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일흔 번째

문어(文魚)는 연체 동물. 권오길 교수의 ‘발칙한 문어’ 편에 보면, 주꾸미·낙지와 함께 다리(팔)가 여덟이고 오징어·꼴뚜기들은 다리가 열 개. 눈에 보이는 대로 기업을 확장하는 것을 두고 ‘문어발 경영’이라고도 하는데, 문어는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왜문어(Octopus vulgaris)이다. 문어 중에서 제일 큰 놈은 '거대태평양문어(giant pacific octopus)'로 체중이 15kg, 벌린 팔의 길이가 4.3m이다. 

문어는 주로 해조류가 그득 있는 암초 지대에 살며, 뼈가 없는 말 그대로 ‘연체’라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좁은 틈에도 기어든다. 또한 소라(고둥)를 깨어 먹을 정도로 날카로운 앵무새 부리를 닮은 키틴질의 부리(이빨)가 팔의 중앙부에 있어 물리면 다치고, 특히 열대 종인 푸른점 문어(blue-ringed octopus)의 침(타액)에는 맹독성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 있어 물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바다의 카멜레온’이라 불리는 야행성인 문어는 몸 빛깔이 대체적으로 적갈색 또는 회색인데, 살갗의 색소포(chromatophore)에는 노랑, 빨강, 갈색, 귤색, 흑색 등의 색소가 들어 있어 자극을 받거나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붉으락푸르락 제 맘대로 체색을 바꾼다. 또한 근육을 자유자재로 또르르 말고, 주르르 펴서 가시 돌기를 만드는가 하면 해초 꼴이나 울툭불툭 바위 모양도 만들어 내고, 또 너부시 엎드려 죄다 무서워하는 바다뱀이나 장어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새우와 게(갑각류)나 고둥, 조개(연체동물)를 먹으며 갯지렁이도 주된 먹잇감인데, 먹이를 잡아 집으로 가져가 먹는 습성이 있어 이들의 집 앞에는 조개껍데기가 널려 있다. 또한 먹이를 잡으면 제일 먼저 침을 집어넣어 마비시킨 다음에 부리로 뜯는데, 딱딱한 껍데기를 가진 조개는 부리로 조가비에 구멍을 뚫어 거기로 독을 집어넣어 두 껍데기가 열리면 살을 뜯는다. 

이들이 몸을 보호하는 작전은 여럿이다. 위장하고, 몰래 숨고, 경계색으로 겁주며, 안 되겠다 싶으면 멜라닌(melanin)이 주성분인 먹물을 뿜어 상어 같은 천적의 후각기를 마비시켜 추격을 피한다. 또 바로 눈앞에서 발각되어 오도 가도 못 할 최악의 지경이면 도마뱀처럼 제 다리를 스스로 잘라 주고 내빼는 게 자절(自切). 그리고 제 패거리끼리 서로 헐뜯고 비방함을 일러 ‘문어 제 다리 뜯어먹는 격’이라고 하는데, ‘갈치가 제 꼬리 베 먹는다’와 같은 속담이다. 실제로 문어는 몹시 주리면 제 다리도 끊어 먹는다고 한다. 문어발에 붙은 빨판(suction cup)은 달라붙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맛을 보기도 한다. 이 빨판을 흉내 내어 만든 주방기구가 바로 흡착행거(absorption hanger, 달라붙는 옷걸이 형태)다. 문어는 미로 실험에서 무척추동물 중에 지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주 복잡한 신경계를 가졌지만 그중 일부만 뇌에 있을 뿐 온 전신에 퍼져 있어서, 다리도 뇌의 명령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극에 반응한다. 그러니 걸핏하면 아픔을 덜 타는 제 다리도 잘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신경도 1mm로 굵어서 신경생리학 실험 자료에 단골로 쓰인다. 

문어의 머리는 어떤가? 흔히 둥그스름하게 사람 머리를 닮았다 하여 ‘문어 머리’라 부른다. 그것은 결코 머리가 아니라 먹통 등의 내장이 든 ‘몸통’, 그리고 '먹물' 하면 배움이 많은 사람이나 글을 잘 쓰는 이를 이르는 속어다. 아무튼 ‘문어 머리에 먹물이 들었으니 글도 잘할 것이라’ 하여 '문어(文魚)'란 이름이 붙은건 아닌지. 아주 고상한 이름의 소유자가 바로 문어(文魚)다. 고기 이름치곤 글(?)을 아는 고기라니 괜찮은 이름이다.

오늘, 동네 관우 어머니께서 군산 선유도에서 문어를 낚아 두 마리를 주고 갔다. 고추 초장에  문어 다리와 ‘먹통’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면서 문뜩 떠오른 문어판 대선이다.

표를 구걸하는 행태는 문어 이상이다. 표가 있는 곳에 가면 무슨 말이던지 달콤하게 한다. 줏대가 없다. 경상도-전라도-충청도-경기도-서울-제주도민 등의 지역 입맛에 맞게 정견을 발표하면서 유혹(?)한다. 마치 야행성인 문어가 몸 빛깔이 적갈색 또는 회색인데, 살갗의 색소포(色素胞)에는 노랑, 빨강, 갈색, 귤색, 흑색 등의 색소가 들어 있어 자극을 받거나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제 맘대로 체색(體色)을 바꾸면서 먹물을 뿌리고 또 몹시 배고프면, 제 다리도 끊어 먹는다. 

자기를 일곱 차례 승진 시킨 사람에게 배은망덕하게도 ‘정권 잡으면 손보겠다’는 안하무인이 문어 작전이 난무하고 있다. 목표는 표(Ballot)다. ‘손 없는 날’이라고 TV토론을 기피하는가하면, 손바닥에 임금왕(王)자 부적을 쓰기도 한다. 대선주자들은 말을 툭툭 던져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이것은 문어발에 맛을 보는 빨판(suction cup)처럼 국민의 정서의 흐름의 간(肝)을 먼저 보는 것과 같다. ‘아니면 말고’식이다. 제주도 2공항을 건설하겠다면서 민심에 아첨한다. 또 제주도민에게 배롱(석유램프불이 희미하게 켜지다, 제주어)한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방색(五方色) 문어(文魚) 선거판이다. 문어 다리를 자근자근 씹었다.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2위를 달성하며 눈물을 흘리는 최민정 선수. 사진=유튜브 캡쳐.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2위를 달성하며 눈물을 흘리는 최민정 선수. 사진=유튜브 캡쳐.

저녁 8시, 2차 대선 토론 TV와 아이스쇼트트랙 중계가 되고 있다. 두 번째로 열린 대선 후보 4인의 대선 토론과 동시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상파 3사(MBC·KBS·SBS)에서 중계됐다. 특히 이날은 8시부터 쇼트트랙 여자 1000m 준준결승, 쇼트트랙 남자 500m 예선, 여자 1000m 준결승,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이 차례대로 방송됐다.

나는 가끔 채널을 돌리면서 봤다. 하이라이트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의 은메달에 흘리는 눈물. 세계 랭킹 1위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게 0.052초 칼끝 반보 차이로 밀려 은메달을 차지한 것에 대한 건곤감리(乾坤坎離) 태극낭자의 아쉬움의 눈물이다.

최민정의 눈물에서 보듯, 대선에 뛰는 후보들도 좀더 Fair하게 경선에 임해 국민들이 동감속에 진실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한 가지 질문, 여러분은 대통령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분야에 금메달을 딸 것인가? 금메달이다. 최민정의 눈물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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