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10) 성읍1리 – 문화예술로 엮어낸 전통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성읍민속마을의 모습. ⓒ제주의소리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성읍민속마을의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1리는 오름들이 마을을 둘러가면서 지키고 있고 그 안 평지에 수 백년 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수명이 1000년에 이르는 천연기념물 팽나무와 정의향교를 지나면 마을 곳곳의 고택들이 반긴다.

조선시대 3읍(제주읍, 정의현, 대정현) 체제였던 제주에서 정의현청 읍성(邑城) 소재지였던 유서 깊은 마을인 성읍1리는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보물창고다.

마을의 힘은 오래된 건축물을 넘어 그 안을 채운 주민들의 다양한 민속행사와 활동들에 있다. 지난 5월 제주도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문화복지 부분 최우수 마을로 선정된 것은 의미있는 결실이다. 자발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온 덕이다.

1994년부터 이어져 온 정의골 민속한마당축제와 정의현감 부임행차 재현은 이 마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다. 전국 최초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취타풍물단은 국내외 행사에 초청을 받게 됐고, 무형문화재인 영장소리 보존과 연구를 위한 영장소리 보존회와 각종 문화예술 동아리들은 전통 계승을 위한 주민들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성읍민속마을 민속재현행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주민들은 정의현감 부임행차부터 멧돌갈기와 달구지 같은 농업관련 전통, 민요와 취타풍물대까지 계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성읍민속마을 민속재현행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주민들은 정의현감 부임행차부터 멧돌갈기와 달구지 같은 농업관련 전통, 민요와 취타풍물대까지 계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성읍민속마을 민속재현행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주민들은 정의현감 부임행차부터 멧돌갈기와 달구지 같은 농업관련 전통, 민요와 취타풍물대까지 계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성읍민속마을 민속재현행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주민들은 정의현감 부임행차부터 멧돌갈기와 달구지 같은 농업관련 전통, 민요와 취타풍물대까지 계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마을 대부분이 문화재로 지정됐다는 것은 주민들이 불편을 일상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근린시설 허가나 개별 주택의 개보수 시에도 엄격한 심의를 받는다.

“자랑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잘 가꿔보려고 해도 규제로 인해 할 수 없는 게 많다. 행정에서 매입한 44가구는 집 안이나 올레에 아무것도 없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 온기가 없고 곰팡이가 생긴다. 공방으로 임대를 준 곳들이 있긴 하지만 손님이 적고 요구사항이 까다로우니 전의를 잃고 만다”

김철홍 성읍1리장은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혼슈지방의 마을 시라카와고의 사례를 대안으로 강조했다. 이 마을의 고가옥 대부분이 보호대상이었지만 주민들이 떠나고 빈집이 늘어나자 행정은 정책방향을 바꿨다. 가옥구조 변경의 심사 과정을 조정하면서 고가옥의 외형과 구조만 훼손시키지 않으면 내부 구조변경에는 숨통을 틔워줬다. 문화유산 관리를 주민 자율에 맡긴 것이다.

김 이장은 “사람이 늘 붙어있으면서 직접 꾸준히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민속자산을 주민의 삶을 통해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향교 등 주요 유적지는 철저히 심의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주민들이 살고있는 곳에 민원행정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성읍민속마을 민속재현행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주민들은 정의현감 부임행차부터 멧돌갈기와 달구지 같은 농업관련 전통, 민요와 취타풍물대까지 계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성읍민속마을 민속재현행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주민들은 정의현감 부임행차부터 멧돌갈기와 달구지 같은 농업관련 전통, 민요와 취타풍물대까지 계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유산들을 보존하면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묘안들을 모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의 영산으로 꼽히는 영주산을 휴양 명소로 가꾸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아늑하면서도 웅장한 이 산과 천미찬, 정소암, 저수지 등 주변을 엮어 둘레길을 만들면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전통초가를 품은 영주산’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이 있다.

식개맹질떡 등 전통음식 전승을 위한 프로젝트도 본격화했다. 유적이 있고,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예술이 이어지는 마을에 향토음식과 자연의 음미할 수 있는 산책코스가 접목되면 그 고유의 가치와 매력을 더 크게 발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박물관 수장고나 관광객들이 스쳐가는 민속촌이 아닌 ‘사람이 사는 민속마을’이 성읍1리의 지향점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오늘도 꽃을 심으며 길을 가꾸고 함께 문화예술 활동을 연습하며, 민속마을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김 이장은 “마을이 향토음식 특구가 돼서 민속마을에 가면 제주의 향이 담긴 옛것을 보고, 맛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유적과 사람들의 문화예술 활동, 향토음식까지 접목되면 사람이 사는 민속마을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읍1리는?

제주시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34km, 표선리에서 북쪽으로 9km 떨어진 중산간 마을. 제주에서 보기 드문 분지 지형으로 평지 위 마을을 오름들이 감싸고 있다. 말굽형의 형태의 분화구를 지닌 영주산, 숲이 울창한 개오름, 일출과 일몰 경관으로 유명한 성읍목장 등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조선 세종 5년(1423년) 이래 정의현청 소재지였다. 1980년대 들어 그 역사적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제주도 지정 민속자료로 지정됐고, 1984년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됐다. 정의항교와 정의현 관청건물이었던 일관헌, 천연기념물인 느티나무와 팽나무, 돌하루방, 초가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기능보유자가 각각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제주 민속유산의 제일 보고, 성읍마을’을 비전으로 삼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주민 스스로 자산을 보존, 관리, 운영을 목표로 주민 자율 실천 강령도 제정했다. 지역 농수축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육성해 향토음식 특구가 거듭난다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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