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D-8] 막바지 표심잡기 사활...후보별 제주도 제안 정책 반영비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주에서도 각 캠프들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무엇보다 후보들의 공약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부동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막바지 총력전이 한창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일찌감치 분야별 10가지 주요 전략과제를 선정해 각 대선캠프에 전달했다. 대선후보 공약에 지자체의 요구가 반영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하는 '국정 과제'에 지역 현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4.3 과거사 정리'가 국정과제에 포함됨에 따라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도지사의 중도 사퇴로 인해 완결성을 갖지 못한 민선7기 제주도정은 대선 국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지자체장이 전면에 나서며 공약 반영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타 시도와는 달리 제주도는 '비공개 문건'을 캠프에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물밑에서는 실무자 간 의견이 오갈 수 있겠지만 전면에 나설 이는 없었고, 정당정치의 연계성 측면에서도 이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의례적으로 갖기 마련인 지자체장과 대선 후보간의 만남도 제주에서는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우려와는 달리 각 후보 진영은 적지 않은 제주공약을 반영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대한민국 1%라는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가진 상징성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제주도, 기후위기 대응 위한 '환경정책' 중점 제안...재정자율성 등 반복 요구

제주도가 제시한 아젠다는 크게 10가지로 분류됐다. 각 아젠다에 따른 40개 핵심과제, 78개 세부과제로 나뉘었다. 이를 위해 책정한 사업비는 23조원에 달한다.

△CFI(Carbon Free Island)2030과 연계한 글로벌 탄소중립 도시 조성 △순환경제를 선도하는 WFI2030 실현 △아시아 문화·관광의 허브, 세계인의 쉼터 제주 조성 △디지털 스마트 경제산업 기반 구축 △섬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주권역 인프라 확충 등이 포함됐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선진 농어업 체계 구축 △국민안전 스마트 물 SOC 구축 △평화·인권·교육의 공동체 구현 △제주형 안전·복지도시 모델화 및 공공의료체계 선진화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제도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담겼다.

제주의 제안은 '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동참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는 목표다. 세부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거점도시를 구축하고, 전기차 등 미래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칭 '순환자원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안을 각 후보에 제시했다. 열분해 수소에너지 생산시설을 설치하고, 부족한 쓰레기 소각시설의 추가시설의 필요성도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웰니스관광 내지 야간관광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포함됐고, 해상물류비 지원 과제도 담겼다.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환경오염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칭 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를 정부의 국정과제인 재정분권 실현을 위한 시범모델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세계평화의섬 후속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 공공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해 제주도 감염병전문병원을 설치하고, 제주권 상급 종합병원을 지정하는 방안도 대표적인 지역 과제로 제시됐다. 

과제 중에는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이 포함돼 있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도민사회의 반대 여론이 확인됐고, 환경부에 의해 반려 처분까지 내려진 제2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달라는 요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신항만 개발사업 등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출범 16주년을 맞는 오늘날까지 완결되지 못한 특별자치도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국세이양 및 재정자율성을 부여해달라는 요구도 선거때마다 반복돼 온 주요 과제다.

◇ 이재명, 환경기여금 통한 '제주형 기본소득' 눈길...제2공항은 '신중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3일 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명 '매타버스'의 마지막 일정으로 제주를 찾아 지역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3명의 지역 국회의원을 기반으로 한 공약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가장 전면에 내세운 '폐기물 제로 순환자원 혁신도시 육성' 공약과 '탄소중립 선도지역 육성' 공약은 제주도의 요구사항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기초환경시설 수용량이 초과된 지역 상황을 인식해 처리 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을 것을 약속했다.

에너지원을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전기차, 수소, 스마트그리드 등의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약속은 제주도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

제주도가 제시한 '환경보전기여금'의 필요성을 선제적으로 파고든 것도 이재명 후보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환경보전기여금을 먼저 언급하며 이슈로 활용했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에는 이를 구체화 해 '제주형 기본소득'으로 쓰겠다는 복안까지 발표했다. 환경정책을 경제정책과 연계한 계획이다.

제주의 가장 큰 현안인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정책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제2공항 문제는 "도민 여론에 따라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라고 거리를 뒀다. 물밑에서는 제주와 내륙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개통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자 최종 공약에는 보류됐다. 인프라 관련 공약은 신항만 개발만이 포함됐다.

