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제주기행] 제주도 남북을 이어 주는 중추신경 5·16도로

제주도는 오래 전부터 제주 시내와 서귀포 시내를 두 축으로 생활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 내의 국도와 지방도는 대부분 제주 시내와 서귀포 시내를 그 양끝으로 한다.

5·16도로는 제주시 칠성통 입구에서 한라산을 가로질러 서귀포시 초원빌딩에 이르는 총 연장 40.56km의 도로로, 제주 시내와 서귀포 시내를 연결하는 여러 도로들 중에서 가장 짧은 경로의 도로이다.

이 도로가 처음 개설된 것은 1932년으로, 한라산을 가로질러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를 잇는 임도가 처음 만들어진 때이다. 그 후 1938년 12월 1일 전남도고시로 이 임도를 지방도로 지정하였다.

그 후 본격적인 확장과 포장이 이루어진 것은 5·16쿠데타 이후다. 1962년 3월 24일에 도로 건설 기공식이 열린 이후, 산천단에서 법호촌까지 20여 km구간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순수한 인력으로만 시공하여 1963년 10월 11일 부분 개통되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5·16도로란 명칭은 이 시기에 붙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1969년 10월 11일 전면 개통되어 제주시-서귀포 간 주행시간이 5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1971년 8월에 대통령령으로 국도 11호선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포장너비가 4m에 불과한 1차선으로 굴곡이 심하고 사고위험이 높아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교통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1978년부터 포장너비를 7m로 확장하는 공사에 착수하여 1980년에 완료하였다.

이 도로는 1972년부터 1982년까지 유료도로로 운영되기도 했으며, 최근 2007년 1월에 지방도(1131호)로 전환되었다.

 

▲ 탐라목석원 돌 공예품, 제주 자연석, 제주산 토종 나무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장태욱

5·16도로 주변에는 제주대학교와 제주산업정보대학 등 두 개 대학, 세 개의 고등학교, 두 개 중학교가 있으며, 도로에 인접하지는 않지만 이곳을 지나야 갈 수 있는 고등학교가 또 세 개가 더 있다.

마치 사람의 몸에서 중추신경에 해당하는 뇌와 척수가 몸의 중심부를 지나고, 거기에 모든 말초신경이 링크되어 신호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5·16도로는 제주도의 중추적인 도로로서 도내 교육과 생활문화, 관광 등을 원활히 연결해준다.

5·16도로 주변에 자랑거리가 많지만 그 중 으뜸은 역시 오래 전부터 한라산이 간직해온 절경이 군데군데 행인들에게 그 속살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제주시청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5Km 정도 위치에 탐라목석원이 있다. 이곳은 백운철 원장이 60년대 초반부터 수집해온 돌 민속품과 제주자연석 및 제주에 있는 희귀한 나무 등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 산천단 과거 제주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던 곳이다.
ⓒ 장태욱

탐라목석원을 지나면 제주대학교와 제주산업정보대가 나오는데 제주대학교와 제주산업정보대 사이에 산천단이 있다. 산천단에는 1470년(성종1년)에서 1473년(성종4년)사이에 제주목사로 부임했던 이약동 목사가 만든 제단이 있다.

당시 제주사람들이 겨울에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 한라산 정상을 오르내리다가 얼어 죽는 일이 많았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겼던 이약동 목사가 한라산에 있던 묘단을 옮겨서 산신제를 이곳에서 지내게 했다.

 

▲ 축산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목마장 목마장 뒤에 있는 오름이 견월악이다.
ⓒ 장태욱

산천단과 제주산업정보대학을 지나면 축산진흥원이 운영하는 목마장이 나온다. 그리고 그 목마장 바로 남동쪽에 견월악이 있다. 목마장은 도로변에 있으며 지나는 관광객들이 제주마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도록 주차장이 넓게 준비되어 있다. 목마장 옆에 있는 견월악 정상에는 KBS, MBS, JIBS 등 여러 방송국들의 송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 성판악 휴게소 한라산을 오르는 진입로가 네 곳 있는데 그 중 하나다.
ⓒ 장태욱

견월악을 지나서 7km 정도 더 운전하면 성판악이 나온다. 성판악 앞에는 성판악휴게소가 있는데, 이곳은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네 개의 입구 중 한 곳이다.

성판악을 지나면 이 도로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만드는 숲터널이 나온다. 이 숲터널은 약 1km 정도 이어지는데 과속하던 차들도 이 곳을 지날 때는 숲과 그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빛이 어울려 연출하는 장관을 감상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게 된다.

 

▲ 숲 터널 5.16도로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만드는 곳이다.
ⓒ 장태욱

숲터널을  지나면 수악교가 나온다. 수악교에서는 서귀포시 시가지가 훤히 내다보인다. 그 때문에 4·3당시에 이 주변에는 무장대를 토벌했던 토별대들이 주둔했던 수악주둔소가 있었다.

수악교 인근에서는 제주왕벚꽃자생지 푯말을 찾을 수 있다. 왕벚꽃은 일본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그 자생지가 일본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한라산에서만 발견되었다. 이로 보아서 학자들은 왕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는 자생 왕벚꽃을 관찰하고 보존하기 위한 보호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라산이 생물자원의 거대한 보고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곳이다.

 

▲ 자생 왕벚나무 수악교 인근에 있는 왕벚나무 자생지
ⓒ 장태욱

수악교를 7km 더 지나면 선돌선원이 나온다.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선학원으로 불자들이 수양하는 곳이다. 이 선원에 이르는 좁은 길에서 계곡과 천연난대림이 전해주는 맑은 공기를 맛 볼 수 있고,  선원의 뜰에 이르면 암자를 감싸고 있는 오래된 노송들과 웅장한 기암절벽이 빚어내는 원시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 선돌선원 조계종 불자들이 수양하는 곳이다.
ⓒ 장태욱

선돌선원을 지나 2Km 더 가면 과거에는 서귀농업고등학교라 불렀던 서귀포산업과학고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앞에 돈내코유원지가 있다. 제주도의 토질이 현무암질이기 때문에 물이 쉽게 지하로 침투되어서 도내 대부분의 하천이 건천인데 반해, 돈내코는 강정천과 더불어 도내에서는 드물게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다. 이곳은 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계곡 주변에 숲이 형성되어 있어서 여름에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 돈내코 제주에서는 드물게 사철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주위에 천연 숲이 있어서 여름에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장태욱

돈내코를 지나면 곧 서귀포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서귀포 시내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5·16도로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제주시내와 서귀포 시내를 오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라산의 아름다움과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기회를 얻는 것을 뜻한다.

제주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빠른 길을 가기 위한 이유로 이곳을 가지 말고, 천천히 가기위해 이곳을 가라고 전하고 싶다. 느리게 가는 만큼 볼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5·16도로라는 명칭이 과거 독재 권력에 대한 향수를 유도한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도로명을 바꿔 보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역사 바로세우는 일은 우리에게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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