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77) 1명이 일해도 휴게시간 지켜져야 

오늘(2022년 8월 18일)부터 20인 이상 노동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가 법적 의무화가 된다. 대학 청소노동자가 화장실 한편에서 숨죽이며 도시락을 먹는 현실이 알려지면서 노동자의 휴게시설 설치가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이후 이제는 법제화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도내 많은 사업장의 휴게시설은 부족한 처지다. 규모가 작으면 작다는 이유로, 규모가 크면 크다는 이유로 휴게시설이 부족하다. 제주공항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휴게시설은 공항 내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 정문부터 광택이 나는 특급 호텔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휴게실은 호텔의 가장 깊숙한 곳, 습하고 어두운 공간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화북공단에는 밥을 물처럼 마시고 먼지 쌓인 작업장에 큰 박스를 깔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휴게시설의 설치가 법제화 되면서 인원에 따른 휴게시설의 규모와 온․습도 및 조도 등에 대한 법적인 기준도 정해졌다. 고용노동부에서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되어 있는 산업단지의 공동휴게시설을 설치를 위한 예산을 확충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도내의 작은 사업장 밀집지역에도 관련된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제는 아직 휴게시간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제주지역의 작은 사업장이다. 휴게시설 설치의무화 만큼 중요한 것이 휴게시간에 대한 보장이다. 

집 앞 편의점에 갔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지금은 휴게시간입니다”라는 팻말을 보게 되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 사진=오마이뉴스
집 앞 편의점에 갔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지금은 휴게시간입니다”라는 팻말을 보게 되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 사진=오마이뉴스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가끔 편의점을 이용하려다 보면 문이 잠겨있는 경우가 있다. 1인 근무자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화장실 사용 등 생리현상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등 불가피하게 문을 잠시 닫을 때 볼 수 있는 팻말 문구이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 아니더라도 1인 사업장으로 출장이 잦은 열쇠집이나 철물점을 방문했을 때 문 앞에서 비슷한 문구를 본 경험이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이 쉬지 않고 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루 이틀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매일을 그렇게 일한다면 오래가지 않아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할 건강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기 때문에 일하는 중간에 밥을 먹어 체력을 보충해야 하고, 화장실을 가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잠시 휴식할 수 있는 휴게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 얼마나 쉬어야 제대로 쉰 걸까? 근로기준법은 나름의 기준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것은 4시간 이상 일한 경우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8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 6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노동시간 도중에 갖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작업환경과 내용에 따라 일하는 시간과 휴게시간은 적정하게 배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폭염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50분에 한번씩 그늘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작은 사업장에 전면 적용되지 않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휴게시간에 대한 조항인 제54조는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밥은 제때 챙겨먹고 건강 챙기며 일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1인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휴게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미용실을 갈 때 가끔 손님이 없을 시간을 고려하여 어중간한 시간에 가는 경우 종종 미용실 사장님의 식사시간을 방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급하게 식사를 마무리하려는 사장님에게 ‘아이고, 천천히 드세요’라고 하지만 손님이 들어온 순간 식사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미안한 마음을 잔뜩 안은 채 머리를 다듬는다. 

최근 들어온 상담 중 휴게시간 없이 9시간을 일했는데 사업주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아서 억울하다는 내담자가 있었다. 내담자는 휴게시간 없이 일한 9시간에 대하여 모두 시급으로 받은 상태였고, 현재는 일을 그만 두었다. 휴게시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지만, 내담자가 회사를 그만 둔 상황에서 노동부에서도 시정권고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 한 것으로 보였다. 그 내담자가 억울해 하는 것은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잠시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는 것, 점심밥을 5분 만에 밀어 넣고 바로 일을 해야 했던 것, 사실상 강제노동이 행해진 순간들에 대한 인격에 관한 문제제기였다. 

함덕해수욕장 근처에서 3~4명이 일하는 커피숍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편에 라커룸을 겸한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확인은 어려웠지만 이정도의 환경이면 3명이 일하면서 번갈아가며 휴게시간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1명이 일하는 사업장은 어떻게 해야할까?

집 앞 편의점에 갔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지금은 휴게시간입니다”라는 팻말을 보게 되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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