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의 교육春秋] (19)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교육현장을 바란다

꼬일 대로 꼬인 교육현장의 문제를 한 번에 다 풀 수는 없다. 최소한의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br><br>사진=픽사베이
꼬일 대로 꼬인 교육현장의 문제를 한 번에 다 풀 수는 없다. 최소한의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로 멈췄던 운동회가 3년 만에 열리고 참관 수업이 진행되었다. 다들 학교 소식이 궁금했는지 코로나19 이전보다 학부모들이 많이 참가했다. 다들 웃고 있었지만 정말 안녕한지 궁금했다. 

정기 상담 일정이 잡혀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아이를 놀리는 친구에 대해 대화할 때였다. 선생님은 아이가 싫다는 표현을 정확히 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스토킹 범죄나 성범죄가 하루가 멀게 뉴스가 되는 시대에 의사 표현과 소통 방식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나에 대한 존중의 다른 말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들리는 소식들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제주 교육현장의 소식이라 믿기 힘든 소식들이다. 일부 중·고등학교에선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학생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같은 학교에서 계속 함께 생활하게 한다고 하고, 여교사를 자신의 애인으로 둔갑시킨 학생이 처벌받기는커녕 여교사의 행실을 문제 삼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어느 초등학교에선 학생을 훈육한 교사를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처벌하겠다고 하고, 학생이 ‘교권남용하고있네! xx’이라고 말해도 교사는 대꾸하지도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직에 회의를 느껴 자살 충동을 느끼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교사들도 있다고 한다. 정년이 가까운 이들은 일찌감치 명퇴를 신청하기도 한다. 교권침해 사례가 이런 사건들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수업시간에 책상을 두드리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학생이 있어도 이를 지도할 방안이 없다.

학생들은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교사 한 명이 온전히 이를 책임져야 한다. 소위 문제아를 강제로 전학시켜도 결국 전학 간 학교에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하거나,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듯 문제가 나를 피해가기만을 바란다. 

반면, 학부모들의 입장은 어떨까? 자신의 아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나? 학교생활은 오로지 학생과 교사만의 문제인가?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과중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과 소통하며 지내기란 힘든 일이다. 

꼬일 대로 꼬인 교육현장의 문제를 한 번에 다 풀 수는 없다. 최소한의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싫다고 정확히 얘기하고 그래도 안되면 선생님의 도움을 구하라던 담임 선생님의 얘기처럼 고통받는 선생님들은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 동료 교사들이 함께 공감하고 손 내밀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교권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최소한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교사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회피하게 하진 말아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학생을 지도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교육현장에 학생 ‘생활지도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교육계에서 폭넓게 들려온다. 학생생활지도법 제정의 각론에는 이견이 있지만, 학생 생활 지도에 대한 명시적 근거를 만들어 교사의 지도권을 강화하자는 데는 한목소리다. 다행히 교육부에서도 나서는 분위기다.

앞서 사례로 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하면 침해학생과 피해교원을 즉시 분리한다. 이외에도 교사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문화적 기반을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작지만 교사의 휴대전화번호부터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건 어떨까? 업무 시간에 학교로 연락해 교사와 상담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의 방향이 오히려 인권보다 차별을 강화하는 쪽으로 흐를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교육의 방향이 차별로 가면 교권도 인권도 침해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달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가 열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청회는 폭력이 난무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공청회장을 장악한 ‘동성애 옹호교육 반대, 성평등 반대’를 외치는 특정 세력들 때문이었다. 이들은 보건 교과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한다’는 내용을, 도덕 교과에선 ‘성평등’이라는 문구를, 사회 교과의 ‘성평등’과 ‘노동인권’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장하는 존재 이외에는 용납할 수 없다고 소리치며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너무 많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노동인권교육은 사회주의를 조장한다며 반대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거나 생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하지만, 여전히 성소수자는 지워버려야 하는 존재다. 

소위 ‘정상’이라는 개념은 근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이다. 통계학이 발달하면서 평균이 정해지고 단순히 평균의 범위에 드는 사람을 정상인으로 간주한 것이다. 정상인은 비정상인을 만들어냈고 이는 차별을 강화했다. 세계는 수많은 존재를 지워버린 정상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한 존재가 서로 보듬고 함께 걸어가는 방향으로 교육과정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