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90)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읽고

펑유란의 중국철학사. 사진=알라딘.
펑유란의 중국철학사. 사진=알라딘.

철학이란 무엇인가?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삶과 철학을 분리하지 않는 것―삶의 곧 철학이다. 철학을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책임은 온전히 철학자들에게 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씌어진 것처럼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는 철학의 대중화를 선언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철학은 난해한 것’이라는 통념을 깨부순다. 달리 말하면 ‘철학이 ’지적 유희‘가 아니란 걸 보여준다.

중국 철학의 양대 산맥

중국 사상의 양대 조류는 유가와 도가이다. 이 두 학파는 오랜 세월 동안 발전을 거듭한 결과, 중심부의 자리를 굳혔다. 유가의 3대 인물은 공자·맹자·순자이다. 간명하게 비유하면 공자가 씨앗을 뿌렸고 맹자가 꽃을 피웠으며 순자가 열매를 거두었다. 나는 이 세 사람을 서양철학의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와 비견할 만하다고 본다.

순자 이후의 철학자들(정호·정이·주희·육구연·왕수인 등)은 품종 개량을 통해 열매를 더 풍성하게 했다. 특히, 주희(주자)는 12세기부터 서양철학이 중국에 들어올 때까지 중국인의 의식 가운데 가장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정주학(성리학) 또는 이학(理學, 주자학)을 완성한 철학자다. 1905년 중국 정부가 과거 제도를 폐지할 때까지 무려 800년 동안 중국 사상계를 지배했고, 같은 시기 조선조 500년을 지배한 인물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조선은 주자 때문에 망했다.)

말하자면 공자·맹자·순자는 유가 산맥의 우뚝 솟은 산이고, 순자 이후의 철학자들은 얕은 산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또 하나의 산맥인 도가의 3대 인물은 양주·노자·장자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양주가 도가 사상을 파종했고, 노자가 사상의 개화(開花)를 이뤘으며 장자가 수확을 거두었다. 장자 이후의 철학자들(향수·곽상·유령·왕필 등)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도가 사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해 나갔다. 다시 말하면 양주·노자·장자는 도가 산맥의 큰 산이고 장자 이후의 철학자들은 작은 산이다. 도가의 핵심은 ‘노·장 사상’인데, 노자와 장자가 도가의 간판 스타 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중국 철학의 봉우리들

오랜 세월에 걸쳐 유가와 도가는 중국 사상의 원류로 자리매김됐으나 B.C. 3~5세기에 유·도 양가는 수많은 학파 중의 하나로 평가절하 된다. 제자백가(帝者百家)의 분류를 처음 시도한 사람은 사마담이다. 그가 남긴 육가요지(六家要旨)는 다음과 같다.

① 음양가(陰陽家) : 이 학파는 음과 양이라는 우주 양대 원리의 화합과 상호 작용에 의하여 만물이 생성한다고 믿는 데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다.

② 유가(儒家) : 유(학자, 문사)들은 옛 경전에 밝은 교사들이었고 고대문화유산의 상속자였다. 그들은 군신부자의 예절을 정해 놓았으며 부부장유의 차별을 인정했다.

③ 묵가(墨家) : 이 학파는 묵자의 영도 하에 치밀한 조직과 엄격한 기율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생산을 중시하고 절약을 실천했다.

④ 명가(名家) : 이 학파의 문하생들은 이른바 명(名)과 실(実)의 구분과 그 관계에 관심을 두었다. 명의 분석을 통한 원리의 탐구였다.

⑤ 법가(法家) : 이 학파는 유가와 달리 훌륭한 국가는 도덕적 제도 대신에 확고한 법전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⑥ 도가(道家) : 이 학파는 무(無)의 문제를 중심으로 형이상학과 사회철학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무’란 곧 도(道)를 지칭하며, 이 도가 개제에 내재한 것을 덕(德)이라고 했다.

불교와 중국 철학

1세기 경에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해진 불교는 중국의 철학·문학·예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엄밀히 말하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예컨대 도가와 불가의 결합으로 선종(禪宗)이 발생되었다. 이는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할 때 토착신앙인 무속과 결합한 경우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설명한 중국철학자의 조감도를 그리면 아래와 같다.

중국철학자 조감도. 사진=장일홍.
중국철학자 조감도. 사진=장일홍.

결론 : 인간과 인생에 대한 본질적 질문

기실 이 글은 중국철학사의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지나지 않는다.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는 거대한 산맥과 봉우리들이 즐비한 중국 철학의 현장으로 안내하는 안내서이다.

문·사·철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인간학이다. 쉽게 말해 ‘사람 공부’인데 여기서 따라오는 게 ‘인생 공부’다. 곧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펑유란은 철학을 인생에 대한 반성적 사색이라고 했다.)

유가와 도가는 2500년 이상 중국 철학의 흐름을 주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 이유는 두 학파가 인간과 인생에 대한 본질적 질문―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장일홍 극작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