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자 개인에 대한 반발 아니"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
도립예술단원들, 도감사위 특별조사 대비 '비상대책위' 구성

"도립예술단의 문제가 상임안무자와 단원들간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실상은 독단적이고 형평성을 잃은 행정에 있다"

지난 2일 도감사위가 도립예술단 단원들의 집단행동, 연습불참 등 파행운영과 관련해 단원 복무상황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도립예술단원들은 "단원들의 집단행동 등으로 예술단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특별조사를 의뢰한 제주도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3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 연습실에서는 도립예술단 김국남 사무장을 비롯한 단원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번 사태의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단원들은 입을 모아 "이번 도감사위의 특별조사는 단원들을 행정(제주도문화진흥원)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탄압성 조사"라며 "문화진흥을 위해 존재해야하는 문화진흥원이 오히려 문화예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문화예술인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어 "도립예술단의 문제를 안무자와 단원들간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실제적인 문제는 형평성을 잃은 독단적인 행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 사태는 지난 3월 상임 안무자 위촉과 관련해 외부로 표출됐다.

당시 도립예술단원들은 문화진흥원이 '안무자, 오페라지휘자, 사무장, 운영지원담당은 원장이 예술감독과 협의 추천으로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지사가 위촉한다'는 조례를 무시하고 안무자를 위촉한데 반발, 보직단원들이 집단보직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문화진흥원의 독단적 행정행위에 강력히 맞섰다.

이와 관련해 도립예술단 김국남 사무장은 "안무자 위촉과 관련해 당시 단원들은 안무자 개인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문화진흥원에 맞선 것"이라며 "안무자 선정과 관련한 사태는 지난 4월 감사위의 정기감사를 통해 일단락됐는데 이제와서 단원들의 집단행동, 연습불참 등을 주장하며 복무상황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단원들에 대한 탄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사무장은 "당시 문화진흥원은 2006년 도립예술단 무용단 지도위원 심의에서 탈락한 인물을 안무자로 내정하는가 하면 예술감독과의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안무자를 위촉하는 등 편파적인 행정을 보였다"며 "이후 안무자와 단원들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문화진흥원은 문제에 대한 소명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책임을 단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특별조사의 경우도 이미 지난 9월21일부터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문화진흥원으로부터 사실을 통보받은 것은 1주일이나 지난 9월28일이었다"며 "이는 피조사측인 예술단원들의 특별조사에 대한 대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고의적으로 늦게 통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사무장은 "문화진흥원의 파행적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며 "최근 노조지회장으로 활동했던 단원에게 사전에 어떠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기간도 주지 않고 계약기간 마지막날에 일방적으로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장은 "단원의 재위촉 탈락은 도립예술단 설립이래 최초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도립예술단원들은 "이번 재계약거부는 해당 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차후 모든 단원의 모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계약이 완료됐으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면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냐"고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어 단원들은 "단원들의 복무상황에 대한 특별조사의 이유로 들고 있는 단원들의 집단행동이나 연습불참, 출연거부 등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이처럼 파행운영 됐다면 지난 6개월동안 도립예술단의 공연이 제대로 이뤄졌겠냐"고 항변했다.

단원들은 "문화사절단으로 제주문화예술에 대한 홍보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외부공연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무산시키는 등 오히려 문화진흥원이 도립예술단의 내부에 흠결을 내고 있다"며 "문화진흥원의 존재 이유가 진정 문화진흥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립예술단은 지난해 국제문화교류재단 초청 해외공연과 공룡엑스포축제 공연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무산됐고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엑스포 시도의 날 공연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문화진흥원이 불참결정을 통보해 왔다.

이날 단원들은 "더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의지를 보였다.

한편 도립예술단원들은 도감사위 특별조사 실시와 관련해 지난 2일 긴급히 '제주도립예술단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국남)'를 결성하고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공개질의서를 문화진흥원에 발송했다.

도립예술단비대위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연참가 불참결정사유 ▲감사위원회 특별감사 의뢰에 대한 근거 및 비위사실 포착내용 및 여부 ▲운영위원들과 예술단원과의 면담주선 ▲예술단원들의 계약만료 처리절차 및 기준 등에 대한 문화진흥원장의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도감사위는 지난 9월18일 제주도가 도립예술단 예술감독 등 24명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데 따라 9월21일 문화진흥원에 특별조사 개시 통보를 했고 그동안 조사에 필요한 관련자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감사위는 조만간 관련자들에 대한 실질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조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감사위 측은 "조사결과 부당지시나 연습불참 선동 등 위법·부당사항이 발견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와 함께 예술단이 정상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보완 등을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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