제주의 자치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 간 협력모델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초자치단체 폐지 이후 행정의 민주화, 주민직접참여, 균형발전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았음을 인정하며 제주특별행정지원청 설치 방안을 모색하고 이양된 기관의 협력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는 제주도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밖에도 일과 휴식·관광이 접목된 워케이션(Workation) 활성화, 바이오헬스와 우주데이터 산업 등의 공약은 제주도의 제안과는 별개로 이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주민이 마을게 게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벽보를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 윤석열 '제2공항 조속추진' 상반...보수후보 선명성 부각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5일 제주를 찾아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번영'을 표어로 제시한 8대 공약을 발표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극심한 피해를 겪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직접 찾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윤 후보의 장점은 누구보다 제주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을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캠프의 핵심에 포진돼 있다는 점이다.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원 전 지사는 제주공약 개발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은 제2공항을 기반으로 한 도시기반 조성에 있다. 원 전 지사를 비롯해 기존 국민의힘의 입장과 연계된 것으로, 제2공항 추진과 더불어 공항복합도시를 조성해 동부지역에 새로운 경제축을 형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제2공항에 대해 신중론을 견지한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와의 차이를 보이며 보수후보로서의 선명성을 부각시킨 공약으로 풀이된다.

이와 맞물려 초대형 크루즈선이 입안할 수 있는 제주신항만 건설과 배후부지를 해양관광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내세웠다.

'쓰레기 없는 섬' 실현은 제주도의 제안이 그대로 반영된 공약이다. 원 전 지사가 주창해 온 구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하수처리장 개선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 신축 △친환경 폐기물 처리 시스템 △폐기물 재자원화 순환 시스템 구축 등의 구체적인 방안도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한다는 공약은 이재명 후보와 입장을 나란히 했다. 해녀문화의 전당과 세계지질공원센터 조성, 알뜨르비행장 평화공원 조성 사업도 상징적인 의미에서 제주도의 제안을 수용한 공약이다.

제주에 관광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은 윤 후보의 시그니쳐 공약이다.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컨트롤 타워를 제주에 두겠다는 계획으로 △AI·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관광서비스 △제주 관광 디지털 플랫폼 통합 포털화 △관광 스타트업 육성 △해양레저관광 특화 △체험 및 체류 중심의 6차 산업 고도화 등을 약속했다.

◇ 심상정, 2공항 백지화-4.3정명 등 제시...안철수, 탄소중립-자치분권 정책 수용

지지율 3~4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제주지역 특화 공약을 제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제주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전까지 제주 해군기지, 제2공항 문제 해결에 최선봉에 서며 지역 현안을 대변해 온 심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이후에도 두 차례나 제주를 방문했다.

심 후보의 공약은 제주도의 제안과는 별개로 한 새로운 대안이 돋보였다. 먼저 제2공항에 대해서는 도민 반대가 우세했다는 점을 들어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현 제주공항의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현대화시키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제주4.3과 관련해서는 정명(正名)작업을 통해 '4.3항쟁'의 이름을 새기겠다고 공약했다. 또 4.3특별법에 '보상'으로 명기된 국가의 책임을 '배상'으로 정정하고, 특례조항도 유족의 뜻을 반영하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환경 관련 공약으로는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종합플랜을 수립해 대표적인 생태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뛰어넘는 환경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버스 완전공영제, 2030년까지 전 차량 그린모빌리티화도 이와 맞물리는 공약이다.

안철수 후보는 한동안 제주지역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공식적인 제주 방문은 지난 대선 국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아직 제주도민과 대면하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비교 분석할만한 표본이 적다.

다만, 언론 인터뷰와 제주지역 캠프 인사 등을 통해 핵심적인 지역 공약을 소개했다. 안 후보는 제주 공약을 크게 다섯가지로 추리며 △인프라 확충을 통한 관광허브 구축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거점 도시 육성 △제주형 자치분권 모델 완성 △화해와 상생의 제주 구현 △공공의료 확충 등을 제시했다.

큰 틀에서는 제주도가 제안한 핵심적인 정책을 수용한 입장이다. 안 후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 확충을 추진하며 제주와 내륙 간 송배전시스템 개선도 약속했다. 

또 신항만 건설과 함께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혔다. 제주선대위를 통해서는 제주 해저터널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한 바 있어 형후 정책방향을 밝힐 기회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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