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沈 유력 후보 전원 제주방문 성사...대규모 세몰이 선거열기 '후끈'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제주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제20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식 선거운동기간 막바지 주요 후보들의 잇따른 제주행은 제주의 '정치 풍향계'로서의 입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불과 하루 간격을 두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벌어진 유력 후보들의 대규모 세몰이 이벤트는 뜨거운 선거 열기를 실감케 했다.

초접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7일과 8일 각각 제주를 찾아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한 표가 아쉬운 접전 속에서 인구수가 열세인 제주는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 한 결과다. 양강구도를 견제하며 지지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도 제주는 전략적 요충지다.

'대한민국 1%'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민심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대선 풍향계'로서의 상징성이 주효했다.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지난 1987년부터 7명의 대통령이 배출되는 동안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곧 청와대에 입성한다는 공식이 단 한번도 깨지지 않았다.

특히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까지 일컬어지면서도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3.78%로 집계되면서 한 표라도 더 끌어모으려는 각 진영의 지지세 결집이 더욱 절실해졌다.

7일 오전 10시 20분께 제주시 동문로터리 광장에서 총력유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7일 오전 10시 20분께 제주시 동문로터리 광장에서 총력유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는 상대 후보를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이어왔던 각 후보들은 제주에서만큼은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며 지역 공약을 어필하는데 무게를 뒀다. 다만, 상대를 에둘러 겨냥한 '말 속의 뼈'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7일 제주동문시장 앞 탐라문화광장에서 가진 거점 유세를 통해 세몰이 총력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정책을 제주에서 시범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재차 소개하는 등 지역 특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상대당 윤 후보를 두고 '무능한 동창회장'을 빗댔다. 이 후보는 "10명이 모인 동창회도 리더가 무능하면 전화도 잘 안 하고, 회비 관리도 엉망으로 하고, 회비 횡령하고, 이러면 동창회가 깨지지 않나"라며 "이 복잡한 국제사회에서 외교, 안보, 국방,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엄청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데 무능하고 무책임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분명하다"

이어 "대통령이 될 사람이 국정을 모르고, 경제를 모르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는 죄악이다. 리더 한 사람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흥망이 결정된다"며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개혁을 통해 미래로 가는 세상을 바꾸겠다. 국민에 책임지는 대통합의 정치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10시 제주시 동문로터리 탐라문화광장에서 총력유세를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10시 제주시 동문로터리 탐라문화광장에서 총력유세를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8일 전개된 윤석열 후보의 유세는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진행됐다. 이 자리에도 이 후보에 못지 않은 구름인파가 몰리며 열띤 대리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제주 유세로 시작해 부산과 대구, 대전 등을 거쳐 서울로 올라가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 현 정권을 '부정한 머슴'으로 지칭했다. 윤 후보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많이 병들고 위험해졌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제냐, 내각제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위정자와 공직자가 국민을 주인으로 제대로 모시는 머슴이 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며 "머슴은 자기 이익이 아니라 자나깨나 주인의 이익을 생각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의 각종 부정부패가 다 은폐되고 묻히는 것 보지 않았나. 이것이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것"이라며 "제주를 책임있게 변화·발전시키려면 머슴이 주인을 제대로 섬기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발전도, 제주의 발전도 없다"며 정권교체 여론을 결집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제주를 찾은 심상정 후보는 양당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심 후보는 "유력 정당 후보와 가족의 비리가 눈덩이처럼 나오고 있다. 사법적 검증도 거부해 서로의 진영을 나눠 삿대질하고 뭉개고 있다"고 날을 세우며 "거대 양당 후보 중 1명이 당선되면 앞으로 5년은 지금보다 더 심한 진흙탕 정치가 이뤄진다. 대한민국을 불평등하게 만든 양당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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