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위치한 ‘문화공간 비수기’는 7월 한 달 동안 영화 상영, 전시, 낭독 공연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 영화 ‘사상’

6일 오후 7시에는 박배일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2021)을 상영한다. 부산특별시 사상구에서 살아온 두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이 작품은 “자신의 거처에서 밀려간 이들의 삶과 노동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소개한다.

박배일 감독은 “30년 동안 살고 있는 사상을 9년 동안 지켜봤다. 집들의 무덤 위에서 매일매일 장례식을 치르는 것 같은 사상에는 일터를 잃은 성희와 공동체를 지키지 못한 수영이 살고 있었다. 한때 산업역군이라 불렸던 두 가부장은 우울을 안고 마치 유령처럼 사상을 배회했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모래성을 쌓고 무너뜨리는 자본의 악랄함을 확인한 나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사상’은 긴 시간 꼬리처럼 따라붙던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박배일 감독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예약은 문자메시지(010-9493-2062)로 이름, 본인 포함 총 동행인 수를 보내면 된다.

# 전시 ‘김수정 개인전’

10일부터 24일까지는 김수정 작가 개인전 ‘내 서식지는 분명 어딘가에 있을거야’를 진행한다. 관람 일시는 쉬는 날 없이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영상, 사운드 설치 작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만 작가 구묘진의 장편 소설 '악어노트'(1994)에서 성소수자를 악어라는 상징으로 나타냈다면, 김수정 역시 비슷한 접근으로 도마뱀을 선택했다.

비수기는 작품 소개에서 “10여년간 유럽에서 거주해온 작가는 본인을 생물학적·신체적으로 구별하려고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갈등해왔다. 퀴어 배제적인 한국 사회 규범 속 작가가 동일시하는 존재는 도마뱀이라는 타자”라며 “대립성을 품은 신체로 세상을 마주할 때 느끼는 비정형적인 굴절의 방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보려한다. 모호한 경계, 사회·지정학적 차원에서 불안정한 상태, 아직 정의되지 않음, 손상될 수 있는 틈의 가능성을 다루려 한다”고 소개했다.

비수기에서 영화 상영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비수기.
비수기에서 영화 상영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비수기.

# 낭독 공연 ‘황만근은...’

16일 오후 8시에는 낭독 공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진행한다. 

같은 이름의 원작 소설을 배우의 낭독과 연기로 감상해본다. 비수기는 “소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각색해서 무대화하는 것과는 달리, 소설 작품의 언어를 그대로 전해준다”면서 “소설을 읽는 행위를 개인적인 체험에서 나아가 극장에서 함께 생각을 나누고 교감하는 공동체적 경험으로 바꾸어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성석제 작가가 2000년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농촌 마을에서 반푼이로 취급받는 가난하고 어리석은 농부 황만근의 일대기를 약간의 과장과 골계를 섞어 재미있으면서도 슬프게 그려낸 작품이다. 각종 부채로 얼룩진 농촌의 현실과 메말라가는 인정을 통해 삶의 어두움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공연 출연진은 이재인, 서기청란, 김영표, 김범린 등이다. 연출은 김형용이다. 관람료는 1만원. 예매 문의 : 010-9243-5086

문화공간 비수기
제주도 서귀포시 말질로 137번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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