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世通, 제주 읽기] (254) 아라이 노리코, 김정환 역,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해냄, 2018

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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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어떤 직업이 가장 먼저 AI에게 대체될지, 어떤 직업이 AI가 발전해도 계속 사람을 필요로 할지 다들 궁금해 한다. 이어서, 그래서 도대체 AI 시대에는 어떤 공부를 해야만 살아남아야 할지 묻고 싶어한다. 자녀들을 키워야 하는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당장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이 땅의 거의 모든 이들에게는 미래가 달려 있는 질문일 수 있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수학자 아라이 노리코(新井紀子) 교수는 AI 시대의 질문에 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프로젝트가 바로 ‘로봇은 도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가?’이다. 말 그대로, AI를 발전시켜 도쿄 대학을 목표로 대학 입시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물론, 도쿄대에 AI를 입학시키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니다. AI를 시험해 보게 함으로써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도쿄대 입학을 목표로 삼은 로봇 AI의 이름은 도쿄대와 로봇을 합쳐 ‘도로보군’(東ロボくん)이라고 했다. 이 로봇은 AI 시대의 교육과 노동을 위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맡게 되었다. AI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인간이 힘을 쏟기보다는 AI가 잘 해내지 못하는 일을 알아내 준비한다는 발상이다. 그러한 능력을 갖춘다면 AI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인간은 대량 실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 같은 학력주의(실제로는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특정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능력을 업무 능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기업이 문과 인재를 채용할 때 중시하는 점은 ‘대학 입시를 돌파했다’라는 사실이다.”(250쪽)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도 기업 채용 문화가 일본과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입시 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다면 회사에서도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시키면 하는 순종성과 노력하는 합리성이 회사의 종업원에서 요구되는 자질이었다고 이해한다.

물론 오늘날에는 그러한 인재 선발 방식 자체가 기본적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일본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에서는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이 점점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우수한 대입 시험 성적이 그대로 우수한 업무 능력을 보증하지 못한다면, 노동 시장에서 출신 대학의 의미는 크게 퇴색된다. 실제로 일본에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이 더 이상 성공적인 투자가 아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것이다.

만약 AI가 도쿄대에 입학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대입이 취업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게 될 수 있다. AI가 잘 해낼 수 있는 일을 잘 해낸다는 것은 노동 시장에서 의미가 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라이 노리코의 프로젝트에서 도로보군은 도쿄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점점 더 높은 대입 성적을 획득해 나갔다. 수험생의 상위 20%에 해당하는 대학들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도쿄대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다른 나머지 80% 학생보다 우수한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로보군은 왜 도쿄대에 합격하지 못했을까? AI라 도로보군은 수학에서는 상위 1%에 해당하는 매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반면에, 독해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도로보군 프로젝트의 교훈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인재란 어떤 능력을 지닌 사람일까? 바로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2장에서 자세히 살펴봤듯이 AI는 의미를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228쪽) 

수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결과를 보고 AI 시대에 문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과거에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藤原正彦)는 학교 교육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자 “첫째로 국어, 둘째로 국어, 셋째와 넷째는 없고 다섯째로 산수”라고 답했다. 나는 현재의 ‘국어’로 괜찮은지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에 “첫째로 독해, 둘째로 독해, 셋째와 넷째는 놀이이고 다섯째로 산수”라고 말하고 싶다.”(223쪽)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과거의 기술은 금방 구닥다리가 되고만다. 근래 들어 새로운 봄을 맞이하여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본에서 2018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AI 기술에 대한 이야기 역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부분이 많다. 예컨대, 인간이 쉽게 풀었지만 도로보군이 쉽게 풀지 못했다고 한 문제 중 일부는 지금의 GPT-3 AI는 쉽게 풀어버린다. 

저자가 생각했던 AI와 겨룰 수 있는 인간 최후의 능력인 문해력마저도 그다지 막강한 방어력을 가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을 뛰어넘는 문해력을 가진 AI가 등장하는 이 시대에도 읽고 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어째서일까?

문해력이 우수한 인공지능이 개발된다 해도 문해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이유는 많다. 첫째,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 두뇌의 모든 기능을 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인간이 일부 작업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공지능이 인간 두뇌의 모든 기능을 복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인간의 문해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인공지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스스로 생각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을 이해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두뇌의 모든 기능을 복제할 수 있다고 해도 인공지능을 만들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공지능 분야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인간의 문해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위 마지막 문단은 OpenAI의 ‘GPT-3’로 생성하고 ‘구글 번역’으로 번역하고 다듬었다.

 


# 노대원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신문방송학 전공, 동대학원 국문학 박사과정 졸업. 대산대학문학상(평론 부문) 수상. 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 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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