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유기 해군기지 범대위 집행위원장
'마을회장 배제·어뚱한 설명회'…이런 억지가 어디있나!

▲ 고유기 집행위원장
▲ 김태환 제주도지사
어제 도의회 군사특위에서 제주도 당국이 해군기지 건설 추진 강행을 재차 공언하였다. 도의회 특위에 참석한 제주도 자치행정국장이 10월 중 MOU 체결을 공식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도 당국은 김태환 지사가 직접 나서서 군사기지대책위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를 일일이 방문하는 등 소위 ‘대화 행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도의 느닷없는 이런 행보는 이미 기지강행 결정 이후의 모양도 안나는 ‘형식’일뿐이며, 구색갖추기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로 폼이 안나는 것은 이러한 사정을 배경으로 어제 도의회에서 ‘10월 MOU 체결’을 부끄럽지 않게 밝혀, 그간의 대화행보조차 실은 해군기지 건설의 본격강행을 위한 사전포석임을 스스로 시인한 데에 있다.

해군기지 건설문제와 관련, 제주도 당국이 언제 한 번 진정성을 보여준 적 있는가? 씁쓸함만 더 할 뿐이다.

더구나, 이 MOU 체결도 정작 강정마을의 대표가 빠진 기형적 협의체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은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된 상태가 아닌가?  일선 행정계통의 하나인 통장을 마을대표 대신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이 억지발상을 누가 수긍할 수 있는가? 억지도 이런 억지가 있나 하는 세간의 냉소를 김도정은 도대체 제대로 알기라도 하는 지 의문이다.

제주도 당국은 이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해결의지마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마을 자치투표과정에 행정력 개입으로 이를 방해하는가 하면, 엉뚱하게도 이제 와서 해외사례 본다고 수억의 공적예산을 들여 미국행을 계획하는 그 놀라운 후안무치함에는 참으로 할말이 없다.

그 뿐인가?
해군이 자랑스럽게 공언했던 이른바 ‘장학사업’이 얼마 안되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 마저도 어느 날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지만 해군한테는 한 마디 못하고 있다. 오늘예정된 설명회도 강정마을도 아닌 엉뚱한 곳에서, 그것도 뻔히 갈등상황이 예상되는데도 도당국은 군의 협력자적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바닷가 한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석달 여의 긴 호흡으로 이뤄낸 자치투표 결과에도 못미치는, 그것도 누구나 아는 잘못된 여론조사결과를 갖고 “결정했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제주도정이었다.

그런 제주도정이 이제 기지건설 ‘본격 강행’을 선언한 것이다.
물론, 결자해지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제주도정이 지금의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스스로의 책임에 기인함을 알고 있으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을 너무나 갖고 싶다. 문제는 그걸 스스로 풀지 못하는 갑갑함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뭔가 잘 안풀릴때 ‘기왕 이렇게 된 것 갈 데까지 가보자’ 하는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니까.

그래도 제주의 살림과 미래를 책임지는 공적주체가 본능에만 의존해서는 되겠는가? 본능은 또 다른 본능과의 대결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진정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놓고 ‘대결’을 조장하려 하는가?

고유기 /제주군사기지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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