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사전투표 9만4546명 16.75% 기록...송재호-허향진 도당위원장 “우리가 유리”

비호감 대선이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사전투표 행렬이 이어지면서 초박빙의 선거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주지역 정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제주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 읍‧면‧동에 마련된 43곳의 사전투표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첫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제주는 이날 오전 사전투표 개시와 동시에 1시간 만에 2800여명의 시민들이 투표에 나서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5년 전 대선 동시간대 1300여명과 비교하면 갑절 이상 많은 수치다.

오전에는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과 좌남수 도의회 의장, 이석문 교육감 등 도내 3대 기관장들도 나란히 사전투표에 나서면서 도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 도내 각 투표소에는 오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전 내내 건물 밖까지 수십 미터의 대기줄이 만들어지는 등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제주도의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에 4일 많은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제주도의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에 4일 많은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16.75%다. 첫날에만 10만명에 육박하는 9만4546명이 투표에 나섰다. 제주시는 6만5533명, 서귀포시는 2만9013명이다.

전국 평균 17.57%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2014년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제주지역 첫날 사전투표율은 10.58%였다.

현재 추세라면 내일(5일) 누적 투표율이 사상 첫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5년 전 치러진 대선에서 제주지역 누적 사전투표율은 22.42%였다. 본투표를 포함한 최종 투표율은 72.3%였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정치 풍향계로 불리는 제주 유권자들의 선택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사전투표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여야는 중도하차 한 안철수 전 후보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1월 제주의소리와 제주일보, 제주MBC, 제주CBS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안철수 후보는 제주에서 10.2%의 지지를 얻었다. 이재명 후보는 36.0%, 윤석열 후보는 29.1%였다.

제주시 아라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아라동 사전투표소에 많은 시민들이 몰리면서 사전투표 첫날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제주의소리]

여론조사는 4개사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1월25일부터 26일까지 만 18세 이상 제주도민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2030세대의 사전투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있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세가 거세지면서 이 같은 공식을 마냥 적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사전투표 의향도가 높아 제주에서도 여권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은 “높은 사전투표율은 성숙한 정치의식과 코로나와 민생 등 현실문제의 개선을 바라는 열망이 담겨 있다”며 “조심스럽지만 경제대통령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 단일화의 기세를 몰아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흡수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공개된 투표용지에는 안 후보의 이름 옆에 ‘사퇴’라는 글자가 쓰여졌다.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은 “여야 모두 공히 사전투표를 독려한 결과로 해석된다”며 “절대적이지 않지만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가 국민의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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