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제주평화특위, 324억 전액삭감 국회에 요구
주민투표 요구 45만명 서명....전액삭감 후 재논의 해야

▲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이 반영될 경우 제주는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면 예산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사진=현애자 의원실 제공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1월 중 제주해군기기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을 밝혀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한 가운데 천주교가 8일 정치권을 향해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 전액을 반드시 삭감 시킬 것을 요구”했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안) 전액삭감’ 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민주적 절차를 밝지 않은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돼 왔으며,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 없는 제주해군기지 필요성은 국가적으로 재검토 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제주의 혼란과 갈등을 오히려 더욱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는 “또 그것은 제주와 국가 모두에게 크나큰 손실이 될 것”이라면서 “제주해군기지 예산안 전액 삭감만이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진지한 공론의 장을 다시 열 수 있을 유일한 길이자, 제주의 혼란과 갈등을 수습하고,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문제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 천주교제주교구 사제단은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주민투표 등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재논의하는 게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사진=현애자 의원실 제공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훈 제주교구 총대리 신부는 “국무총리, 국방부, 해군 등의 당국자들이 여러 차례 ‘주민동의’를 얻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주에서는 해당 마을(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의사조차 무시한 채 해군기지 건설계획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고, 시민사회와 종교계에서도 광범위한 반대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훈 총대리 신부는 “그동안 천주교 제주교구는 평화는 힘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교회의 가르침과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는 지켜져야 한다는 뜻으로,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무리하게 강행하지 말 것을 촉구해 왔으며,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민주적 주민투표를 거치는 방법뿐임을 계속 강조해 왔다”며 “이 움직임은 이미 제주를 넘어서 전국의 천주교 신자들이 서명운동을 벌여 왔고, 이미 45만 명 이상이 제주해군기지 강행 반대와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며 국방부와 해군이 거부하고 있는 주민투표 요구를 거듭 촉구했다.

김 총대리 신부는 “그러나 국방부는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제주 해군기지가 평화와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민동의도 얻지 못했음에도, 국회에서 심의중인 2008년도 예산(안)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예산 324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것은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풀기보다, 예산확보를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 천주교인 서명이 45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사진=현애자 의원실 제공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는 이날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제주 해군기지 건설예산이 반드시 삭감돼야 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는 “제주 해군기지는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돼 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신뢰성과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은 일방적인 여론조사를 해 놓고 ‘주민의견을 수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기관과 계약서도 작성되지 않았고 관련 조례를 위반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음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의 조사에 의해 드러났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8.8%에 불과해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해 왔으나 여론조사의 원자료(raw data)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미 강정마을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압도적 반대의사’를 보여줬으나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왜곡하려는 노력들만 계속되고 있고, 지역주민들의 진정한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는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주민동의’를 얻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말하고는 “그런데 지금처럼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그것은 정부정책의 최소한의 신뢰성을 해치는 일이 되며, 계속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다면 실제 사업추진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갈등과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구나  그리고 민주적 절차가 결여된 상황에서 일단 예산부터 투자해서 사업을 기정사실화하고 보자는 국방부의 의도가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특위는 이어 “제주는 4.3의 아픈 역사적 경험을 딛고 정부에 의해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고, 평화와 관련된 연구기관, 국제회의 등을 유치하면서 동북아 평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화의섬특위는 또 “해군기지가 추진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인근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산호 군락지가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으로서 보존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며, 유네스코가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이기도 하다”며 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의 환경을 보존하는 것은 단지 제주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라면서 “이와 같은 지역에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 매립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할 것을 촉구했다.

▲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강정주민들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주민총회에서 거부하고, 여론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제주해군기지 추진은 무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현애자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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