 현안에 대한 공약을 도민들 앞에 직접 내놓게 될 것이다. 현재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입장일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공약으로 발표될 수도 있을 터이다. 바라는 바는 당장의 표심에 좌지우지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제주의 현실을 직시하고, 지역 현안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제주의 미래전략을 제시하기 바란다. 

그리고 지역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한 제2공항의 해법을 기대한다. 어렵사리 성사된 도민의견 수렴의 결과를 뒤집고 또다시 하느냐 마느냐의 소모적 논쟁으로 도민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도민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후 제주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도민이 바라는 대선 후보의 참모습이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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