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머귀나무 (Zanthoxylum ailanthoides Siebold & Zucc.) -운향과-

무더운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8월 중순에 해발이 조금 있는 중산간의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미색의 꽃이 피어 있는 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머귀나무의 꽃들이 한창입니다. 이번 주에는 머귀나무 이야기를 내려놓습니다.

ⓒ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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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부모를 위해 장례식에 쓰는 지팡이를 상장대, 제주에서는 방장대라고 부릅니다. 가례(家禮)에 따르면, ‘지팡이는 대나무를 사용하며 높이는 가슴과 나란히 하는데 밑동을 아래에 둔다. 지팡이로 대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아버지가 자식의 하늘이니 대나무가 하늘을 본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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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상장대는 오동나무를 깍아서 만드는데 위는 둥글고 아래는 네모나다. 오동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오동의 桐과 동(同), 즉 같음을 말함이다. 속마음으로 슬퍼함이 아버지와 같음을 의미한다.’

즉, 둥근 대나무는 하늘을 의미하고 오동나무를 네모로 깍은 것은 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오동나무로 관을 짜고 남은 가지로 상장대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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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귀나무의 수피. ⓒ문성필

그러나 제주에서는 예부터 어머니의 상장대로 이 머귀나무를 사용하여 왔습니다. 머귀나무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굵은 가시가 박혀 있습니다.

이런 가시의 고통을 느끼며 어머니를 생각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머귀나무는 암수딴그루입니다. 머귀나무의 암나무를 찾아 헤메이던 기억이 있는데, 머귀나무는 크게 자라면 10m가 훌쩍 넘기 때문에 나무의 키가 큰 탓에 암나무의 꽃을 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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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귀나무의 수꽃차례. ⓒ문성필

육지에서 어머니의 장례 때 오동나무로 상장대를 사용한 것과는 달리, 제주에서는 오동나무가 귀하여 대신 이 머귀나무를 사용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옛 문헌에 따르면 머귀나무는 오동나무의 옛 이름으로 기록되면서 머귀나무를 사용한 것도 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월인석보'에 ‘오동(梧桐)은 머귀’란 구절이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문헌에 머귀나무는 오동나무의 옛 이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동나무와 모양새나 쓰임새에 있어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금의 머귀나무가 왜 ‘머귀나무’라는 오동나무의 옛 이름을 빌려 쓰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 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 1권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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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귀나무의 암꽃차례. ⓒ문성필

8월이면 머귀나무에 황백색의 꽃이 원뿔 모양으로 자잘하게 모여서 피어납니다. 잎자루와 줄기에 난 가시는 자라면서 가시의 날카로움은 없어지고 코르크 부분만 남아 있게 됩니다. 가을이 되면 까만 씨가 익어 가는데 산초나무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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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귀나무의 미성숙 열매. ⓒ문성필

운향과라서 그런지 산초나무나 초피나무, 왕초피나무의 열매를 닮아 있습니다. 종피를 제거하기 전의 머귀나무 열매를 담아 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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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피를 제거하기 전의 머귀나무 열매. ⓒ문성필

머귀나무의 종자는 아주 작습니다. 모눈종이 위에 놓인 콩알 정도 크기의 동그란 형태의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그 크기가 5m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늘, 이 머귀나무를 사진으로 담을 때마다 어머님이 생각납니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공자의 글귀를 떠올려 봅니다.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
往而不可追者年也 (왕이불가추자년야)
去而不見者親也 (거이불견자친야)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
한번 흘러간 세월은 다시 쫓아갈 수 없고
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부모이다.

공자가 아닌 머귀나무가 바람에 겹잎을 흔들거리며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문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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